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길 초대석

[인보길 초대석] '산업화 선봉' 남덕우 前총리-'민주화 예봉' 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남덕우-류근일]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국고 털어 표 사나?” “박근혜, 본판 벌어지면 싸움꾼 될 것..복지병은 암"
'쫄지마!' 박근혜, '문철수'는 0.5일뿐

대한민국의 성공신화 '산업화' '민주화'를 대표하는 두 원로가 만났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함께 오늘의 한국경제구조의 틀을 짜고 산업화를 성공시킨 남덕우(南悳祐) 전국무총리.
4.19의거에 앞장서고 유신독재와 투쟁한 평생 언론인 류근일(柳根一)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창조해낸 자유민주공화국을 이어받은 민주당 정권의 권력싸움 진흙탕에서 헤매던 나라는 '박정희 혁명 18년'이 구해냈다. 이 기간 남덕우 전총리(89)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국부(國富) 만들기 '주역을 맡았다. 류근일 고문(75)은 국민의 정신적 자유발전을 위한 투쟁으로 오랜 옥고를 치러야했다.
두 원로는 G20 대한민국 선진화의 산 증인이자 현대사의 공신들이다.

뉴데일리는 18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나라 키우기'에 헌신한 두 선봉장을 모시고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최근 선거운동을 통해 건국 이래의 자랑스런 역사가 부정(否定) 되고 대한민국 성공 기록이 정쟁꺼리로 농락당하면서 5천만 국민의 자부심마저 크게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의 산학협력재단 고문실에서 진행된 대담은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김윤형 한국선진화포럼 상임이사(한국외대 명예교수)도 함께 했다.


새해 구순이 되는 남 前총리는 '영원한 현역' 별명 그대로 의욕이 왕성한 모습이었다. 2005년 '한국선진화 포럼'을 출범시켜 매월 국가적 아젠다를 설정하여 연구 토론회를 열고, 특히 전국 대학생들을 '선진화 홍보대사'로 선발하여 해외 견학등 새세대 인재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이승만 박사의 후배이자 선의의 라이벌이던 해공 신익희 선생의 비서를 지내기도 했다.

남 前총리는 4시간 가까운 대담에서 현재 대선 후보들이 외치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의 맹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나아가야할 길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남 前총리는 제대로 된 국가 지도자라면 국가이념을 국민의 구심점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바꿔야 하며, 스스로가 제대로 된 국가정신과 통치철학을 바탕으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인보길 뉴데일리 대표(이하 인): 내년이 구순이신데도 정말 건강하신 것 같다.

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이하 류): 참 정정하시다. 건강은 어떠신가.

남덕우 前국무총리(이하 남): 나이로 봐서는 괜찮은데…. 엔진(남 前총리는 심장을 이렇게 불렀다)은 멀쩡하고, 왼쪽 다리와 전립선에 조금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 허리도 좀 아프다. 다리 붓는 걸 막으려고 타이즈를 입는다. 나이 들면 뭐 그런 거지. 아침식사는 꼭 챙기는데 국이 있어야 먹는다. 된장국 좋아한다. 어제 저녁에야 질문지를 받았다. 밤새 의견을 대충 정리했으니 부족하면 보충해 달라.

: 대한민국은 그 동안 건국, 6. 25 남침 격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의 여러 단계를 역사상 가장 빠르게, 그리고 지구상 유례없이 성공적으로 밟아 왔다. 건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 산업화는 시장과 개방의 가치, 민주화는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권위주의적 현실 사이의 모순을 메우려는 의지로 구현했다. 전체적으로는 신생국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 나라 만들기)'의 과정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 기본적인 근대국가의 ‘골격 만들기’ 단계를 뒤로 하고 그 국가를 선진적인 1류 국가로 더욱 ‘업 그레이드’ 해야 할 새로운 단계를 앞에 두고 있다.

이 단계는 과연 무슨 작업을 어떤 가치관과 어떤 방법론으로 해야 할 단계라고 해야 할까?
그 새로운 역사의 단계를 메가 트렌드의 기준에서 볼 때 한 마디로 어떤 개념으로 집약해야 할까?

‘네이션 빌딩’의 직접적인 참여자이자, 증인이며, 국가원로이신 두 분의 견해를 듣고 싶다.

: 우리는 근대화민주화, 산업화의 단계를 거쳐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발전단계는 무엇인가. 나는 이걸 세계화, 선진화라고 생각한다.

세계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메가 트렌드가 됐다. 경제상의 국경은 거의 없어지고 자유무역이 활성화 됐다. 점점 국경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화시장경제의 확대, 정보혁명, 개방화, 민주화라고 요약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중에서도 성공한 사례다.

그런데 선진국의 문턱에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먼저 후진적 정치문화로 대의정치의 운영이 난맥 상태에 있고, 사회 측면에서는 계층 격차, 이념 갈등, 집단 이기주의 등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 측면에서는 신흥 공업국의 경제적 도약으로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던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갈 방향을 명백히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선진화의 방향을 우선 1인당 소득 3~4만 달러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국민들이 경제적 여유를 갖고 대의정치에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평화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와 동시에 엄격한 법 집행으로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선진국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회자되는 ‘분배 중요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계속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요새 ‘성장’을 강조하면 몇몇 사람들은 ‘경기(驚氣)’를 일으키는데 선진국이 되려면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 총리께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선진국을 설명해주셨는데 나는 좀 다르다.

한 마디로 문명화된 국가를 선진국으로 본다. 우리가 선진국은 아니라도 그 문턱까지는 와 있지만, 선진국이 된다는 건 경제가 발달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을 인식하는 품격 자체가 높지가 않다. 즉 우리나라는 ‘돈은 많다’고 보지만 세계에서 문명화된 나라로 공인을 못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규범과 기강이 확립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를 보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정치적 탄압에 저항하던 게 습관이 돼서, 지금도 체제에 도전하는 경향이 많이 남아있다. 선진국은 오히려 공공규범을 강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본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보면 무정부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규범이 무너지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국민의 다수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문화를 향유하려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진 상태여야 한다고 본다. 근래에 와서 박물관도 많이 생기고 공연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은 살기 바빠서 문화를 향유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주말만 되면 전부 차를 몰고 교외로만 나가려고 한다. 무질서한 행락만 보인다.

그 보다는 진정으로 교양이 있는 국민들로, 고급문화를 즐기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들을 예를 들어 보면 체코가 있다.

90년대 초 체코를 가봤다. 경제로는 당시 거의 망했다고 할 정도였지만 그런데도 오페라 구경을 가더라. 그때 제가 느꼈던 점이 문화향유가 없어서는 선진국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서양에 대한, 19세기 스타일의 적대의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즉 “서양은 제국주의다, 우리가 아직도 예속, 종속돼 있다”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개방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들 사이에서 경쟁해서 우리가 잘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즉 세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 방식으로 잘 해왔지 않냐.

아직도 세계화에 대한 공포라거나 적개심(?)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아직도 FTA 하는 것을 보고 매국노라 부르는 집단이 있지 않느냐.

: 일본에 대한 자세도 그런 거 같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자는 이야기다. 과거와 같은 마인드를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일본을 무조건 적대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요즘은 일본 관광객들도 많지 않나.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토대로 한일 양국 젊은 세대들 간에 교류가 많았으면 좋겠다. 일본과의 갈등을 대할 때는 과거는 과거라고 봐야 한다. 미래에는 일본과 손잡고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 지금 우리 상황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지 않나. 반체제 세력들, FTA가 이완용이라는 소리도 반체제 세력이 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과 온건 보수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스탈린의 국제공산주의가 만들어놓은 북한 공산정권이 이젠 세습왕조 군사독재가 되어 아직도 한국을 흡수하려는 전략전술을 구사한다. 여기에 동조 내지 협력하는 세력이 선진화문명화의 최대 장애물이다.

이런 한국만의 특수성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부담이다. 이번 대선은 특히 좌파의 '2013체제 구축'을 내세운 전면적인 도전 앞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갈림길이 되리라고 본다. 이 특수성을 반영해서 분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 자존감을 지키자는 좋은 의미의 민족주의는 누가 뭐라고 하겠나. 하지만 19세기, 20세기 초반의 민족주의, 즉 저항민족주의에 너무 찌드는 것은 오늘의 세계를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극복’의 대상이라고 본다. 지금 극단적 반체제 세력이 동원하는 게 민족주의 정서다. 그런데 상당수 젊은이와 일부 지식인들이 여기에 휩쓸리고 있다. 이유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구시대적인 민족주의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폐쇄적인 태도를 가져가지 말고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민족주의를 국제 사회와 무대에서 구현하겠다는 의지와 노선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 8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아직도 1명의 후보와 0.5 + 0.5명의 후보들이 싸우고 있다. 역대 모든 대선(大選)에는 각각 그 때 그때의 주제가 있고 논쟁이 있으며, 대치선이 그어지곤 했다. 그 대치선 양쪽에는 서로 대립적인 가치관과 노선을 가진 세력이 사활을 건 투쟁을 했다. 이번 대선에도 그런 게 없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는 각 정당들과 후보들이 이렇다 할 대립점을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다분히 득표 전략과 관련된 의도적 선택인 것 같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에서는 모두가 서로 닮았고, 안보정책과 대북정책에서도 피차 ‘신판 햇볕’ 정책을 천명하는 가운데 차별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금 말씀하신 국가의 새로운 진로와 관련해서 이번 대선은 과연 무엇과 무엇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는가?

: 각 후보들이 비슷한 말만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좋다고도 본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너무 명확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를 여당이건 야당이건 모두가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놓고 논쟁을 안 하고 문제만 떠들고 있는 게 문제다.

각 정당의 후보들 간에 대치선이 없는 데는 후보들의 투철한 통치이념과 정책수단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컨대 민주당 내에는 유력한 좌파 세력이 있는데 그들의 주장을 내세우면 표를 얻기 어렵다는 타산으로 표면적으로는 우파적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2030세대의 표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 좌파적 색채를 풍겨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대선후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뭐냐’고 파고들면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후보들이 논쟁과 토론을 벌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민주당만 봐도 ‘보편적 복지’라고 해서 재원마련은 생각하지 않고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 모든 걸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

한국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보편적 복지’를 하려면 연 110조 원, 총 250조 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액수가 좀 적다. 그런데 정부가 현재 지출하는 연간 복지비용이 30조 원이라고 한다. 이를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 것인가.

각 정당들이 “사회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공감을 하지만 당신들은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해야 하는데 그걸 피하고 있다.

: 양쪽이 똑같아진 이유가 한 가지라고 한다. 지난 4.11 총선에서 야당이 무리수를 뒀다. 한명숙 의원이 한미FTA 반대한다며 美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한다거나 제주해군기지를 '제주해적기지'라 부르거나 김용민이라는 사람이 막말을 서슴없이 해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서 교훈을 얻고는 발톱을 감춘 것이다. 그러고서는 일자리, 복지, 그런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그 다음 새누리당은 겁이 많아 제대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권에서 절실히 느낀 게 ‘겁을 먹었다’는 점이다. 세태에 겁을 먹고 중도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문제를 피하려 하고 있다.

물론 역풍을 두려워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지배하는 것은 공포감이다.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야 하는 데 제대로 외칠 때 안 외치고 있다.

이 싸움의 본질은 뭐냐.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느냐 아니면 체제변혁을 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본다.

: 아까 말한 것처럼 민주당도 표에 가장 큰 관심이 있지 딴 건 내놓지 않는다. 오직 표를 얻기 위해 이 사람에게는 이런 이야기, 저 사람에게는 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이들에게 ‘국가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큰 그림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득표 구걸 차원에서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가 더 발전하면 나아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대선후보들이 구체적 정책을 놓고 시행방법과 거기에 필요한 대가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역사인식, 체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 같다. 지금 우리나라가 태평성대가 아닌데 마치 태평성대에서 정책을 펴는 것, 그러니까 나라의 돈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로 대선판을 축소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이보다 더 큰 총체적인 문제로 논쟁을 벌여야 하는 판인데 새누리당은 그런 인식 자체가 없더라. 겁만 많은 게 아니더라. 그런 사람들만 모아 놓은 것 같더라. 극단적으로 말하면 새누리당 의원 중 다수가 세가 불리하면 민주당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책임의식이 없다. 전부 회사원 같은 사람들이다.

: 박근혜를 변호하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은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은 확실하더라. 국가이념 또한 확실하다.

서로 싸우는데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에게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하며 독재를 이어받을 사람이라고 비난을 하더라. 야당끼리도 ‘통치철학이 없다’고 서로 싸우고 있다. 이런 부분이 사실은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는 국가이념을 경솔하게 생각하거나 또는 인식이 없어 그렇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대선의 ‘본 판’이 벌어지면 후보들의 이념적 색채와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국가이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키려는 박근혜 후보가 제대로 해 낼 것으로 믿는다. 다만 박 후보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국가이념을 호소하고 이런 원리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면 좋겠다.


: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가치관과 철학’의 융합, 즉 '이념' 융합에 기초한 선거 연대와 후보 단일화를 약속했고 그 단일화 협상이 진행중이다.

문재인 후보를 미는 세력 내부에는 1980년대 이래의 이른바 NL(민족해방)파 또는 NLPDR(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파, 다시 말하면 북한의 '남조선 해방'파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과연 안철수 후보의 이른바 ‘중도적’ 성향에 자신들의 신념을 선선히 양보할까?

설령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 해도 그 합친 진영은 결국은 그런 체제변혁 계열에 업힌다고 보지만, 두분의 견해는 어떠신지.

그리고, 만약 안철수-문재인 동일 티켓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들은 장차 이 나라를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보시는지? 경제정책을 예로 들 때, 물론 대기업 ‘손보기’와 증세(增稅), 그리고 무상복지 확대로 나갈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과연 그 비용을 감내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과연 국가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인지

그러나 정작 더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할 것은 그 정권 변혁론자들의 안보, 외교, 대북 노선이다. 천문학적이고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은 물론, 남북관계 내지는 한반도의 존재양식을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은 양태로 바꾸지 않올까,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파격적인 NLL 위상변경을 넘어, 남북연합제를 주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2013년 체제’라는 이름으로 체제적 현상변경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그럴 경우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무용론도 자연히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한민국 건국의 ‘이유’와 정체성이 도전받을 것이란 것이다.  

: 이번 대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파와 좌파의 대결이다.

지금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어느 후보로 단일화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안철수로 단일화 된다고 하면 결국 민주당이 입양하는 꼴 밖에 안 되는데 그러면 민주당의 세력에 맞서 자신의 이념과 철학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 편으로는 민주당을 등에 업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다면 정책을 추진할 때 과연 지지 정당 없이 가능하겠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이게 안철수 단일화에 대한 의문이다.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경우의 문제는 후보 뒤에 숨은 좌경세력들이다. 민주당 내 좌파세력의 과거 행적을 보라. 사회복지, 남북관계, 외교 안보 측면에서 좌경세력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지금은 민주당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좋은 소리를 하지만 정권을 잡고 나면 총체적으로 본색을 드러낼 텐데 그렇게 되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이냐. 그게 큰 걱정거리다. 

두 후보가 한쪽은 대통령, 다른 한쪽은 국무총리가 되어 느슨한 연립정권을 구성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거대한 민주당과 정치경험이 없는 개인 사이의 역학관계는 매우 불안정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 두 후보가 단일화한 이후 집권하게 되면 ‘숨겨놓은 발톱’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 발톱이 뭐냐. 백낙청 교수가 쓴 <2013년 체제>라는 책이 있다. 그들이 집권했을 때 한반도의 위상변경을 어떻게 전개할 것이냐 하는 청사진이다. 결론은 남북연합제다. 이를 위해 상설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느냐. 자연스럽게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 주한미군도 떠나야 한다. 군비 확충이 왜 필요하냐는 논의들이 운동권으로부터 나오리라고 본다. ‘남북이 연합했는데 왜 필요하냐’는 게 그 근거가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겁 많은 새누리당 부류는 지리멸렬, 아마 전의를 상실할 것이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오합지졸이기 때문이다.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사태를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지만 대체로 ‘2013년 체제’가 말하는 대로 사회가 흘러 갈거라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은 우리가 아는 민주당이 아니라 386출신, 시민사회운동 출신, 친노 세력들이다. 이들이 중첩된다. 일종의 민족자주노선을 내건 변혁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생각도 80년대보다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극단적인 사람은 소수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통일전선전략의 문제다.

젊은 세대들이 민족자주, 민족주의, 반전평화, 강대국에 대한 저항의식, 이런 것에 불을 붙이면 굉장히 빨리 휩쓸리는 성향이 있다. 이는 촛불시위에서도 충분히 봐 왔다. 여기다 일자리 부족이라든지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적대의식과 불만, 보수정치권의 부정부패등 타락상이 겹쳐지면 엄청난 소용돌이의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 본다.

: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침묵하는 대중의 힘이라는 게 있다고 본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보면 좌파가 정권을 세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좌파가 권력을 잡기 어렵다. 보수우파의 생각은 뚜렷하다. 다만 행동을 못할 뿐이다. 좌파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보수는 그렇지 않다. 보수우파가 힘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을 막을 저력은 있다고 본다. 

: 4.19 이후 정권을 공짜로 얻은 민주당은 곧바로 구파, 신파로 나뉘었다. 구파 대통령과 신파 총리, 윤보선계와 장면 세력으로 갈려 권력 나눠먹기로 뒤죽박죽, 전국은 데모로 난리가 났었다. 결국 5.16이 일어나지 않았냐.

만약 이번에 야권 단일 후보가 승리할 경우도 이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 두렵다. 오늘 보도를 보니까 공동 계약서인가 뭔가를 쓴다고 하더라. 이게 권력 나눠먹기 계약 같다. 이번 대선도 야권이 이기면 4.19 이후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2013체제'와 관련하여 아까 말씀하신 남북통일전선이 헤메머니를 잡을 공산이 크다.

: 그럴 수 있다. 한쪽은 대통령을 하고 한쪽은 국무총리를 맡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력으로 볼 때 결국 민주당에 밀리지 않을까. 안철수 세력은 그리 크지 않다.  그게 과연 쉬울까. 힘들 것 같다.

: 지금 안철수의 생각은 이중적일 것이다. 어떻게든 합쳐야 한다고 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다 허수아비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들 것이다. 자기가 산타클로스가 아닌 이상은. 따라서 여러 가지 조건을 내걸고 안전판을 마련하려 시도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안전한 게 ‘당 대 당 연합’의 형식으로 가져가야한다고 볼 것이다.

: 그래서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연 그렇게 응해줄까 하는 게 의문이다. 좀 더 지켜보자.

: 그러니까 지금 대선은 일반적인 정치공학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인 것 같다. 이미 ‘2013 체제’를 추진하기 위해 진작부터 합의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들이 많지 않은가. 

체제변혁문제를 제쳐놓고라도 과거에 정권을 잡았을 때는 온갖 자리, 심지어는 공기업, 민간기업 사외이사까지 차지했다가 모두 빼앗겼다는 그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그 때와 비교해 춥고 배고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권을 되찾기 위해 안철수를 내세워 표를 끌어모아 합친다는 말이었다.

: 그런데 이런 게 있다. 우파는 단일화가 안 된다. 지난 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봐도 그렇다. 왜냐. 좌파는 이념이 지배한다. 이념이든 뭐든 ‘대의’만 들이대면 굴복하는 문화가 있다. 우파는 그런 문화가 없다. 이번 단일화도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대의’가 생긴다면 우파와 비교해서는 훨씬 쉽게 단일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념 집단과 이념이 별로 신통치 않은 집단이 합치면 ‘물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맹물과 물감을 타면 모두 물감색으로 변하듯 안철수가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면 결국 색깔이 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집권시에도 결국 안철수 후보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것이다. 일회용 불쏘시개.

안철수는 젊은 층과 중도를 끌어들이는 미끼, 호객꾼으로 써먹으려는 것 같다. 즉 산토끼를 끌어 모으고, 문재인은 집토끼를 끌어 모으는 역할분담을 해서 단일후보 집권 투쟁을 벌일 것이다.

: 박근혜 후보는 문-안 두 후보 또는 그 연대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대척점으로서의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한 권력투쟁의 차원에서는 대척점에 있지만, ‘싸우는 자’로서의 자세에 있어서는 “왜 꼭 문재인 안철수 아닌 박근혜라야만 하는가?”의 절실하고 뚜렷한 차별성을 국민들에게 보이지 못한다는 평이 있다. 그래서 세긴에는 “누가 되든…”이라는 말까지 들린다고 한다.

제가 보기에도 박근혜 후보와 그 팀이 답답해 보일 때가 많다. 곧잘 타이밍을 놓치고, 무언가 ‘쎄게’ 치고 나가는 것도 없고, 공격은 안 하면서 수세에만 몰리고, “상대방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여러분과 이 나라의 운명을 그런 그들에게 맡겨서야 되겠습니까”라는 감동적 호소력을 발휘하지도 않고, 목숨을 던지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비장감도 별로 보이는 게 없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가 있을까?

: 박근혜 후보에게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괜찮아 보인다. 박근혜가 국가이념 등은 잘 이해하고 있다. 사상을 갖춘 웅변가가 아니다. 사명감과 카리스마를 갖고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차근차근 조용히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왜 공세적으로 나서지 못하느냐” “답답하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반대로 호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기존 정치인과 달리 차분하게 설득하는 점에 호감을 갖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아쉬운 점은 아까도 말했지만 지도자라고 하면 자기의 신념, 사명을 열성적으로 표출해야 한다. 내가 뭘 해야 되겠다, 왜 내가 아니면 안 되느냐 하는 걸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는 ‘왜 내가 아니면 안 되느냐’는 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더욱 열성적으로 외쳐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젊은 세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게 문제다. 그런데 박 후보가 젊은 층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요새 젊은 층들이 상당히 똑똑하다. 맹목적이지도 않다. 박 후보가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이런 변화를 가져오고 말겠다”는 신념과 사명감을 보여주면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류: 지금까지 대선 과정을 보면 야당이 공격을 한다. 그물을 던진다. 그러면 박근혜가 그물에 얽혀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걸 넘어서자 겨우 30여 일 남았다. 선거운동의 3분의 2를 야당이 쳐놓은 그물 벗어나는데 모두 허비한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공격을 해야 득점을 하고 관객들의 응원도 뜨거워 진다. 그런데 박근혜는 여태껏 야당을 공격하지 않고 있다. 제가 심판이라면 스포츠처럼 ‘붙어!’라고 명령하고 싶다.

한국과 같은 험악한 정치풍토에서 리더는 ‘최전선의 전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도 그게 아니고, 박근혜 후보도 아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김영삼, 박정희 대통령 모두 ‘전사’였다.

요새 ‘문명화된 리더’를 말하는 데 말은 좋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전사형 리더'라고 본다. 이번 이명박 정권을 지나면서 절실히 느꼈다.

CEO대통령? CEO는 협상가다. 상대방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접대하고 아첨하면서 수주를 받는, 그런 대통령을 모시기에는 아직 우리 정치권 문화가 이르다고 본다. 아니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현실이 그럴 여유가 아직은 없다.

공격의 기회도 많이 놓쳤다. NLL 무력화는 물론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또는 공사중단 논란도 모두 놓쳤다. 이런 걸 왜 딱 붙들고 공격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놓친 게 아니라 놨다.

이건 박근혜 후보를 떠나 새누리당 전체가 문제다. 내부소통이 없다고 한다. 무슨 위원회가 많지만 겉돌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인의 장막을 쳐서 의사결정과정을 알 수가 없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수많은 보고서가 올라가도 후보의 반응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 남은 30여일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 지난 총선 때는 다 무너져 가는 걸 박근혜가 살렸는데 왜 이런 장기를 안 살리는 걸까. 그래서 조직관리가 미숙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오는데 그건 저도 조금 느낀다. 공격적인 리더십이 있고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지만 타고난 성격이 그런데 어떻게 하냐.

조금만 더 두고 보자.

아직은 야당 후보 단일화가 안 돼서 그렇지 싸울 상대가 나타나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최근 TV토론도 ‘3자 토론’을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명확하지 않은 데 ‘카드’를 모두 꺼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인 뿐 아니라 국민 또는 유권자의 몫도 있다. 박근혜․문재인 후보에게는 고정 지지표가 있다. 그리고 무당파 층이 안철수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 부동층과 미결정 층은 주로 젊은 층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기득권층에 불만을 품은 ‘풍요시대’의 자녀들이다. 고생 없이 자랐으면서도 역사상 자신들 만큼 재수없는 피해자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세대다. 결코 1980년대 세대 같은 극좌는 아니면서도 정치적 선택을 할 때는 좌파에겐 가산점을 주고 비(非)좌파에겐 감점을 주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 공간과 SNS의 부정확하고 얄팍한 정보, 그리고 좌경 교사들의 왜곡된 현대사 교육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자란 세대다. 

지식인과 정치인 등, 엘리트가 이들 신세대와 대중의 폭주 앞에서 리더십과 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에게 아부, 아첨하는 경향마저 있다. 그들의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에게 매 맞는 교사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가 ‘학생인권 조례’다 뭐다 해가지고 그런 풍조를 조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주정꾼이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면 경찰관이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법치와 질서가 경시당하고 조반유리(造反有理, 대드는 것은 옳다) 풍조가 기승하고 있다. 

이런 대중적 세태가 일부 극렬 변혁 음모가들과 선동가들에게 운동장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조반유리 대중이 자칫 선을 넘을 경우 나라의 명운이 어디로 기울지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보수라 할까 우파라 할까 하는 진영이 제대로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지키기가 그 만큼 힘겨워졌다는 뜻이다. 이번에 곽노현 교육감의 '후보매수' 파동이후 교육감 보선에서는 야권이 더 극렬한 좌파 단일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 우리나라 교육이 참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가이념이 자유민주주의이고 그것은 민주적 대의정치와 시장경제체제를 양 축으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이 원리원칙을 각급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가르치고 있는지 커다란 의문을 갖고 있다. 이 명분 아래서 모든 걸 주장해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교육자는 물론 정치인들까지도 ‘Liberty & Freedom’이라는 국가이념을 입버릇처럼 외친다. 이 명분 아래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한 나라에는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이 될 만한 국가이념이 있어야 한다. 국가이념이 없으면 내부 분열과 분쟁이 계속돼 통합이 불가능하다. 국민통합이 안 되면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급 교육에 있어 국가 정체성과 국가이념이 무엇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와 경제운영의 기본 원리, 원칙이 무엇인지 철저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교육정책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사람이 성실하게 살아가고 나라를 사랑하고 시장경제가 뭐고 자유가 뭐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이 뭔지를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교사가 학생에게 매맞고 경찰이 범죄자를 피하게 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자유민주주의는 철저한 법치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법치주의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자유는 방종과 무질서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유의 미덕과 책임을 제대로 가르치는 나라에서는 학생에게 매 맞는 교사가 있을 수 없다.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엄격히 응징한다.

법치주의 또한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법치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느냐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즉 법치주의와 교육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폴리스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경찰관이 묵과하지 않고 즉각 체포한다. 인권조례는 학생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이념이다.

정치인들이 리더십과 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비전과 사명감, 열성, 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지도자는 권위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좌파의 적극성에 비해 우파는 방관자적이고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침묵하는 다수의 힘을 믿는다. 좌파의 책동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좌파 정권을 택하는 일은 여태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말한 리더십의 조건을 갖춘 우파 지도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요새 젊은이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지를 갖고 있다. 똑똑하고 개방적이고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하고 이런 점은 우리 세대를 능가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세대가 잘못 키운 게 있다.

첫째는 나이가 30대, 40대를 넘어서도 계속 월급을 받을 생각만 한다. 자기가 백지 상태에서 발가벗고 고생해서 뭔가를 창출해 내려는 노력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고 하면서 그 돈은 부모세대가 대기를 바란다. 일종의 공짜심리다.

그 다음에는 획일화, 타인지향, 대세나 유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20대에 외톨이가 되어 ‘아니다’라고 소리 지를 줄 모른다. 인터넷이다 대학풍조다 해서 특정방향으로 가는 사회적 흐름을 ‘대세’라며 흘러갈 때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이때 혼자라도 나와서 외치고 부딪히겠다는 반항, 용기가 없다. 젊은 사람들이 현실에 대한 거역과 반항, 고난과 탄압을 이겨내겠다는 게 없이 그저 맞춘다.

: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국가이념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그 가치가 없으니까 그런 것으로 본다. 목숨을 걸 확신이 서지 않으니까 일어서지 않는 거다. 우리나라 교육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까지 모두 나서서 ‘이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

나도 젊은 층들을 자주 만나 보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똑똑하다. 좌파들의 담론에 넘어가 진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진실은 이거다’라고 알려주면 다 알아 듣는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건 대부분 공감을 하는데 이를 바꿔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정신적 구심점, 리더십이 필요하다.

: 젊음이 뭔가? 안 가르쳐도 혼자 찾아서 반항했는데, 이런 행동은 탐구에서 나온다고 본다. 우리 젊은 시절에는 온건좌파조차 탄압을 받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 때 열심히 반항하고 투쟁한 결과 지금 좌파들이 세상의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아무튼 요새 애들은 왜 그렇지 않을까. 왜 직접 찾아서 틀을 깨고 나서려 하지 않을까. 용기를 발휘해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애기로 키운 거 같다.

: 얼마전에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마음 둘 데가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지금 대선 후보들을 보면 마치 ‘의적 일지매’ 머리띠를 두르고, 부잣집 곳간 털어서 선심 쓰겠다는 꼴이란 내용이다.  천만 관객이 들었다는 영화를 보면 모두 도둑질 깡패 싸움질 정신 분열증 이야기이다. 또 야권 단일화는 '건달들의 치킨게임' 즉 둘다 망할것 같으니까 한쪽이 져주는 게임 아니냐고 지적해 화제가 됐다.

대선 후보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국민의 문화복지, 정신복지, 법치를 위한 치안복지, 교육복지 등은 왜 안 내놓느냐라고 일침을 가해 공감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는 지금 정신공황, 문화공황 상태다. 어려서부터 인간 만들기 교육, 세계가 배우고 싶어하는 새마을 운동 정신, 근면, 자조, 협동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 이런 게 교육의 문제인데 나는 우리나라 교육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그 조금이라도 방향을 돌리는 게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도 나서서 ‘이것이 진실이다. 이렇게 나아가야 산다’고 꾸준히 외쳐야 한다.

: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역사교육인 것 같다. 여전히 식민지배의 연장선상이 현대사라고 배우고 있다. 젊은이들이 굉장히 똑똑함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나 역사책들이 모두 이러니 개념을 애국심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다 사회적인 장애물도 있다. 지난해 우파 교수들이 한국현대사학회를 만들어 책을 많이 냈는데도 이상하게 유통이 안 된다. 학교에서는 교재로 채택이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결코 좌익이 아닌데도 보수-기득권층은 ‘노!’ 뭔가 기득권에 대드는 것 같은 후보들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이러니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 이탈리아 공산당 이론가 그람시의 진지전이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결과이다.

각계각층마다 구축된 진지들, 특히 '문화 진지' 헤게모니는 좌파 독점상태가 된지 오래지 않나. 예컨대 서점에서 '북한 코너'가 사라진 게 김대중 정권 시절이다. 최근 ‘레드’라는 북한 관련 첩보소설이 나왔는데 서점에 가서 검색해보면 안나온다고 한다. 키워드 검색 프로그램에 쉽게 못 찾도록 장애물을 만들어 놓았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 이런 여러 가지를 보면 좌파 진영에는 엄청 우수한 전략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파에는 그런 전략가가 없다. 젊은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진보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진보가 뭐냐. 여기에 계신 분들이 결코 진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젊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보수가 마치 ‘수구반동’인 양 몰아세우는 데 절대 아니다.

제 개인적으로만 봐도 경제정책, 분배정책, 환경, 여성 문제 등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또 가지려고 애를 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좌파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전체주의 독재로 가는, 이미 망한 공산주의 좌파다. 북한만 빼고. 다른 하나는 서유럽 사회주의 정당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면서 의회와 법률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의 주장을 하는 서구적 좌파가 있다.

그 중 서구적 좌파는 오히려 환영한다. 우리 헌법도 이런 좌파를 내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렇다면 좌파라고 다 진보냐. 유럽식 사회주의를 진보라고 한다면 독재정치로 가는 공산주의는 좌파수구반동으로 봐야 한다.

두 번째는 보수진영의 타락에 대해서는 양식 있는 우파 세력이 앞장서서 두들겨 패야 한다. 감싸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의 부패를 감싸거나 일부 재벌들의 부정을 봐주거나 하면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게 애국좌파진보우파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보수는 뭐냐. 보수라고 하면 뭔가 수구세력처럼 들리는데 보수는 부단한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다. 전통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전통이란 국가, 민족이 꾸준히 지켜온 어떤 가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가치를 지키면서 부단히 개혁해 나간다는 게 보수의 진짜 의미다.

1880년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만든 게 독일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다.
1891년에 세계 최초로 실업보험을 정비한 게 윈스턴 처칠이다.
1930년대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해 미국을 공황을 이겨낸 게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이를 봐도 우파가 개혁을 통해 이뤄낸 것이지 좌파는 한 게 별로 없다.

존 F. 케네디도 그 유명한 취임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유사회에서 다수의 빈자를 돕지 않으면 소수의 부자를 보호할 수 없다.”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까 보수는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부단히 개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릇된 진보주의자들은 이걸 수구로 몰고 있다.

: 우리나라 언론이 진보라고 써주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주장하는 게 북한 수준 아닌가. 너무나 '수구반동'이기에 '진보' 간판을 제손으로 달고 있지 않은가.

: 진보를 우리가 선취해야 한다. 가져왔어야 한다.

: 아니, 이미 갖고 있는데 잘못 알고 있고 교육시키지 않았다.

: 우리가 말싸움에서 진 거다. 우리나라 헌법의 폭이 무척 넓다. 그 안에서 다양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단순하게 보수와 진보라고 나눌 수 없는 것이다.

: 우리 헌법이 얼마나 폭이 넓은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헌법 제119조는 1항과 2항으로 되어 있다. 그 중 2항에는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 소수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득 분배를 공평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라고 그렇게 이미 명시돼 있다.

이런 점만 봐도 우리나라 보수도 여태까지 해온 것이 이런 일이지 무슨 이기심이나 수구적인 게 아니라는 말이다.


: 지금 선거판에는 파묻힌 이슈들, 그러나 실제론 너무나 중요한 세기적인 이슈들이 많다.

지금 동북아 정세는 가파르다.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얽힌 최근의 영토분쟁과 국가이기주의의 충돌이 그렇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절대로 그런 국제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판국에 그러나 선거판엔 그런 쟁점은 안 보인다.

게다가 야권 후보들은 유신 비난, 인혁당사건, 한미동맹, 제주해군기지등을 이슈로 삼아 대선을 이용하여 대한민국 체제 파괴와 공산당 명예회복까지 1석3조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한 가지, 저출산 문제는 어쩔것인가. 한국의 미래와 젊은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중대 이슈다. 정치인들이 왜 이런 데엔 무관심할까? 
 
경제적으로도, 지금 세계적인 기업이라 할 만한 것은 엄밀히 말해선 삼성전자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전철을 밟아도 할 수 없다는 투다.

이런 식으로 대선 판이 정작 치명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을 파묻으면서 지엽말단으로 흐르는 게 문제다.

두 분은 우리가 직면한 세기적인 문제군(群)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선거 판 정치인들에게 그런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어젠다들과 처방들을 주문하겠는가?  

: 먼저 외교안보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 사이에 있다. 한국은 그 중간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남북통일을 실현할 것인가라는 게 기본문제다.

여기서 어떤 전략이 필요한 것인가?

한국은 美․中의 전략적 상호이익이 충돌하지 않는 접점에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해서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곳을 찾아야 한다.

좌파 진영은 한미동맹 해체하라고 난리일 것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약소국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한국이 민감한 국제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한국은 1대1 쌍무간 협의로서는 국익을 수호하기 어렵고 문제를 다자간 협상 테이블로 가져 가야 우리 편을 드는 우방의 힘을 빌릴 수 있다. 결국 다자간 협의체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을 포함한 다자회의를 만들라는 요구를 2002년부터 해 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6자 회담을 만든 것이다. 이런 다자간 협의체제를 만들어 주변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나는 일찍이 동북아 개발은행(NEADB), 동북아안보협의체(NASO)의 창설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기본 문제는

(1) 후진적 정치문화

(2) 이념의 갈등

(3) 집단적 이기주의

(4) 계층간-지역간 격차와 대립

(5) 노사분규

(6) 법치주의 이완

(7) 교육정책의 방황 등이다. 


한편 경제면에서는

(1) 전통적 산업의 경쟁력 상실

(2)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소수 품목에 집중

(3) 소재와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내수와 고용 유발효과가 적고

(4) 청년 실업이 늘고 있고

(5)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있고

(6) 소득 분대가 양극화하고

(7) 농업의 기업화와 과학화 부진 등이다.


사람들은 경제가 안 되는 게 이명박 대통령 탓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때문에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게 뭐냐. 아시다시피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브릭스 국가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면 장기적 구조조정과 단기적 경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먼저 장기적으로는

(1) 기업과 분배의 양극화 해소

(2) 산업구조의 개편

(3) 산업수요에 적응하는 인력개발

(4) 중소기업의 재활

(5) 한국형 사회보장제도의 확립

(6) 기업집단(재벌)의 정상화

(7) 농업의 구조조정 등이다.


단기대책-총수요의 진작으로는

(1) 수출신장-신 제품 개발과 시장개척

(2) 소비증가-가계 부채 문제의 해결

(3) 민간 투자확대-투자환경개선,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

(4) 정부지출 증가-공공사업, 사회보장 사각지대 해소, 일시적 적자재정이 불가피하다.


요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있으나 경제 패러다임을 어떻게 고친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총 수요 관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모든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보수층의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 그렇지 않은 걸 증명하기 위해 사회 상층부, 정치 엘리트, 경제 엘리트들의 부정부패를 좌파보다 먼저 앞장서서 공격할 수 있는 ‘진보우파’의 입장이나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요즘 ‘재벌 때리기’라고 나오는데 재벌이 잘못하는 것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지배구조 문제라고 한다. 이건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를 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거래를 일삼고, 공정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즉 이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엄격하게 다스리는 게 맞다.

그런데 좌파들은 ‘재벌해체’를 요구한다. ‘재벌해체’를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안 된다. 그건 대한민국 함께 망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파 진영이 정신 바짝 차리고 우리나라의 약점을 우리 스스로가 고쳐 나가야 한다.

경제 문제에도 뾰족한 해법은 없다고 본다. 다만 경제구조, 산업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구조 개혁이 뭐냐?

바로 기업과 경제의 양극화를 해결해 나가면서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산업수요에 필요한 인력개발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 재활이 필요하다, 한국형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등의 문제다. 이런 문제와 개선 방향은 이미 모두 알려져 있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이런 문제를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것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결의, 신념이 있는지,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총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 2011년 희수(喜壽, 88세)를 맞으셨을 때 <경제개발의 길목에서>라는 책을 쓰셨다. 여기에는 총리께서 1969년부터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우리 경제의 뼈대를 세우고 살을 키운 일화들이 많이 있다. 그 시작이 GDP 1조 달러인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총리께서 하신 일 중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달라.

: 내가 1969년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4년 동안 재무부 장관, 3년 동안 경제부총리를 했다. 당시와 지금의 여건은 크게 달랐다. 박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신 건 “정치는 내가 할 테니까 임자는 경제만 책임져”라고 하셨다. 그때 일 중 가장 기억나는 건 박 대통령의 용인술이다.

박 대통령은 통치 목표가 뚜렷했다. 장관을 직접 뛰도록 만드셨다. 장관을 비서처럼 부려먹어야 한다. 장관을 영어로 ‘비서(Secretary)’라고 하지 않느냐.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통령이 비서관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내 관점에서는 ‘이게 있을 수 있느냐. 우리 시대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대통령이 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 비공식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 듣기 좋지만 그걸 공식 회의로 주재한다는 게 이상하다.

또 박 대통령은 관료와 시장조직(기업)을 동시에 활용해 경제를 개발해 나갔다.

물론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시대에 대통령이나 장관이 기업과 관료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건 안다. 하지만 설득할 때까지는 설득하다가 안 되면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지금의 대통령과 장관에게 과연 그럴 기백이 있는지 의문이다.


: 세간에서 ‘재벌 때리기’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서 직접 듣는 ‘안티 재벌’ 정서는 재벌기업 전체가 아니라 몇몇 재벌을 향한 것이었다. 실제 취재를 해보니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권력만 따라다니는 재벌기업이 일부 있다. 이들을 감싸는 세력이 관료, 언론, 정치권 등 한둘이 아니다.

좌파 진영은 이를 가리켜 ‘박정희 시절의 과오’라고 주장하지만 연세드신 분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들은 이 두 의견을 듣고 헷갈린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재벌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지금처럼 공정위, 금융위, 정부 부처 등으로 권한이 나뉜 상황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은지 총리의 의견을 듣고 싶다.

: 박 대통령 시절에는 재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중앙정보부는 물론 국세청, 경찰, 검찰 등 각종 사정기관이 모두 나서 가차 없이 처벌했다. 재벌의 범죄나 비위가 청와대 귀에 들어가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조치했다. 다만 당시 경호실까지 나서기도 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았다.

사실 재벌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 왔다.

박 대통령은 재벌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당시 우리는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려 했는데 아무 기업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기업을 발굴해 집중지원하지 않으면 안 됐다. 기업들에게 일을 시켰을 때 그 중에서도 잘 하는 기업이 있었다.

이들은 매월 경제보고회에서 사업 추진과정을 대통령께 보고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뭔가 되어 가는 상황, 발전이 일어나는 상황을 즐기며 살았던 것 같다. 고속도로, 울산 조선소, 유화단지 등을 직접 돌면서 관심을 갖고 챙겼다.

이때 박 대통령은 추진력이 있는 기업을 도와줬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에게 중화학 공업을 일으키라고 지원했다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

박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을 키운 이유는 두 가지다. 후진국이 따라오니까 그동안 영위하던 경공업 갖고는 안 된다는 것과 자주국방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우리 군에 소화기만 주고 중화기를 안 줬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직접 무기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1972년 박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 선언을 했다. 이때 나는 재무부 장관이었는데도 내용을 몰랐다. 이때 자금조달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없길래 결국 손을 들고 ‘재원조달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이 말에 박 대통령이 놀랐는지 회의 끝나고 나를 불러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때 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일본은 세계대전 패망한 뒤 다시 일어나 중화학 공업을 일으켰다. 그들은 나라의 운명을 걸고 경제를 죽였다 살렸다. 나는 이번에 경제 하나만 걸려고 한다. 장관이 도와달라.”

이렇게 지도자는 사명감과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거기서 열정이 나온다. 이게 지도자의 조건이라고 본다.

아무튼 이때 나는 정부예산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해 국민투자기금을 만들었다. 정부가 갖고 있는 각종 예금을 모으고,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증가액 중 몇 % 등을 함께 지원받았다. 재미있는 건 이게 중화학 공업 육성을 위한 기금인데도 당시 장관들이 단순하니까 이게 예산인 줄 알고 그 기금 규모 내에서만 어떻게 예산 얻으려고 노력했다.

최근 좌파들은 우리나라 재벌만 문제라고 말한다. 일본은 다르다고? 일본 재벌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해체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업집단’으로서 일본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만약 재벌을 공정거래법으로도 다스리지 못하면 그때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통제하면 된다.


: 박근혜 후보에게 아젠다 하나를 제안하고 싶다. 박 후보가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하며 싸워야 할 주제들이 있다.

먼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을 좌파라고만 공격할 게 아니라, 그들이 권력을 잡았던 시절의 부정부패 문제와 이미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을 공격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시대에 있었던 자리 나눠먹기, 부정부패 사례만 제대로 수집해서 그런 것만 터뜨려도 좌파 진영은 난리가 날 것이다. 지독한 사실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곽노현 교육감과 같은 일은 빙산의 일각이다. 부산저축은행부터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가 있지 않느냐.

또 대선 경쟁에서 북한 제대로 알기 주제를 왜 뺐느냐하는 것도 의문이다. 요덕수용소와 탈북자들의 기막힌 스토리를 왜 묶어서 말하지 않을까. 7살짜리 딸을 버리고 탈출해야 했던 탈북자의 사연 등 피눈물이 나는 사연이 얼마나 많은데…. : 박 후보가 한 이야기는 ‘아버지로서는 당시 필요했던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는 말로 이해한다. 박 후보의 행동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대선후보 입장에서 표를 얻자면 중도계층을 끌어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다. 국가원로이신 총리께서 오늘의 세대, 오늘의 정치인들, 오늘의 유권자들, 오늘의 지식인들, 그리고 오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인들에게 각각 꼭 전하고 싶으신 충고와 쓴 소리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 요새 ‘보편적 복지’니 뭐니 하면서 ‘복지’가 화두다. 나는 사회보험제도를 실속있게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5대 사회보험과 1개 공적부조제도(기초생활보장법)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복지국가의 제도적 구색은 갖추고 있지만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사회복지제도는 빈곤층 구제를 위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빈곤하기 때문에 복지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사각지대가 있다.

예컨대 정부통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자영업자 등의 지역가입자들 860만 명 중 500만 명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상태에 있다고 한다. 2011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혜연령인 60세 이상 노령인구 780만 명 중 국민연금 수혜자는 300여만 명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사각지대는 많다.

이런 복지제도를 내실화하는데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 정치인들은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행하려면 과연 얼마가 들까.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해보니 터무니없는 금액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등이 내건 공약을 이행하려면 향후 5년 동안 간접비까지 포함해 572조 원, 새누리당은 281조 원이 든다고 한다.

2012년 정부의 사회보장예산이 30조 원이라는 데 연 평균으로는 민주당 114조 원, 새누리당 56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저 54조 원, 최대 114조 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세출예산이 지금의 1.8배 내지 3.8배는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실성이 없다.

한편 우리나라 사회복지 제도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은 20.7%이고 OECD 평균치는 26.6%다. 우리나라 총 조세 중 사회보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8%로 미국의 26.6%, 일본 38.3%, 독일 40.3%, 프랑스 37%, 스웨덴 30.1%에 비해 현저히 낮다. GDP 대비 사회보장비 지출비율도 우리나라는 6.1%인 반면 스웨덴은 28.9%, 프랑스 28.5%, 독일 27.4%, 일본 16.9%, 미국 14.8%인 것보다 너무 낮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조세부담률은 낮은데다 조세 중에서 사회보장비가 차지하는 비중마저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사실 국방비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IMF가 2006년 발표한 각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보면 미국이 12.02%, 한국이 11.47%, 영국 5.9%, 프랑스 3.56%, 독일 2.34%, 일본 2.63%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사회복지 내실화를 추진하려면 어느 정도의 증세가 불가피하다. 매년 GDP의 1~2%를 증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증세율을 줄이기 위해 절세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특히 조세감면액을 줄여야 한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보고에 따르면 현재 조세감면액은 30조 원으로 GDP의 2.5%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대폭 줄이면 사회보장지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 그 다음 전반적인 정부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복지재원 비중을 늘일 여지가 있다. 셋째 장학사업, 양로원, 보육원, 의료봉사사업 등 민간의 사회보장 사업을 장려하고 정부지원을 강화하면 복지증진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런 모든 내용을 담은 ‘사회보장확충 5개년 계획’을 정부가 세우고 국회의 의결을 얻어두면 부질없는 정치 논쟁은 사라지고 국민들은 앞으로 사회보장이 좋아진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건 적자재정으로 사회복지재정을 확충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재정에 맛들이기 시작하면 만성화될 우려가 높다. 적자재정은 경기후퇴 국면에서는 일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지만 영구적인 제도처럼 굳어지면 그리스의 꼴이 되고 만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남덕우(南悳祐) 前국무총리

1924. 4. 22 경기도 광주 출생
1946. 9. - 1950. 6. 국민대학교 정치학 학사 
1952. - 1956. 3.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57. 9. - 1960. 8. 美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61. 美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주요 경력

1952.11-1954.3. 한국은행 행원 
1954. 4.-1964.8. 국민대학교 교수
1964                 연세대학교/서울대학교 강사
1964-1969.10    서강대학교 교수
1968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초청교수
1969                경제과학심의위원회 위원
1969.10.21-1974.9.18  제24대 재무부 장관
1974.9.19-1978.12.14  경제기획원 부총리 겸 장관
1979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
1980.9.21-1982.1.4  제14대 국무총리
1982.1-1983.11       국정자문위원
1982.2-1983.11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1983.10.31-1991.2   한국무역협회 회장
1991.2-1994.2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
1992.12.18-2005.3   동아시아경제연구원(API) 회장
1994.2-현재            한국무역협회 고문
1983.10.31-2007.2.20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1998년 9월-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원로자문단(비상근)
1999.5.14-현재        서강포럼 고문(비상근)
1999.5.12-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윤리위원회 위원(비상근) 
1999.9.17-2005.5    동북아경제포럼 한국위원회 위원장
2001.2.-현재           해공신익희선생 기념사업회 이사
2003.5.20-현재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2003.5.26-2004.6.30  (재)IBC 포럼 이사장
2005.5.17-현재        (재)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2007.2.20-현재         산학협동재단 고문

 

류근일(柳根一) 前조선일보 주필 

1938년 1월 30일 서울 출생

  ~ 1956 서울 보성고 졸업
  ~ 1961 서울대 정치학과 중퇴
  ~ 1987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 1994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주요 경력

1968 ~ 1973      중앙일보 기자
1971 ~             중앙일보 차장
1973 ~ 1974      중앙일보 월간부 부장
1974 ~ 1981      중앙일보 논설위원
1981 ~             조선일보 논설위원
1988 ~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실장 이사대우
1992.8 ~           종합유선방송(CATV)위원회 위원
1993.12 ~         한일포럼 대표단
1995.3 ~ 1996.12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실장 이사
1995.9 ~ 1998.9  제2기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
1995.10 ~          삼성언론재단 이사
1996.1 ~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윤리헌장심의회 위원
1996.3 ~           대법원 사법연수원발전위원회 위원
1996.11 ~          한일역사공동연구 운영대표
1997.1 ~ 2002.3  조선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주간 이사
1998.9 ~            국회제도운영개혁위원회 위원
1999.4 ~            의회지도자상 건립대상자 선정 자문위원
2002.3 ~ 2003.2  조선일보 주필 / 국제정보경영연구원 고문
2003.2 ~             에딘버러공(公) 펠로
2004.9 ~ 2008.12  조선일보 칼럼 연재
2008.6 ~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
2008.12 ~            조선일보 류근일칼럼 연재 종료
2009.3 ~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정치커뮤니케이션 강의)
2009.3~              뉴데일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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