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은 대운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짜 전문가들 사이에선 운하가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지만, 반대론자들이 틈만 나면 읊어대는 단골메뉴다. 이쯤되면 4대강 수중보의 구조나 수심, 기타 시설을 볼 때 운하는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텐데, 아마도 알면서도 우기는 게 아닐까 하는 정도로 토론회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 낙동강의 단면. 하구쪽엔 해발 고도가 30cm 정도, 함안보쯤에선 해발 5m, 합천보에선 해발 10m, 상주보에 이르면 해발고도가 47m에 이른다. 이런 표고차가 있으니 보 바로앞 수심은 깊을 수밖에 없고, 배가 다니려면 보에 갑문을 설치해야한다. ⓒ 뉴데일리
    ▲ 낙동강의 단면. 하구쪽엔 해발 고도가 30cm 정도, 함안보쯤에선 해발 5m, 합천보에선 해발 10m, 상주보에 이르면 해발고도가 47m에 이른다. 이런 표고차가 있으니 보 바로앞 수심은 깊을 수밖에 없고, 배가 다니려면 보에 갑문을 설치해야한다. ⓒ 뉴데일리

    한 토론회 장면. 반대측의 한 토론자는 일부 6.5m 넘어가는 수심이 적힌 판넬을 흔들어대며 “운하가 아니고 뭐냐, 4대강은 운하라는 증거다!”라며 목청을 돋웠다.
    5월 28일 있었던 한겨레신문 토론회에 참가한 반대측 토론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어떤 나라에서도 하천을 이런 방식으로 일괄 준설하거나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의 정부가 왜 이토록 많은 구간을 준설을 해야 되고 보를 만들어야 되는지에 대해서 납득할만한 그런 설명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대운하의 의혹을 받기에 어떤 충분한 근거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도 여러 토론회에서 ‘대운하 의심설’을 수시로 폈다.

    맞다. 낙동강 수심 일부가 11m되는 곳도 있고, 평균이 6.5m가 되는 구간도 있다. 그렇다고 운하인가? 낙동강 총 길이는 500km가 넘는다. 하류에서 안동댐까지만 해도 300km가 넘는다.  기울기도 급하다. 이 구간에 8개의 보를 세운다. 보와 보사이는 수십km가 되기도 한다. 수심을 얕게 유지하려면 보를 촘촘히 더 많이 세워야한다.

    낙동강 길이는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보 8개도 많다며 틈만나면 발목잡고 있는 판에, 보를 더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보 하나에 수백억씩 들어가기도 하니 예산상으로도 어렵다.
    그러니 8개 보를 적당히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보 바로 앞엔 10m가 넘기도 하지만 상류쪽으로 다음 보 아래에 오면 2~4m에 불과한 것이다. 
    수심 2~4m로는 화물선이 다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수심만가지고 운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몰라서 그런건지, 모르는 사람들 현혹시키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운하와 4대강의 치명적인 차이는 이것!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반대가 사실 생태나 본질에 대한 것보다는 발목잡기형 정치적 논란이라는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속임수” 주장이다.

  • 파나마운하 갑문. 해수면과 내수면의 수위차 때문에 갑문을 설치해 운영한다. ⓒ 연합뉴스
    ▲ 파나마운하 갑문. 해수면과 내수면의 수위차 때문에 갑문을 설치해 운영한다. ⓒ 연합뉴스

    사실 결론부터 말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운하의 다른 모습이라는 말은 틀렸다. 설계부터 접근 방법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대학교 건설산업대학원장 윤세의 교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가 아닌 이유를 9가지로 들며 “이미 끝난 이야기”라고 단정적으로 설명했다.
    윤 교수가 정리해 준 ‘운하가 아닌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목적이 다르다.
    대운하는 화물선을 이용한 물류기능이 주목적이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홍수방어, 물 확보, 수질개선 등을 위한 종합적 하천계획이다.

    2. 하천의 연결이 없다.

    물류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필요가 있으나 4대강 사업에선 연결 계획 자체가 없다.

    3. 운하시설이 없다.
    운하에는 갑문, 갑실, 터미널 등의 시설이 필수이나, 4대강 사업에선 아예 고려에 넣지 않았다.

    4. 수심이 고르지 않다.
    결정적인 차이다. 운하는 5000톤 바지선의 경우 수심이 약 6.1m 필요하다.
    4대강 사업에선 전체 구간에서 해당 수심을 유지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강 3m, 낙동강의 안동 풍천 상류구간은 2m미만, 금강은 충남 연기 상류 1.5m 미만, 영산강 광주부근은 2.5m에 불과하다. 물론 낙동강의 경우 6m가 넘는 구간이 있다. 이는 지형적 특성으로 경사가 급하기 때문이다.

    5. 수로 형태.
    운하에선 하폭이 200~300m 유지하면서 직선화가 일반적이나 4대강 사업에선 수로를 선형화하지 않고, 자연하천 형상을 최대한 유지한다.

    6. 보의 규모
    운하를 계획하려면 보의 높이가 20m 내외가 필요하나 4대강 사업에선 기울기가 급한 낙동강 이외에 있는 보는 통상 5-10m정도이다.

    7.교량의 높이와 경간장
    운하를 운영하려면 교량과 수면이 11m를 유지하고 경간장, 즉 교각과 교각 사이도 25m정도 유지해야 하므로 교량신설과 보수가 필요하나 4대강사업에선 계획이 없다.

    8. 주운용수 공급시설
    갈수기에 주운(舟運)을 위해 물을 공급하는 별도의 댐, 도수로가 필요하나 4대강에선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

    9.대통령의 의지.
    대통령이 두차례에 걸쳐 임기내 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하는가.

  • 한강 유람선. 한강에 유람선이 다니고, 바지선이 떠다녀도 한강을 운하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 연합뉴스
    ▲ 한강 유람선. 한강에 유람선이 다니고, 바지선이 떠다녀도 한강을 운하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 연합뉴스

    윤 교수가 정리한 내용대로라면 주운(舟運)을 목표로 한 운하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다만 보와 보 사이 구간에서는 유람선 같은 작은 배가 운항이 가능하도록 수심(水深)이 확보된다. 낙동강의 경우, 대부분의 보가 규모가 큰 화물선도 다닐 수 있는 최소 수심 6m 이상이기 때문에 보 사이에서 운항이 가능할 수는 있다.

    4대강 사업 반대측 학자 일부는 보와 보 사이가 경인운하보다 더 길다며 수문 한 개만 덜어내고 갑문을 설치하면 운하로 쓸 수 있다는 논리로 대운하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시립대학 문영일 교수는 “원래 처음부터 운하로 만드는 것과 4대강 살리기로 갔다 개조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며 “운하는 강을 선형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4대강사업에선 그런 조건이 고려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견해를 종합하면 한마디로, 구조적으로 운하가 될 수 없는 데도 반대측에선 운하의 속임수라고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한강처럼 수심 수량 등의 여건이 돼 보와 보 사이에 보트나 작은 배를 띄울 수는 있지만 한강을 운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