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측 "생명권 침해… 오판 가능성 배제 못해" 폐지 법무부 측 "사형이 갖는 위하… 범죄 예방 충분" 존치 과거 두 차례 7:2→5:4 합헌 결정, 이르면 연내 선고법조계서도 다양한 의견… 전문가들 "국민 여론 수렴 적절해야"
  • ▲ (왼쪽)연쇄살인마 강호순과 (오른쪽)연쇄살인마 유영철. 이들은 각각 흉악범죄 혐의가 입증돼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 (왼쪽)연쇄살인마 강호순과 (오른쪽)연쇄살인마 유영철. 이들은 각각 흉악범죄 혐의가 입증돼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수십년간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형제'의 위헌 여부 판단을 두고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 침해라는 주장과 흉악범의 합당한 처벌을 통한 '범죄 예방' 효과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사건'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은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헌법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고, 법무부는 "사형은 흉악범죄에 한정돼 있고 오판 가능성은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라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사형제와 관련한 주요 쟁점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이 사형의 헌법상 근거가 되는지, 사형제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하는지, 사형제가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지 등의 해석 여부다.

    청구인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라서 법적 평가를 통해 반가치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구인은 그러면서 "설령 생명권 제한에 관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성 원칙이 적용되더라도, 사형제가 목적하는 응보는 근대적 의미의 응보라고 할 수 없어 비례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또 법무부의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없고, 사형이 집행된 경우 후일 오판임이 판명돼도 시정할 방법이 없다"고 전제한 청구인은 "사형제가 아닌 절대적 종신형 등에 의해서도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사회를 보호한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구인은 "본래 '국가'라는 것은 후천적으로 발전한 제도이지만 '생명'은 제도 이전의 인간현상"이라며 "생명은 국가 이전의 전제이기에, 국가가 관여할 수 있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 ▲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사형제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어"

    반면 법무부는 "사형은 심리적 위하를 통해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며 "형벌의 본질인 응보라는 측면에서 잘못에 따른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따른 공포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 범죄 예방 기능이 크다는 것이다. 또 죽음에 따른 근원적인 공포를 고려하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특히 사형이 엄격한 요건하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사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된 범죄는 흉악범죄에 한정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오판 가능성을 두고는 "사법제도가 갖는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제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 '분분'…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중요"

    사형제 존폐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홍세욱 상임대표는 "날로 흉포화하는 범죄를 봐도 그렇고, 국민감정도 아직은 사형제 존치를 원한다고 본다"며 "사형제 위헌 판단은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형제 찬반 논리는 각자 나름의 정당성이 있으나, 위헌으로 판결될 경우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관망했다.

    법률사무소 '청한'의 조정희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를 위헌이라고 본다"면서 "범죄자의 생명을 존엄한다기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존권을 빼앗을 권리는 인정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사형제도 찬성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지라도, 사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절대 소수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형제 헌재 심판대 세 번째… 복역 중 사형수는 59명 

    사형제도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6년 살인죄의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형법 250조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0년 형법 41조 1호를 대상으로는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으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1997년 12월30일을 마지막으로 25년간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복역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