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 조악, 수치 문제, 일부 폰트 너무 커"… 英 탐사매체 벨링캣 보도"상당수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 일부 조작 내지 전체 '허위 가능성'"이 문건은 허위정보일 수 있다"… 친러 텔레그램 채널도 의문 제기우크라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 유출" 주장… 美 기밀문건 파장 촉각
  • ⓒ미국 음모론 사이트 '포챈'(4chan)
    ▲ ⓒ미국 음모론 사이트 '포챈'(4chan)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동맹국을 감청했다는 미국정부의 기밀문건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유출된 후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채널과 미국 음모론 사이트 포챈(4chan)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이에 미 국방부가 사태 조사에 나선 가운데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문건 일부가 조작되거나 전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총 100쪽에 이르는 이 문건은 해외정보감시법(FISA) 하에서 수집된 자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일부 자료에는 법무장관의 승인 없이 배포할 수 없다는 라벨이 붙어 있다. 

    NYT는 복수의 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해당 문건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보당국의 보고서 등을 취합해 작성한 정보와 작전보고서(opearational briefs)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하면서 "일부 문건은 유출된 후 수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국방부가 문건의 배포를 통제하기 위한 절차를 도입했지만, 해당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밀취급허가(security clearance)를 가진 관계자들이 미 군과 정부에 수천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 명에 달하므로 유출 근원지를 추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가 인용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문건이 진본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의구심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 포듈야크는 "의도된 (문건) 유출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문건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전쟁에 개입하고 있는 수준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일부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은 "이 문건이 서구진영의 허위정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담긴 정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탐사보도매체 '벨링캣'이 입수해 분석한 문건에는 스캔본은 없었고 촬영된 이미지만 존재했다. '일급비밀'(Top Secret)이라고 표시된 'CIS 작전센터 정보 업데이트' 문건 역시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들이었다.

    문건은 지난 5일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확산하기 시작했다. 벨링캣이 입수한 최초 버전은 '돈바스 데부쉬카'(Donbass Devushka)라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오후 9시29분(우크라이나 현지시간)에 확인됐다. 

    벨링캣은 "텔레그램의 '돈바스 데부쉬카' 채널과 포챈에 게시된 이미지 중 겹치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누적 전사자 등 다수의 통계가 포함된 지도 하나뿐이었지만, 통계수치가 달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챈에 게시된 이미지 속 통계상으로는 러시아 전사자가 우크라이나 전사자보다 많았다. 하지만 돈바스 데부쉬카 계정에 게시된 통계는 그 반대였다. 

    나아가 벨링캣은 포챈이나 텔레그램 계정들에 게시된 정보들이 모두 원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에 조악한 조작 흔적도 나타났고, 해상도도 조악했으며, 수치들도 정렬돼 있지 않았고, 일부 자간은 전체 폰트에 비해 너무 컸다"는 설명이다.
  • ⓒ온라인 커뮤니티 '디스코드'의 온라인 게임 서버인 '마인크래프트' 캡처
    ▲ ⓒ온라인 커뮤니티 '디스코드'의 온라인 게임 서버인 '마인크래프트' 캡처
    문건의 진위 여부를 넘어 원출처 또한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 채널과 포챈 계정에 공유되기 한 달 전인 3월4일, 10개의 문서가 디스코드 내 '마인크래프트 어스 맵'(Minecraft Earth Map) 서버에 게시됐다. 

    이 서버에서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논쟁이 벌어지자, 한 이용자는 "여기 유출된 문서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관련 문서 10개를 첨부했다. 문서 일부는 '일급비밀'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 이용자는 "해당 문서의 게시자는 디스코드 커뮤니티 내 '와우마오' 서버의 한 이용자"라고 주장했다. 

    다른 이용자는 마인크래프트 서버 게시 시점보다 앞선 지난 3월1일과 2일에 30개가 넘는 문건을 게시했는데 그중 다수가 '일급비밀'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 이용자는 서버에 우크라이나 관련 수십 개의 또 다른 문건을 게시했지만 4월7일 삭제돼 문건의 진위를 파악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