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선정…3·10월 2회 직접 기획
  • ▲ 한재민이 '2024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중 '사라방드'를 연주하고 있다.ⓒ롯데문화재단
    ▲ 한재민이 '2024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바흐의 첼로 모음곡 1번 중 '사라방드'를 연주하고 있다.ⓒ롯데문화재단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 한재민(18)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사라방드'를 연주했다. 한재민은 미간을 좁히고 심각한 표정으로 음악에 집중했으며, 그의 연주를 감상하는 동안 홀로 울리는 바흐 선율 위에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고 미소가 지어졌다.

    첼리스트 한재민이 롯데콘서트홀의 역대 최연소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로 선정돼 두 번의 리사이틀을 직접 기획해 선보인다. 그는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게 돼 기쁘고 영광이다. 공연장의 얼굴이자 간판이 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3월 27일 첫 번째 공연은 다른 어떤 악기의 음색을 더하지 않고, 오직 첼로만을 위한 무대로 꾸며진다. 이날 졸탄 코다이와 죄르지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존 윌리엄스 '세 개의 소품'을 들려준다. 

    한재민은 "첼로 리사이틀을 하면 피아노와 같이 하는 게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첼로도 솔로 악기로서 충분히 매력이 있다"며 "항상 가슴 속에서 꿈꿔왔던 프로그램이다. 올해 손에 꼽으면서 기다리는 공연 중 하나다. 악기 하나로 80분 이상을 채운다는 것이 설레고 기대되지만 부담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인 디시는 코다이의 첼로 소나타다.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코다이는 이 곡을 가리켜 '25년 안에 이 곡을 연주하지 않는 첼리스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했다. 곡의 성향이나 느낌이 저랑 잘 맞고, 연주가 끝나고 나면 남는 희열이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덧붙였다.

    헝가리 출신의 코다이(1882~1967)가 33살이던 1915년 작곡한 첼로 소나타는 헝가리 민속 음악을 결합해 만들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이후 가장 중요한 첼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첼로의 모든 테크닉이 다 나온다고 할 만큼 기술적으로 난해한 고난도의 곡이다.
  • ▲ 한재민이 '2024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롯데문화재단
    ▲ 한재민이 '2024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롯데문화재단
    10월 30일 두 번째 공연에서는 한재민이 섭외한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함께 트리오 리사이틀을 연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1번, 드보르작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한다.

    한재민은 "바라티는 개인적인 인연이 없지만 꼭 한 번 같이 연주하고 싶었던 분이다. 공연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줬다"며 "박재홍은 저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선후배로, 저를 잘 챙겨주는 형님이다. 같이 실내악을 하면 너무 편하고,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맞춰준다"고 전했다.

    만 5세에 첼로를 시작한 한재민은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발탁됐다. 2021년엔 15살의 나이로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듬해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현재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에마뉴엘 슈미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는 '최연소'라는 수식어에 대해 "음악 안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최연소라는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저 스스로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콩쿠르 이후 '알을 깨고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어리고 배울 게 많지만 음악가로서 나만의 색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한재민은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 당시 신었던 빨간 양말을 트레이드마크처럼 신고 나온다. "쇼스타코비치 곡을 연주해야 했다. 여성 연주자는 드레스를 통해 곡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지만 남자는 항상 정장에 같은 스타일이다. 뭔가 해보고 싶었고, 양말이 생각났다. 근처 백화점에 가서 빨간 양말을 사서 신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 뒤로는 거의 빨간 양말을 신고 연주합니다."
  • ▲ 첼리스트 한재민.ⓒ롯데문화재단
    ▲ 첼리스트 한재민.ⓒ롯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