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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 스크린을 가득 메운 관객들.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또 다른 관객을 보게 된다.

    그들은 옴짝달싹 하지 않은 채 객석에 가만히 앉아있다.
    잠을 자고 있는 건지, 죽어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스크린을 꽉 채웠다.

    “HOLY MOTORS”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남자가 잠에서 깨어 열쇠로 변한 손가락으로 벽에 붙은 문을 열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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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다.

    그의 뒤를 따라 객석 복도에 차례로 갓난아기와 검은 개가 걸어 들어온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영화는 죽었어. 이제부터 내가 진짜 살아있는 영화를 보여줄게.”

    이렇게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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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열심히 하고 와”

    배웅을 받은 백발의 사업가가 리무진에 탄다. ‘물가 연동 국채’ 운운하며 업무상 전화까지 한 그는 곧 옷을 벗더니 리무진에 딸린 거울의 조명을 켜고 가발을 꺼내 손질한다.
    순식간에 그가 탄 리무진은 분장실이 된 듯하다.

    ‘오스카’
    그는 주인공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가 지나서야 관객들은 그의 정체를 알게 된다.

    ‘배우인가?’

    그가 배정받은 역할은 걸인, 모션 캡처 전문 배우, 광인, 아버지, 아코디언 연주자, 암살자, 희생자, 죽어가는 남자, 집 안의 남자 등 모두 아홉 가지다.

    리무진은 그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데려다 놓는다.
    오스카는 배정받은 각 장소에서 역할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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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리 모터스’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 ‘폴리X’이후 13년 만에 만든 장편영화다.

    주인공 ‘오스카’가 연기하는 아홉 개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각기 다른 스타일의 영화 십 수편이 한데 묶여있는 것 같다.

    감독 ‘레오스 카락스’는 ‘홀리 모터스’에 수많은 고전 영화들을 인용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운전사 셀린(에디뜨 스꼽)이 하늘색 마스크를 쓰는 건 에디뜨 스꼽이 스물세 살 때 열연한 조르주 프랑주 감독의 얼굴 없는 눈’(1960)을 인용한 것이라고.

    감독은 영화적 형식과 장르의 다양성을 마음껏 탐구하며, 퍼즐을 맞추듯 자신이 좋아하는 수많은 영화의 조각들을 끼워 넣었다.

    칸 영화제 '젊은 영화상' 수상, 세체스 국제영화제, 시카고 국제 영화제 등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카뮈에 뒤 시네마' 선정 '올해의 영화 TOP 1'으로 뽑히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13년의 공백기를 무색하게 했다.

    [사진출처 = 호호호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