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의원, 문화재청 분과委 권한 높여 '심사 간소화' 정황… '이해충돌방지의무' 위반 의혹
  •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뉴데일리 DB

    '목포 투기'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지위를 이용해 문화재청의 문화재 지정 과정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손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17년 5월 25일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가 조사·심의한 내용을 문화재위원회에서 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게끔 격상한 것이 법안 내용의 골자다. 당시 손 의원 측은 목포 건물 매입을 시작한 상태였다.

    해당 법안엔 "법률에 분과위원회 또는 합동분과위원회가 조사·심의한 사항은 문화재위원회가 조사·심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명시함으로써 법체계상의 미비점을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현행법상 시행령에는 기재돼 있는데 법률엔 기재돼 있지 않아, 위원회 효율성을 위해 개정을 추진했다는 취지다. 이후 법안은 9월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문화재청 목포 거리 심사과정, '초스피드'

    이에 따라 조사 권한이 높아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는 지난해 6월 자체적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위원 9명이 모인 가운데 목포 등 3곳을 면단위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하기로 결정했고, 두달 뒤인 8월 실행에 옮겼다.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라고 해서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손 의원의 법안 발의가 문화재청의 문화재 지정에 속도를 붙인 것은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장이 위촉하는 80명 이내의 위원들로 구성되며, 임기 2년에 연임할 수 있다. 위원회의 의사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손 의원 법안 통과 이전에는 분과가 심의한 내용을 문화재위원회가 보고받아 검토하고 최종 결재해야 하지만, 법안 통과로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됐다. 

    한국나전칠기박물관장 출신으로 문화재계에서 인맥이 넓은 손 의원이 비공식적으로 근대문화재분과위원 등에게 의견을 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목포 실사 문화재위원 "등록 절차 급했던 건 사실"

    한편 당시 목포 현지 실사에 참여했던 한 문화재 위원은 지난 16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등록 절차가 조금 급하게 진행됐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등록 절차 중 손 의원과 만나거나 손 의원 측 사람과 접촉한 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등록 문화재'로 등록될 경우,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고 정부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손 의원은 지난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나중에 그 거리를 면으로 동네 전체를 문화재 지정을 했다고 해서 참으로 의아해했다"고 부인했다.
     

  • ▲ 손혜원 의원 대표발의 법안.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 손혜원 의원 대표발의 법안.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면단위 문화재 지정, '도시재생 뉴딜' 文공약에 탄력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문화재의 경우 매매도 할 수 있고 상업적 이용도 가능한데, 과거에는 건물을 단독으로 한 채씩만 등록해줬다"며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손 의원이 문체위 간사로 있는 동안 지역 전체를 문화재로 등록하는 식으로 제도가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이 의문을 품은 제도는 11년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2007년 당시 기존의 점(點) 단위 중심의 등록문화재(근대유산) 체계를 선(線)과 면(面) 단위로 확장해서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문화재청 안형순 근대문화재과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만 해도 문화재 등록이 혹여 재산가치를 하락시키지 않을까 저어한 주민들의 소극적인 반응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시들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손 의원이 권한을 격상한 근대문화재분과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된 목포 등록문화재 등록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주장대로 면 단위 지정 계획은 과거 등한시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손 의원이 지인을 통해 건물을 매입하기 시작한 시기는 개발 호재 신호인 문 대통령 후보자의 해당 공약이 발표된 2017년 4월 이전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기존에는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 형식의 정비 사업과 달리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도심환경의 개선을 꾀하는 사업이다. 인구감소, 산업구조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사회·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문화·환경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국토부와 문화재청이 2017년 7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부처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목포서 '정면 승부' 예고한 손혜원, 번복

    한편 손 의원은 이번 주말(오는 19~20일) 전남 목포시에 내려가겠다고 밝혔다가 번복했다.

    손 의원은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말에 목포 갈까요? 기자들, 지지자들 다 같이 갈까요?" "다 같이 목포 가서 페이스북 라이브(생방송)로 실감나게 진짜 목포를 보여드릴까요?" "목포 토요일(19일)에 갈까요? 일요일(20일)에 갈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이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고, 결백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손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오후 "손 의원이 이번 주말 목포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목포행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