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코, 북한주체사상과 신격화에 매력 느껴악명높은 루마니아 비밀경찰 세쿠리타테, 밀고자도 많아…"할아버지, 할머니 친한 친구도 믿지 말라고 말씀하셔"차우셰스코 정권시대에 한 맺힌 루마니아인, 북한인권 개선에 힘써
  •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본인 제공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본인 제공
    지난 18일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영상을 보면 포승줄에 묶인 어민은 군사분계선 근처에 다다르자 털썩 주저 않았다. 곧바로 머리를 땅에 찍으며 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측 호송인력이 이를 저지했고, 북송을 거부하는 어민을 군사분계선 앞까지 질질 끌고 갔다.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처형 당하거나 수용소에 수감될 것을 잘 알기에 어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때 어민이 느꼈을 공포감의 무게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알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평생을 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악하고 규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직접 공산주의 체제를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탈북어민이 느꼈을 공포와 혼돈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북한'과 가장 비슷했던 나라 '루마니아'에서 공산독재체제를 몸소 경험한 그레그 스칼라튜, 그가 강제북송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남 다를 듯.

    참고로 루마니아는 세계2차 대전이후 구소련에 의해 공산국가가 됐다. 공산체제가 붕괴되기 전까지 루마니아는 북한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특히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코는 1971년 북한을 방문했다가 북한식 주체사상과 북한식 독재자 신격화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루마니아식 주체사상을 설교했다. 여기에 수도 부쿠레슈티를 '제2의 평양'으로 만들기 위해 웅장한 도로와 건물을 건설했고, 이를 위해 대량의 외채를 차입했다.

    이후 차우셰스코는 외채상환을 위해 루마니아 식량까지 전부 수출하는 대신 수입은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루마니아인들은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고, 몇 시간씩 줄을 서야 생필품을 보급받을 수 있었다.

    나아가 차우셰스코의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심각했다. 루마니아 비밀경찰 '세쿠리타테'는 악명 높았다. 또 당시 루마니아 인구는 2300만 명이었는데 그 중 50만 명이 밀고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 친구마저 믿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했던 '불신'의 시대였다.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이 같은 차우셰스코 통제와 억압 아래 암흑같은 시기를 겪은 당사자이다.

    그러나 당시 어린 나이와 공포감 때문에 차우셰스코 정권을 반대하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이에 한이 맺힌 그는 북한 인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개선시켜야 겠다고 다짐하며 북한인권운동가의 길을 걷게 됐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루마니아 공산체제가 붕괴된 후 한국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10년 한국생활로 루마니아, 영어,불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에도 능숙하다. 부인도 한국인이다. 

    그는 현재 북한인권사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 세계에 이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는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다. 더불어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미국 국무부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자유아시아방송(RFA) 칼럼니스트로 북한 실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에 뉴데일리는 지난 15일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제북송사건과 북한의 최근 상황 등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 ▲ 북송당시 현장 사진ⓒ정상윤 기자(사진=통일부)
    ▲ 북송당시 현장 사진ⓒ정상윤 기자(사진=통일부)
    ◇탈북어민 강제북송사태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잔인하고 반인륜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민주당은 탈북민이 흉악범이기에 한국사회 편입 시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법치국가입니다. 정당한 법 절차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어민들은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사형같은 처벌이 명백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탈북어민들의 귀순 진정성에 논란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귀순의향을 표명한 탈북어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 대북정책 평가

    -문재인 정권시절 대북정책 평가를 내려주세요.

    "그의 대북정책은 독재자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계층 달래기에 집중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비위 맞추는 데 집중한 나머지 북한과 심지어 남한 인권(서해 해수부 공무원 사건)을 희생시켰습니다."

    -윤석열 정권대북정책은 어떤가요?

    "아직까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해는 없습니다. 다만 북한인권 특사 임명과 일관성 있는 북한인권정책을 펼치길 바랍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유엔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다시 활발하게 행동해길 기대합니다."

    ◇북한 최근 상황 이모저모

    -코로나19와 기근으로 북한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요?

    "북한 상황은 1990년대보다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생존기술을 스스로 습득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힘든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한국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으니 이제는 '전략적 인내'로 대응할 것입니다."

    *전략적 인내란 유엔 안보리 제재등 경제적 압박을 지속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 기본 개념.

    -북한이 도네츠크, 루한스크 독립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러시아는 북한의 친구이자, 동맹이자, 보호자이죠. 북한은 이런 러시아를 만족시키기 위해 독립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비롯해 무력시위를 지속할 가능성은 어떤가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는 현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기능이 마비된 상태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도 모자라 범죄전쟁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강제수용소에 있는 위구르족을 향해 반인륜적인 행동과 학살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혼란스러운 안보리 상황을 이용해 무력시위와 7차 핵실험을 강행할 듯 합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서 해결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