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반 동안 주말·공휴일 641일간 6033회 사용… 총 10억5000만원임직원 가족까지 법카로 '알뜰살뜰'… 대형 리조트서 가족 초청 행사도동호회 종류도 가지각색… 축구·야구부터 카약·밴드·전통지리답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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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업무추진비를 명목으로 발급되는 법인카드를 주말과 공휴일에도 과도하게 사용한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이들은 주말에 동호회 활동에도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쓰기도 했다.LH는 최근 5년6개월 동안 휴일에만 법인카드를 약 6000회에 걸쳐 10억원을 넘게 사용했는데, LH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업무외적으로 유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본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LH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H는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주말·공휴일 총 641일에만 6033회에 걸쳐 10억5138만원을 사용했다. 휴일 하루당 약 164만원씩 사용한 셈이다.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에는 1349건에 3억7936만원을, 2019년에는 2억7439만원을 1117회에 걸쳐 사용했다.이듬해부터는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법인카드 사용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2020년에는 731건에 1억1018만원을, 2021년에는 640회에 걸쳐 6301만원을 사용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하지만 거리 두기 및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법인카드 주말 사용 금액은 다시 증가했다. 2022년에는 1334건 1억6863만원을, 올 상반기에는 862건 5581만원을 지출했다.법인카드의 경우 주말을 비롯한 공휴일 등 휴일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LH는 업무외 활동인 동호회나 사내 대학인 LH토지주택대학교(LHU) 운영 및 참석 등을 위한 사용이 빈번했다.LH는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실시하며 법인카드를 활발히 사용했다. 2018년 '야구 동호회 활동'을 위해 171만원을, '축구 활동'을 명목으로는 285만원, 이외에 자전거·산악회·전통지리답사·밴드 등의 모임을 하며 총 955만원을 사용했다. 이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축구·야구·테니스 대회 관련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2019년에도 동호회 활동을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수차례 사용했다. 이들은 야구·자전거·산악·축구·카약·밴드·트레킹·전통지리답사 등 모임을 하며 1956만원을 지출했다.2020년과 2021년도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지침으로 사적 모임이 제한되면서 동호회 활동 관련 법인카드 사용금액이 각각 45만원, 25만원에 그쳤다. 2022년에는 405만원을 지출했다. LH는 이렇게 동호회 활동을 명목으로 장비 구입이나 식·음료 등에 주로 지출하며 5년간 총 3386만원을 사용했다.이들은 LH가 '맞춤형 전문가 양성'을 하겠다며 야심차게 실시한 LHU 수업 참석을 위해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LH 직원들은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한 수업에 참석하면서 교통비·식비 등에 370만원을 지출했다.LH는 임직원의 가족까지 살뜰히 챙겼다. 2018년 '가족 초청 행사'를 국내 한 대형 리조트에서 9차례 개최하며 총 1억248만원을 사용했다. 2019년에는 '가정 내 스트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같은 리조트에서 2636만원을 사용했다. 가족의날 행사로 추정되는 '패밀리펀(fun)데이 행사' 식대 비용으로 64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또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사적모임 제한이 가해지던 2021년에는 수산물 전문업체인 'ㄷ수산'에서 이틀 연속 100만원 이상 결제했다. 이틀간 각각 119만원, 120만원을 동일한 곳에서 사용했다. 당시 수도권은 10인, 비수도권은 12인으로 모임 인원이 제한됐는데, LH 본사 법인카드로 사용한 것을 감안해 비수도권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가정하면 1인당 약 10만원어치의 수산물을 먹은 셈이다.이 외에도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 물품 구입'을 명목으로 지난해부터 매달 1만9800원씩 음원사이트 정기 결제를 이어오는 등 부적절 사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LH는 2021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한 차례 불거지기도 했다. LH 직원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2021년 3월 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직원은 직장인 익명 소통 애플리케이선 '블라인드'에 'LH 체험형 인턴 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이 LH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 겪었던 일들을 전했다.글쓴이는 "(LH) 정규직들 법인카드로 장부 끊어 놓고 밥 먹고 카페 가고 심지어 분식집에도 법카로 미리 결제해둬서 업무 중 나와서 간식을 먹고 들어가는 일이 흔했다"고 밝혔다.또 "업무지원직이라고 서무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조차 법카 쓰는 것이 엄청 자연스러웠는데 본인들이 카드 관리해서 그런가 싶었다"며 "그때는 어려서 공기업 좋다는 게 이런 건가 했는데 우리 회사 입사해서 비교해보니 국민 혈세로 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지적했다.당시 LH는 민간기업과 다르게 이들이 부정 사용하는 비용의 원천이 혈세인 만큼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방만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엄태영 의원은 "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법인카드 사용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고 국민 누구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LH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적 남용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러한 부분들이 쌓여 LH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 만큼 LH는 통렬한 반성과 함께 임직원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