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0kg 탄약·식량 지게로 나른 6·25 영웅들… 군번 없는 '지게부대원' 위령비, 75년 만에 세웠다

"지게부대원은 국군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입니다."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6·25전쟁 당시 보급품을 지게로 운반하며 국군을 지원한 주민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가 73년 만에 건립됐다.

5일 오전 11시30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의 장녀 백남희(75) 여사, 김재욱 칠곡군수, 지게부대원 후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부동전투 참전 주민 위령비 제막식'이 개최됐다.

높이 1.6m, 너비 1.6m 크기로 건립된 위령비에는 6·25전쟁 당시 조국을 지켰던 지게부대원들의 활약상과 희생, 헌신을 기리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날 행사는 백 여사가 자비로 2500여 만원을 들여 기획해 의미를 더했다. 백 여사는 1200만원으로 위령비를 마련했다. 제막식 준비 등에 드는 비용 1300여 만원 역시 직접 부담했다.

백 여사가 추모비 건립에 앞장선 것은 다부동전투에서 보여준 지게부대원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던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다.

지게부대원은 탄약·연료·식량 등 보급품 40~50kg을 짊어지고 가파른 산악지대 고지를 올라 백 장군이 이끄는 국군 1사단과 미군에 전달했다.

이들은 군번도, 총도 없이 포화 속을 헤치며 전쟁물자 보급은 물론 부상자와 전사자 후송 등 모든 병참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유엔군은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 알파벳 A와 닮았다는 이유로 'A-frame Army'라고 불렀다.

미8군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회고록에서 "지게부대가 없었다면 최소 10만 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로 보내야 했을 것"이라고 주민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다부동전투에서 지게부대원 2800여 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참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보상이 어러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백 여사는 지난 5월30일 칠곡군 망정리 328고지 지겟길에서 지게부대원들의 전쟁물자 보급 재현 행사를 갖고, 이들을 기리는 위령비 건립을 공개했다.

백남희 여사는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지게부대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며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지게부대원과 학도병처럼 숨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며 "그들을 기억하고 재조명하는 일에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