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현장 최고위 열며 민생행보…'신당역 살인' 언급 안 해박홍근 "영빈관 예산 삭감 하겠다"… 이재명 "그렇게 하시죠"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검·경의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망이 좁혀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역 현장을 방문하며 '민생 이슈'로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스토킹범에 의해 신당역에서 살해된 역무원과 관련해서는 침묵했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전북도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이 대표는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액과 관련 "영빈관을 짓는 데 878억원이면 수재민 1만 명에게 1000만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어쨌든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예산 통과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하자, 이 대표는 "그렇게 하시죠. 국민들은 물가로, 일자리로 온갖 고통을 받는데 몇 년 걸릴지도 모르고 현 대통령이 입주할지도 불명확한 일이 뭐 급하다고 1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퍼붓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회의에서 '신당역 살해사건'을 언급했다. 지난 14일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내부를 순찰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여자화장실에서 스토킹 가해자인 3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가해자는 이미 피해자를 지속해서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고 위원은 "한 사람의 여성, 딸의 엄마이기도 한 입장에서 대한민국이 나의 생명을 지켜 줄 수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며 "회사에게도 국가에게도 살려 달라고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녀(피해자)를 구해내지 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그러나 '신당역 살해사건'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조카의 살인사건 변론'이 재조명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뉴데일리는 지난해 9월 당시 대선경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조카가 그의 여자친구와 모친을 흉기로 총 37회 찔러 살해한 사건 변론을 맡은 법원 판결문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이 대표는 2006년 전 여자친구와 그의 모친을 수십 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조카 김모(44) 씨의 살인사건 1·2심 변호를 맡았다. 당시 이 대표는 김씨의 심신미약과 음주감경을 주장했다.

    사건은 김씨가 여자친구 A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후 벌어졌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직전인 2006년 5월 오후 칼과 테이프 등 살인도구를 미리 구입했다. 이후 김씨는 A씨 일가의 자택에 찾아가 A씨와 A씨 모친을 각각 19회, 18회씩 칼로 찔러 살해했다. A씨 부친은 목숨은 구했으나 중상을 입었다. 

    당시 이 대표는 김씨의 1·2심 변호를 맡으며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김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11월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에 유족이 이 대표에게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이 대표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며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 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16일 출근길에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보도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에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 시행했지만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영국·미국·캐나다) 출장을 떠나기 전에 법무부로 하여금 이 제도를 더 보완해 이러한 범죄가 발 붙일 수 없게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