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해비타트 한국위, 본부와 협약 없이 '기부금'… 文 박수현 수석이 초대 회장文 전 대통령도 "UN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 한국서 탄생" 축전국민의힘 "UN을 속였다… 단체 설립 취소와 44억 기부금 반환해야" 비판
  • ▲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초대 회장을 맡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범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초대 회장을 맡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범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2019년 '세계 최초 개별국가 유엔(UN) 해비타트 위원회'라고 홍보하며 출범했던 'UN 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정작 유엔과 아무런 관련도 없이 무단으로 산하 기구를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의 초대 회장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한국위는 유엔 해비타트 본부와 기본협약도 없이 산하 기구인 척 행세했고, 이를 통해 지난 4년간 44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위에 따르면, 한국위는 2019년 9월 국회 사무처 산하에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며, 초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수석이다. 박 전 수석은 한국위 설립 직전인 2019년 6월까지 국회의장비서실장을 맡았다.

    유엔 해비타트는 1978년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유엔 인간주거계획'(UN-HABITAT, United Nations Human Settlements Programme)으로 불린다. 유엔 가입국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위 홈페이지에는 "한국위와 유엔 해비타트 간 긴밀한 협력과 여러 세부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출범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2019년 9월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박 전 대변인은 해비타트 본부에 유엔은 '고귀한 이념'을 실천하고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이라고 한국위 설립을 설득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이던 같은 해 11월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서 탄생했다. 우리나라는 '모두를 위한 도시'라는 비전을 해비타트와 함께 이뤄나가는 중요 국가가 됐다"며 "출범을 위해 애써주신 박수현 위원장과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하 의원은 "한국위는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 해비타트와 아무 연관이 없는 단체"라며 "하지만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스스로를 유엔 해비타트 소속이라고 홍보했고, 유엔 해비타트 로고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해비타트는 개별 국가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 특위의 설명이다.

    특위는 이날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유엔 해비타트 본부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서도 공개했다. 답변서에는 '유엔 해비타트는 유엔 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 또는 승인하지 않는다' '(해당 단체에) 유엔 해비타트 로고의 무단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 의원은 "한국위 관계자는 '유엔 헤비타트 승인 없이도 국가기구로 쓸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본인들 정관 제4조에도 '한국위는 유엔 해비타트 본부와 기본협약을 준수한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기본협약 없이 4년 동안 자기들 단체를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 및 유엔 기구와의 협약·승인 아래 사용해야 하는 관련 명칭과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심각한 국격 훼손"이라고 지적한 하 의원은 "해당 단체의 설립 취소와 44억원의 기부금 반환,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취소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국회 사무처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는 10월까지 협약을 체결하라고 시간을 줬다. 그런데 기본협약 없이 4년간 활동한 것이 심각한 문제이고, 유엔을 속였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속였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