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사장 취임 앞두고 KBS에 '인사 지라시' 돌아하마평에 민노총 불법파업 가담자들 대거 포함돼KBS방송인연합회 "KBS에 '꺼삐딴 리' 드글드글해"KBS공영노조 "양승동 때 꿀 빨다, 말 갈아탄 자도"
  •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지난 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KBS 인사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최근 최고위급 직책부터 중간 간부까지 망라한 '보직·승진 인사 명단'이 KBS 내부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KBS방송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 가운데는 △2017~2018년 민노총 노조가 주도한 불법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당시 고대영 사장과 강규형 이사의 해임을 주장하는가 하면 △KBS에 불공정·편파방송이 횡행하던 시기, 침묵으로 일관하던 직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배포한 성명에서 "박민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주요 보직 인사에 대한 지라시들이 사내에 돌고 있다"고 전한 KBS방송인연합회는 "다방면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공영방송의 독립을 훼손한 자들이 차기 간부로 거론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KBS방송인연합회는 "민노총 노조 파업의 본질은 그 파업의 결과로 해임된 고대영 사장과 강규형 이사의 해임무효소송 판결문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당시 사장과 이사의 해임이 위법인 만큼, 사장과 이사의 해임을 주장하면서 민노총 노조가 자행한 행위는 정당성이 1도 없다는 것이다. 민노총 노조의 파업은 그냥 불법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민노총 노조의 파업은 해임될 이유가 없는 공영방송의 경영진에 대해 특정 노조가 자신의 주관적인 편견을 근거로 일종의 사적제재를 가한 행위"라며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당시 민노총 노조의 행위는 '언론의 독립' '방송의 독립'을 방송사 직원들이 말살한 끔찍한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한 KBS방송인연합회는 "당시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사장과 이사의 해임을 주장하면서 공개한 수많은 연판장·성명서 등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자들이 이번에 도는 '간부 명단 지라시'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당시 파업 참여자들이 무조건 보직을 맡을 수 없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임명 전에 자신이 과거 민노총 노조의 불법 파업에 참여한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고, 민노총 노조의 범죄행위와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KBS의 독립을 훼손하는 데 가담한 자들이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은근슬쩍 다시 경영에 참여하는 건, 독립군을 고문하던 노덕술이 경찰 간부 노릇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노총 노조가 사장과 이사를 축출하기 위해 불법 파업을 자행할 때 일부 보직 간부들이 사퇴 후 파업대열에 합류하면서부터 파업의 동력이 가장 많이 올라갔었다"고 과거 사례를 떠올린 KBS방송인연합회는 "KBS에는 언제든지 정치적 지형의 파도타기를 즐기면서 순식간에 낯빛을 바꾸는 '꺼삐딴 리'들이 드글드글하다"며 "민노총의 불법 행위에 몸을 섞고 은근슬쩍 간부진에 잠입하는 자들을 방치해 놓고, 이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한다면 그날이 공영방송의 관뚜껑에 대못질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대영 OUT' 연판장 돌린 자들도 있어"

    KBS방송인연합회에 이어 KBS공영노동조합도 소위 '인사 지라시'의 존재를 거론하며 "과거 동료들의 공정방송 회복 노력을 비웃기까지 하다가 대선 이후 막판에야 말을 갈아탄 인물들이 한두 달 전부터 사내에 끊임없이 돌기 시작한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같은 사실을 거론한 KBS공영노조는 "해당 지라시에는 양승동·김의철 사장 체제에서 불공정·편파방송이 자행될 때 주요 보직을 맡아 속칭 '꿀을 빤' 인물들의 이름까지 상당수 보인다"며 "엄혹한 탄압의 시기에 불공정·편파방송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한 인물들은 소위 '노조 카르텔'이라는 명목으로 배제하더니, 반대로 그 투쟁과 저항을 비웃다가 정권교체 전후에 슬쩍 가면을 바꿔 쓰고 마치 오랫동안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이라도 해온 사람인 듯 행세하는 인물들이 보직의 과실을 따먹게 된 것"이라고 개탄했다.

    KBS공영노조는 "대체 이런 인물들로 무슨 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런 자들이 공정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경영권과 편성독립에 대해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런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님은 수많은 인사 지라시 중 최근 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국장임명동의 실패 시 모 지역총국장으로 보낸다는 인사안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바로 '국장임명동의제'를 그냥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돼 지금 상당수 언론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장임명동의제는 해당 부서 노동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회사가 대상자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KBS공영노조는 "이는 사장에게 귀속된 인사권 경영권을 일부 노조에 양도한 것으로, 양승동·김의철 두 사장은 이처럼 경영권에 치명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도 경영감독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심의·의결 및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는 배임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KBS공영노조는 "그런데 현재 떠돌고 있는 인사안을 보면 국장임명제 통과 불발 시 해당 대상자들을 대신 지역 총국장으로 보내는 대안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며 "이 대안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박민 사장 후보자가 취임 후에 국장임명동의제를 그대로 받아들여 시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박민 사장은 좌편향적인 KBS 다수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핵심 시사보도 책임자의 임명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은 KBS공영노조는 "저들의 임명동의가 의미하는 것은 특정 정파 편파방송을 용인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무슨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KBS공영노조는 박 후보자를 향해 "지금이라도 떠도는 인사안을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라"며 "특정 인물들의 인적 장막에 둘러싸여 편향적 판단을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폭넓게 사내외 인사들을 접촉해 그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