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덧 휴전 63주년이 다가옵니다. 분단의 상징인 저 판문점이 없어져야 북한 땅에서 김정은 독재정권하에 노예와 짐승처럼 사는 2천만 주민들의 비참한 모습을 지을 수 있겠지요.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하고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찍은 것입니다. [사진 = 림일 작가]
    ▲ 어느덧 휴전 63주년이 다가옵니다. 분단의 상징인 저 판문점이 없어져야 북한 땅에서 김정은 독재정권하에 노예와 짐승처럼 사는 2천만 주민들의 비참한 모습을 지을 수 있겠지요. 사진은 지난 2014년 11월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하고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찍은 것입니다. [사진 = 림일 작가]

    김정은 위원장! 지난 14일 조선중앙통신은 당신이 ‘백두산건축연구원’(중앙당 소속 건축설계기관)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뉴스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감회가 있어 이렇게 펜을 듭니다.

    평양지하철 봉화역과 국제문화회관 사이에 있는 ‘백두산건축연구원’ 청사 뒤로는 평양의학대학 병원이, 앞으로는 체코공화국 대사관이 있지요. 그 대사관 옆에 있는 6층짜리 아파트(중구역 외성동 33반)에서 제가 살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제문화회관(윤이상음악당) 정문을 등지고 왼쪽에 나란히 있는 아파트죠.

    제가 그 아파트에 수년간 살면서 100m 밖에 있는 ‘백두산건축연구원’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모든 평양시민들이 그러듯이 항상 배고프고 수령학습과 정치생활 걱정이 태산 같아 그런 부문(건축설계)에 흥미를 못 느꼈답니다.

    대신 내가 가진 호기심은 다른 것이었죠. 당시만도 2층에 외화상점, 지하에 외화식당(민족식당)을 갖춘 윤이상음악당으로 평양을 방문한 남측 손님들이나 외국인들이 자주 찾았는데 그들을 보며 생각이 많았습니다.

    ‘저 사람들도 과연 우리처럼 의무적으로 평생 수령학습과 당의 정치교육을 받으며 살까? 우리처럼 육체는 물론이요, 머릿속 생각까지 당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사회주의 낙원에서 위대한 수령을 모시고 살기에 영광의 인민이라는데 왜 항상 배고프며 춥게, 그리고 총화(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할까?’

    또한 내 집(6층 43호) 앞 복도에서 온종일 대사차량 한두 번 정도 드나드는 체코대사관 경내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나도 평양이 아닌 프라하에서 태어났으면 자유롭고 배부른 외국인으로 살겠지!’ 하는 부러움도 가득했지요.

    김 위원장! 제가 언젠가도 말했지만 평양은 당신만의 낙원이고 천국입니다. 건축이 화려하고 예술이면 뭐합니까? 사람에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것이 우선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유겠지요.

    솔직한 말로 공화국에서 당신만큼 자유롭고 유족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의 그 기름진 얼굴과 100kg 남짓의 몸무게가 증명하죠. 인민들에게는 생계를 위해 도보로 제 지역을 벗어나도 정부승인을 받아야 하는 감시제도를 실시하고 당신은 자유롭게 전국을 특별열차나 전용기를 타고 다니니 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제발 생각 좀 하고 사시오. 금강산도 식후라는 말이 있죠. 대부분의 인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는데 그 인민의 어버이라는 당신은 고작해서 국가대표 건축사무실이나 방문하여 건축이 예술이요, 뭐요 하니 기가 막힙니다.

    지금처럼 1년 내내 산해진미로 배불러서 동분서주하며 구경과 수다로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그 시간에 인격수양이라도 좀 하시오. 당신이 무식무능해서 2천만 인민이 상거지로 삽니다. 전국의 지방도시와 농어촌, 두메산골의 인민들이 과연 어떻게 사는지 제대로 보란 말이오. 울분에 찬 그들의 비판도 좀 받아보고, 풍찬노숙의 시련도 좀 겪어보시오. 당신이 진짜 ‘인민의 지도자’ 라면 말입니다.


    2016년 7월 18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