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베트남 순방 마무리 기자회견"무기 지원시 한국 지도부, 만족시키지 못할 결정 내릴 것"북러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사실상 인정…"침공시에만 지원""러, 北 등에 무기 공급할 권리 있어"…핵 교리 변경 가능성 시사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40621 AP/뉴시스. ⓒ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40621 AP/뉴시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구역에 보내는 것과 관련, 이는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체결한 것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원칙을 유지해 왔다. 러시아는 이를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평양에서 체결한 북러조약에 대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1962년인가로 생각되는데 그때의 기존 조약과 (북러조약의) 모든 것이 똑같았다. 기간 만료로 종료된 협정을 거의 완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과거 조약은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으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고 있다.

    이번 북러조약의 핵심인 '침공받았을 때 상호군사적 원조' 조항이 자동 군사개입을 뜻한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해당 조항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따라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이다.

    그는 "조약상 군사적 원조는 오직 침공,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가 알기론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이런 분야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다른 나라와도 유사한 조약을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크렘린 풀=연합뉴스. ⓒ연합뉴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크렘린 풀=연합뉴스. ⓒ연합뉴스
    또한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북한에 이와 관련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분쟁에서 어떻게든 서로의 능력을 사용할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누구에게도 요청하지 않았고 아무도 우리에게 제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접경지 벨고로드를 공격하는 것은 침략행위에 가깝다고 보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맞서 러시아도 제3국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북한과의 합의와 관련해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는 곧 불타오를 것 같은 특성이 있지만, 북한과의 조약이 이 불타는 국면으로 확대되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블록 시스템이 형성되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를 포함한 역내 모든 국가에 위협이 되고 우리는 이에 대응할 의무가 있으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핵 사용에 관한 교리(독트린)가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은 "핵 교리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며 좀 더 진전된 발언을 했다.

    그는 '잠재적 적들'이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것과 관련된 새로운 요소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극저출력 폭발성 핵 장치가 개발되고 있고, 서방 전문가 집단에서 이러한 파괴 수단이 사용될 수 있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 핵 교리는 핵무기 공격에 대응하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 대응할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전략 핵군이 늘 완전한 준비태세에 있다면서 "서방이 하는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협이 커지기 시작하면 적절하고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러시아가 보복공격에 나서면 적이 확실히 파괴될 것이기 때문에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제공하는 조항은 교리에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