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관심 가졌던 '남포~대동강~용흥강' 운하… "경제발전 동력으로 재검토"해발 1000m 고지대, 현실성 낮아… '라인강의 기적' 독일 RMD 운하도 50조 들어
  • ▲ 김정은이 동서 대운하를 건설할 가능성이 있는 대동강과 용흥강까지의 거리. ⓒ구글 지도 캡쳐.
    ▲ 김정은이 동서 대운하를 건설할 가능성이 있는 대동강과 용흥강까지의 거리. ⓒ구글 지도 캡쳐.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꿈을 끄집어내어 북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동강을 시작으로 함경남도 또는 강원도까지 동서를 잇는 대운하 건설 구상이다.

    김정은 “동·서해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 등의 추진 계획 세울 것”

    김정은은 핵무기 법제화를 밝힌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대운하 건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나라의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비롯한 전망적인 경제 사업들에 대한 과학적인 타산과 정확한 추진 계획을 세우며 일단 시작한 다음에는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시기 공화국 정부(북한)가 힘 있게 추진해야 할 중대사는 국토관리사업과 재해방지를 위한 사업”이라고 김정은은 강조했다.

    북한의 동서 대운하…김일성·김정일 때도 했던 구상

    김정은은 지난 8일 연설에서 동서 대운하의 경로나 건설 계획, 착공 시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부 북한전문매체는 김일성 시절에 검토했던 남포에서 대동강을 거쳐 용흥강을 연결하는 수로를 건설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동서 대운하 구상은 김일성 시절에 처음 나왔다. 1954년 4월 김일성은 대동강과 용흥강을 잇는 운하 구상을 밝히면서 김일성 종합대학 교직원들에게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용흥강은 함경남도 남쪽에 있는 강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추진하지 못했다.

    김정일 또한 동서 대운하에 대한 구상을 했다. 김정일이 생각한 동서 대운하는 남포-평양 대동강-함경남도 금야강 또는 강원도 원산으로 이어지는 수로다. 이 가운데 금야강에는 김정일 시절에 세운 댐과 수력 발전소가 있어 현재는 운하를 만들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원산은 김정은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도시다. 김정은은 집권 후 원산 명사십리 해안 일대를 갈마해안관광지구로 지정하고 대규모 리조트 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올해 3월에는 현장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 동서 대운하로 물류 혁신 기대…현실성은 의문

    북한이 김일성 때부터 동서 대운하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자신들이 남북 분단으로 인해 사실상 섬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동해와 서해를 잇는 해상운송로가 없다는 점이 국토개발과 해군력 증강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해 왔다.

    만약 김정은이 동서 대운하를 완성한다면 이는 상당한 성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물류 운송의 편의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대동강을 거쳐 원산 또는 용흥강까지 배로 단번에 갈 수 있어 마식령 스키장이나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등 관광산업 육성에도 이점이 생긴다. 또한 러시아 극동 지역과 중국을 잇는 수로로 발전하면 통행료까지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런 운하를 건설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지도를 보면 평양 대동강에서 용흥강까지의 거리는 약 150km다. 이 경로 동쪽은 해발 500~1000m 가량의 산맥이다. 이처럼 높은 고도에 운하를 만든 사례는 없다. 그나마 비교할 만한 것이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 ‘라인-마인-도나우 운하(RMD 운하)’다.

    677km의 라인강 운하 총 연장 가운데 171km에 해당하는 RMD 운하는 건설하는데 32년이 걸렸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 400m 안팎이다. 독일의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건설했지만 이 운하를 오갈 수 있는 선박은 수심 등의 문제로 1000~3000t급 소형 화물선 정도에 국한된다. 전투함이나 잠수함 이동은 불가능하다.

    또한 운하 건설 당시 독일 국민들이 부담한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0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북한이 아무리 노동력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각종 장비와 자재 구입에 드는 돈을 충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