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태로 국내서 악명을 떨친 탈레반이 국제적 구호활동으로 분쟁지역에서 면책특권이 있는 적십자사 직원까지도 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은 탈레반이 납치한 인질을 구하기 위해 투입됐던 인원이라 국제사회에 놀라움을 주고 있다.

    지난달 26일 탈레반은 국제적십자사 직원 4명을 납치했다가 29일 풀어줬다. 탈레반에 피랍됐던 적십자사 직원들은 한국인 피랍 사태때 피랍돼 있던 독일인 인질을 송환하기 위해 투입됐던 직원들로 미얀마와 마케도니아 출신 적십자사 직원 2명과 현지인 직원(운전수) 2명이다. 

    DPA 통신과 독일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독일인 인질이 9월 26일 석방됐는데 이를 구하려 적십자 직원 4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탈레반이 급작스럽게 독일인 석방을 취소하며 독일인을 재 납치하면서 적십자사 직원마저 납치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와르다크 지역 고위 당국자는 "아프간 정부 비밀요원들이 카불시내 은행에서 인질 몸값을 인출하려던 조직원 4명을 체포함에 따라 카불로 귀환하던 독일인 인질과 적십자 직원의 호송차량을 정지시키고 이들을 납치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직원들은 29일 곧바로 풀려났다. 이와 관련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의 무자헤딘 전사들이 그들의 신분을 알지 못한채 적십자 직원들을 와닥지역에서 억류했었다. 우리는 적십자사와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변명했다.

    카불주재 국제적십자사 부대표 프란츠 로첸스타인은 "탈레반측이 우리 직원들을 조건 없이 석방해준 것은 국제적십자사 및 그들의 가족들에게 크게 안도가 됐다"며 탈레반측이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적십자사 직원들이 석방을 돕고 있던 독일인은 다른 독일인 1명 및 5명의 아프간인과 함께 지난 7월 18일 납치됐던 엔지니어다. 다른 독일인 인질이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후 독일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생존 독일인 인질을 구하려 탈레반과 최근까지 협상을 했었다. 그러나 탈레반에 재납치된 후 이 독일인의 생사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아프간 현지 경찰은 "석방 예정이던 독일인 인질의 생사에 대해선 현재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