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에 불어닥친 에너지 위기7년간 3차례 대규모 전정으로 천문학적 손실 발생"에너지 위기와 그보다 더 중요한 전력 위기를 동시에 겪어""대만 전력수요 충족은 어려운 과제…세계 반도체 시장에 타격"
  • ▲ 대만 북동부 이란현에서 대만전력공사 직원들이 고압선 정비 훈련을 하고 있다. 240423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 대만 북동부 이란현에서 대만전력공사 직원들이 고압선 정비 훈련을 하고 있다. 240423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전세계 반도체 위탁생산기업(파운드리)의 약 70%가 몰려있는 대만의 전력이 부족해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10일(현지시각) CNBC가 보도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대만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세계 1위였다. 한국 기업은 12%로 2위였다. 대만과 한국의 올해 예상치는 각각 70%, 11%로 추정된다.

    반도체는 제조 공정상 잠시라도 공장이 멈추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때문에 대부분 공장들은 자체발전시설을 운용한다. 하지만 정전이 길어지면 경제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대만은 잦은 지진과 낡은 전력시설로 인해 자주 전국 단위 정전이 발생한다.

    CNBC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지난 7년간 세 차례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고, 최근 1년 사이에도 소규모 정전이 잇따랐다. 올해 4월에는 대만 북부에서 사흘에 걸쳐 동시다발적인 전력부족사태가 기록됐다.

    대만 국책 연구소인 중화경제연구원읜 천종쉰 부연구위원은 "잠재적인 전력 부족과 전력 품질 및 신뢰성 저하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산업에 운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대만이 섬나라인 만큼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발전시설은 대부분 화력발전소로, 석탄과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있지만, 잦은 지진으로 '탈원전'을 추진하는 현지 정부의 정책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진다.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셉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대만은 에너지 위기와 그보다 더 중요한 전력 위기를 함께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대만이 제한된 공급으로 향후 더 자주 전력을 배급해야 한다면 대만 반도체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전력공급 중단으로 반도체 제조 속도가 느려지고,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전력의 55% 이상은 반도체 등 산업 영역에서 소비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전력 위기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세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린피스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반도체 제조산업은 2030년까지 매출이 두 배 성장할 전망이며 그때까지 총 237TWh(테라와트시)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만 반도체 제조산업의 전력 소비는 2021년에서 2030년 사이 23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천 부연구위원은 "대만 정부는 주요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전력공급을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토지 계약, 지나치게 경직된 정책,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이해와 능력 부족으로 전력 인프라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CNBC는 "대만의 전력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고 평가하며 "이로 인해 기업들 사이에서 주요 기술기업에 대한 전력공급 약속의 신뢰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