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다음날 "국방부가 월북 가능성 높다는 방향으로 정리해 줘야"국방부 보도자료에 '신발만 발견, 실종자는 발견 못했다' 내용 추가 지시檢, 대북 반감 확산 대북정책 비판 등 우려해 '월북몰이' 결심했다고 의심
  •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월북 조작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받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당시 피살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을 강조하는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서욱 전 국방부장관에게 요청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했다.

    1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사망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1시쯤 서 전 실장이 서 전 장관에게 보고서 작성 방향과 관련해 언급한 정황을 파악했다.

    '월북몰이' 단서 곳곳에서 포착… 보고서 작성 방향 언급, 보도자료 내용 추가 지시 등

    서 전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합참의장 및 육·해·공군 참모총장 보직 신고식 참석을 위해 대기하던 서 전 장관에게 "국방부에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방향으로 정리해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발언을 '월북몰이'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돼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만 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8시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씨의 피살 사실이 공개될 경우 "남북관계 경색 및 북한의 국제 위신 실추와 대외 입지 위축 등이 전망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서 전 실장이 대북 반감 확산과 대북정책 비판 등을 우려해 '월북몰이'를 결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또 2차 관계장관회의 후 국방부 보도자료에 '배 위에서 신발만 발견되고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의 내용을 추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를 받은 이영철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이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 초안을 서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는 다시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검토를 거쳐 최종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서 전 실장 측은 "당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단정한 바 없고, 월북에 배치되는 정보를 선별해 삭제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