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 신설을 제안했다.

    청와대 참모진들과의 경축사 준비에서도 이 대통령이 직접 논의 제안 대목을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뒤로 현판 제막식을 마친 광화문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뒤로 현판 제막식을 마친 광화문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더 경색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던진 '통일세'논의 제안은 자칫 '생뚱맞다'는 공격을 받을 소지가 있다. 당장 야당에선 "뜬금없는 주장"(민주당 조영택 비대위 대변인)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통일세' 신설 논의 제안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점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구체적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태에서 포함시키는 게 적절하겠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통일세' 신설을 제안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임 실장은 "통일까지 완성돼야 진정한 의미의 광복이 아닌가 하는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여러 정책들이 자칫 분단을 기정사실화하고,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갈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게 현실"이라며 "남북이 진정한 의미의 민족 공동체로 가야 하는데 우선 남북에 여러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을 위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우리 스스로 준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통일세 신설을 제안한 것일까. 임 실장은 이에 대해 "통일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표현을 드린다"고 답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 실장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통일에 드는 구체적인 규모와 비용'을 묻는 질문에도 임 실장은 "이런 문제들을 담당하는 부서 차원에서, 연구하는 차원에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예민한 문제 때문에 본격화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제 부터 논의를 본격화 하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나가겠다는 것이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김영일(왼쪽 두번째) 광복회장과 각계 및 시민대표 등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김영일(왼쪽 두번째) 광복회장과 각계 및 시민대표 등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6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 수렴 과정이 선결돼야 할 텐데 임 실장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논의의) 토대가 되고, 연구결과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할 만한 분위기가 만들어 지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임 실장은 "일부에선 통일이 부담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일부는 통일은 당연하니까 (비용 부담에 대한) 과정도 없이 얘기를 하면서 상대를 극단으로 규정해왔던 게 현실"이라며 "이제 실용적 관점에서 (통일이 될 경우)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북한과는 사전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또 (통일로 인해) 국민들은 어떤 부담을 가져야 하고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놓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그런 측면에서의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고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경색국면인 지금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다. 천안함 사태 이후 지속되는 긴장관계를 바꿀 전환점 없이는 '통일세' 논의 자체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임 실장에게 '어떻게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냐'고 묻자 "이 부분은 조심스러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점을 앙해해달라"고 답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대단히 민감한 사항으로 수술로 치면 외과수술이 아닌 난이도 높은 신경수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용어 하나하나, 구체적 행동 하나하나가 충분히 사전에 조율되지 않으면 굉장히 서로 오해도 생길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남북문제는 6자회담이란 중요한 논의구조가 있고, 주요 당사자국들 간 긴밀한 협의와 국제사회의 공론화가 중요한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대응하고 있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전환점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할 상황이 아니지만 "정부는 현재도 북한의 여러 가지 최근 활동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하고 있고 이해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어떤 선언이나 말 보다 철저하게 준비된 행동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