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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애니 로셰트 ⓒ 연합뉴스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최초의 금메달 획득이 예상되는 김연아(20·고려대)의 이번 대회 '최대 라이벌'은 누굴까?
빙상 전문가들은 육중한(?) 몸매로 김연아의 동선을 가로막으며 연습방해를 한 에스토니아의 엘레나 글레보바(Elena Glebova·21)도, 일본의 피겨스타 아사도 마오(淺田眞央·20)도 현재 컨디션과 기량이 정점에 올라있는 김연아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심리적인 면, 즉 경기 외적인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느데, 일부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김연아'로 불리는 조애니 로셰트((Joannie Rochette·24)가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여자 피겨 세계랭킹 5위에 올라있는 로셰트는 6시즌 연속으로 자국 챔피언을 지낸 캐나다 최고의 피겨스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4대륙대회에서 김연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로셰트는 홈 어드밴티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함께 김연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혀왔다.
그런데 22일 새벽 로셰트의 어머니 테레스 로셰트(55)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전날 몬트리올에서 밴쿠버에 도착한 모친이 갑작스레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만 것.
비보를 접한 로셰트는 이날 오전에 있었던 쇼트프로그램 조 추첨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전 공식연습장에 등장한 로셰트는 굳은 표정으로 빙질 적응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로셰트는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상태였지만 시종 진지하게 스핀 등을 점검하며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경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경쟁자의 안타까운 소식에 김연아는 "훈련 직전에 이 소식을 들었는데 부디 빨리 이겨내고 경기에 나서길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사다 마오 역시 "너무나 슬픈 소식이며 예전처럼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며 로셰트를 위로했다.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로셰트의 모친을 알고 있다"며 "충격적인 일"이라는 말로 놀라움과 당혹감을 표시했다.
캐나다 현지에선 이번 일로 로셰트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겠지만 이를 통해 더욱 강한 선수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는 분위기다.
베누이트 라브와 캐나다 스케이트연맹 회장은 "조애니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로셰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그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셰트의 동료들도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로셰트의 모습에 적잖은 자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선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셰트가 출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며 "존경심 마저 느낀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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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연아 미니홈피
때문에 일각에선 심리적으로 절박한 입장에 처한 로셰트가 오히려 이를 '경기력'으로 승화시켜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친의 죽음이 로셰트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어머니의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굳은 각오로 이어져 실력 이상의 성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지난 2008-2009 'Cup of China'에서 김연아에게 '롱에지' 판정을 내리고 2009-2010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트리플 토룹이 "회전수가 부족하다"는 어이없는 판정을 내렸던 미리암 로리올 오버윌러(스위스)가 이번 동계올림픽의 여자 싱글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로 들어간 점도 변수다.
본인이 판정을 내리는 경기마다 김연아와 악연을 쌓아가고 있는 오버윌러가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어떤 '돌발 판정'을 내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김연아로선 실수를 하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기술을 보다 완벽하게 구사, 애매한 판정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김연아는 세계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로 완벽한 기술과 예술성을 겸비한 자타공인 최고의 선수. 탁월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높은 점프와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 최대의 장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기술의 '완성도'가 타 선수에 비해 뛰어나 이변이 없는 한 피겨 부문 우승은 김연아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라이벌'은 아사다 마오도 로셰트도 아닌 김연아 자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라이벌 아사다 마오에 이어 독기를 품고 나온 캐나다의 로셰트까지 이번 동계올림픽에 임하는 자세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또한 캐나다의 '홈 텃세'가 심판 판정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가 메달 색깔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외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모두의 예상대로 김연아가 한국 최초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차지할지, 아니면 홈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로셰트와 '영원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피겨스케이팅 여자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