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날씨 뉴스에 민주당 연상 파란 1 등장국힘,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 혐의'로 제소MBC노조 "서울 미세먼지 농도 1 아니었다"
  • ▲ 지난 2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 뉴스 화면 캡처.
    ▲ 지난 2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날씨 뉴스 화면 캡처.
    노골적인 친야(親野) 성향 보도로 빈축을 사고 있는 MBC가 이번엔 날씨 예보를 전하면서 파란색 '1' 그림을 사용하고, 기상캐스터가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1'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이고, '숫자 1'은 민주당의 총선 기호라, 해당 방송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방송이 3년 전 논란을 빚었던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을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온다. TBS는 2020년 11월부터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김어준·주진우·김규리 등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등장하는 '#1합시다' 캠페인을 전개했으나, 사전선거운동 시비가 일자 이듬해 1월 중단한 바 있다.

    ◆"파란색 '숫자 1' 등장…연신 '숫자 1' 외쳐"

    논란이 된 기상 예보는 지난 27일 MBC '뉴스데스크' 말미에 방송됐다.

    스포츠 뉴스가 끝나고 날씨 뉴스 화면으로 전환되자마자, 위에서 '쿵'하는 효과음과 함께 커다란 파란색 숫자 1이 내려왔다.

    이와 동시에 등장한 A기상캐스터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숫자 1을 바라보며 "지금 제 옆에는 (제) 키보다 더 큰 1이 있다. 1, 오늘 서울은 1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1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총선이 오늘로 꼭 42일 남았다. 선거운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공영방송에서 나온 미세먼지 보도가 선거캠페인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며 "대뜸 기상캐스터만한 크기의 파란색 숫자 1이 등장하더니 연신 숫자 1을 외쳤다"고 전날 방송된 MBC의 기상 예보를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나타난 '파란색 숫자 1'은 누가 보더라도 무언가를 연상하기에 충분해 보인다"며 "오죽하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겠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공영방송 MBC에 대해 지난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자막 논란과 관련해 최근 법원은 정정보도를 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며 "왜곡되고 공정하지 못한 보도의 끝은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MBC 뉴스가 민주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숫자 '1' 그래픽을 사용한 것은 선거방송 심의규정 제5조 공정성 제2항과 제12조 사실보도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노골적인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방송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제소했다.

    3년 전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을 심의했던 방심위는 "다가올 보궐선거에서 기호 1번인 특정 정당을 연상시켜 홍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면서도 권고 조치에 그쳐 '봐주기 심의'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그 어느 때보다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류희림 위원장 체제에서는 충분히 '중징계'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서울 중심권 미세먼지 농도, 입방미터당 18㎍"

    뉴스데스크의 석연찮은 기상 예보를 두고 MBC 내부에서도 '사실상 1번을 찍으라고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28일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은 "선거운동방송으로 착각할 만큼 큰 파란색 숫자 '1'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으로 기호 1번을 표현하는 듯 했고, 기상캐스터의 손짓 '1'은 선거방송인지 날씨 예보인지 모를 정도의 혼동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 방송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한 MBC노조는 "미세먼지 수치 '1'이 이렇게 강조해야 하는 숫자였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MBC노조는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담당자에게 확인했더니 어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을 가리킨 적이 없었다"며 "강동구의 새벽 1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1을 가리킨 적은 있어도 27일 서울 중심권 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당 18마이크로그램이었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당 11마이크로그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예보 당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을 가리킨 적이 없다"고 주장한 MBC노조는 "새벽 1시 특정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이렇게 강조해서 쓸 이유가 있었을까? 그것도 미세먼지 농도라고 표현하면서"라고 거듭 의혹을 제시했다.

    MBC노조는 "더욱 놀라운 것은 보통 방송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예보할 때는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 등으로 '등급'으로 표현하지, 이처럼 숫자로 예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그래서 갑자기 숫자 1을 접한 시청자들은 1이라는 숫자에 어리둥절하거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40일 남기고 거대한 1번을 형상화한 다음 기상캐스터가 손으로 1을 가리키면서 강조하는 것은 노골적으로 선거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한 MBC노조는 "방송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의 번호를 강조하는 방송을 해도 되는가. MBC 직원이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민망하고 다른 시청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 ▲ MBC노조가 확보한 27일 당일 서울시 대기오염 측정 자료. ⓒMBC노조 제공
    ▲ MBC노조가 확보한 27일 당일 서울시 대기오염 측정 자료. ⓒMBC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