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으로 밤 지새…2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실내는 온기 있었으나 바닥은 발바닥 아려 올 정도로 차가워주민들 불편·고통 호소
  • ▲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14단지 주민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이바름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14단지 주민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이바름 기자
    "목동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

    18일 오전 8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단지에서 만난 이모(여·50대)씨는 전날부터 공급이 끊긴 온수와 난방 때문에 생긴 불편함을 토로했다. 밤을 지샌 듯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이씨의 집은 비교적 따뜻했다. 그는 "이중창 덕분에 실내에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닥은 그렇지 않았다. 양말을 신은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찬 기운이 느껴졌다. 1분만 서 있어도 발가락이 아려 올 정도였다.

    이씨는 한겨울에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급한 대로 커피포트에 찬물을 데워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고 잠은 침대 위에서 전기장판을 틀고 잤다고 설명했다.
  • ▲ 복구작업이 한창인 신정가압펌프장. ⓒ이바름 기자
    ▲ 복구작업이 한창인 신정가압펌프장. ⓒ이바름 기자
    이씨는 "나이드신 분들이나 어린 아이들은 너무 추웠을 것"이라며 "관리사무소에서 17일 밤 10시에 복구된다고 해서 안도했는데 다음날(18일) 오후 3시까지로 복구가 미뤄졌다"고 전했다.

    같은 단지 주민 김모(60)씨도 "전기장판으로 밤을 보냈다"며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은 인근 목욕탕을 많이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학원을 가던 한 초등학생은 눈을 비비며 "아침에 씻지 않았다"면서 "밤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추위 속에 잤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와 보도로 10분 내 위치한 한 사우나 관계자는 "아침부터 사우나 영업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실제로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손님이 많이 왔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에너지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3시54분쯤 신정가압펌프장 내부 지하 1층에서 밸브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가압펌프장 내 펌프 우뢰관로 고착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작업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되면서 중온수가 분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압펌프장은 수압을 높여 먼 지역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 ▲ 온수가 신정가압펌프장을 통하지 않도록 두개의 관로를 직접 연결하는 작업.ⓒ이바름 기자
    ▲ 온수가 신정가압펌프장을 통하지 않도록 두개의 관로를 직접 연결하는 작업.ⓒ이바름 기자
    이로 인해 양천구와 구로구 3만7637가구에 온수와 난방이 끊겼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등 18개 공공시설과 목동 센트럴프라자 등 15개 민간건물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현장에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복구 장비 6대와 148명의 인원을 투입해 파손된 밸브 복구작업에 들어갔다.

    1단계인 신정가압장 내 물·증기 배출작업은 마무리된 상태로 현재 2단계인 임시우회관로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가압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만큼 온수가 가압장까지 닿기 전에 오고 가는 관로를 직접 연결하는 작업이다.

    작업이 완료되면 차단됐던 온수 공급은 가까운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느리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18일 오후 3시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작업 상황 등에 따라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 대부분은 대피소로 이동하지 않고 전기장판 등을 이용해 자택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9시 사고 현장을 찾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복구작업 현황을 보고 받고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 ▲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18일 오전 신정가압펌프장 사고 현장을 찾아 작업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바름 기자
    ▲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18일 오전 신정가압펌프장 사고 현장을 찾아 작업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바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