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의 정치는 누구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일종의 성역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정치의 핵심은 역시 대치선을 사이에 둔 <편>들의 길항(拮抗)이다.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편>들의 대립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다만 그 대립을 내전(內戰) 아닌 의회주의 방식으로 한다는 것 뿐이다.
     대치선을 친다는 것은 곧 적과 동지를 분명하게 설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치선은 무엇인가? ‘김정일+그 측근 충성분자’냐 헐벗은 북한 주민이냐, ‘김정일+남한 종북주의자들+좌파 민족주의자들+어설픈 심파(sympathaizers)들이냐, 대한민국 정통 자유민주 세력이냐의 대치선이 바로 그것이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지금 대한민국 내부에서는 그러한 대치선을 가장 중심적인 것으로 치고서, 그 하위 차원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책적 이견(異見)을 가지고서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야 앞뒤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어찌 된 셈인지 그런 본연의 대치선은 온 데 간 데 없이, 웬 친이(親李)냐 친박(親朴)이냐가 가장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대치선인 양 부각되어 있다. 웃기는 일이다.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여당은 거대한데, 야당은 소수라는 점, 야당보다는 여당 안의 야당이 ‘차기’의 유력 주자라는 점, 야당이 지리멸열 한 채 국민적 보편성을 대표한다기보다는 극히 협소한 이념적, 지역적 열성파만을 대표하려 한다는 점, 그리고 이명박-박근혜가 야당이나 좌파보다도 서로를 더 미워하고 적대한다는 점...그러니까 보통의 국민들은 ‘반(反)MB의 대표=박근혜’인양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인 판세일지는 몰라도 정상적인 옳고 그름의 기준에는 맞지 않는다. 왜 굳이 이명박과 박근혜가 서로 제1의 적이 되어야 하는가? 왜 그들은 야당과 좌파가 그들의 제1의 본질적인 적대방이라는 사실과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으려 하는가?

     경선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용서할 수 없는 악(惡)의 정체성을 실감했던 것 같다. 그 점을 전적으로 몰이해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면 나라는 어찌 되는가? 우파끼리 싸우자는 것인가? 그들은 그들의 공동의 적대방이 노리고 노리는 반간계(反間計)에 기꺼이, 자원해서 걸려들어 주겠다는 것인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말이다.
    친이(親李) 친박(親朴)은 이쯤해서 극단적 적대감과 적대행위를 끝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 통합 자유민주 우파 진영의 영광스러운 위용을 복원하고 과시해야 한다.
    어떻게?
    이명박 대통령은 뭐니 뭐니 해도 경선 승자(勝者) 아닌가? 승자 된 죄(?)로써 경선 패자인 박근혜 씨에게 진정성 있는 겸손, 우정, 존중, 배려, 섬김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씨 또한 그런 전제하에서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응어리는 사실, 근대화 혁명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을 ‘친일’로 매도하는 본질적 적대방에 돌려야 하는 것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예컨대 황석영을 만나는 시간을 박근혜 씨의 마음을 사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박근헤 씨는 반(反)MB의 대표로 인식되기보다는, 남북한을 망라하는 반(反)김정일+반종북(反從北)+반(反)깽판의 대표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한반도의 대치선은 요컨대는, 대한민국이냐 DPRK냐의 대치선이다.
    이에 비추어 본다면, 친이(親李)-친박(親朴)의 대치선은 대한민국 61년사 최대의 넌센스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