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대통령기록물 정보공개청구… 거부하면 소송, 정당 건의, 文 고발"피살 공무원 동료들 "방수복 그대로 있었다"… 유족 '진상 요구' 기자회견
  • ▲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과 법률대리인이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과 법률대리인이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 사건은 전 정부의 '국정농단'입니다. 살인사건은 범죄와 다름없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2020년 9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이같이 울분을 토하며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래진 씨와 피살 공무원의 배우자 등 유족들과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일부 특정 세력만 공유할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납득 가능한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래진 씨는 "줄기차게 주장했던 월북 정황이 부족해지자 (살인)사건 수사를 잠정중단한다고 밝힌 국방부의 발표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해경의 경우 '월북 프레임' 수사에 짜맞춰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표했다.

    "결국 지난 정부가 해당 정보들을 듣고도 아무것도 안 한 채 묵인했다"고 지적한 이래진 씨는 "진실을 밝혀 준 이번 윤석열정부의 시스템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지난 5월 대통령기록물의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오는 23일 전까지 공개 여부를 알려 주겠다고 통지를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대통령기록관장이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 정당 원내대표에 건의, 문 전 대통령 고발 등 3가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원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 의결한다면 정보를 공개할 수 있기에 민주당·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먼저 건의하고, 그럼에도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는다면 부득이하게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사실을 알고도 대응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방치했다면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에서 해당 정보가 국가안전보장을 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해야 직무유기 또는 직무유기를 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북한 피살 해수부 공무원 배우자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북한 피살 해수부 공무원 배우자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유족 아들 "아버지, 윤 대통령 통해 제게 큰 선물 보내"

    이날 김 변호사는 이씨의 아들이 윤 대통령에게 쓴 감사편지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언론에 처음 얼굴을 공개한 피살 해수부 공무원의 배우자는 기자회견 중 아들이 윤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 이씨는 편지를 통해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며 "고통스러웠고 원망스러웠으며 분노했다"고 밝혔다.

    또 "긴 시간 동안 전 정부를 상대로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맞서는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했다"고 회고한 아들 이씨는 "아버지도 잃고, 꿈도 잃었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또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스무 살의 봄날도 제게는 허락되지 않았다"고 힘들었던 심경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들 이씨는 지난 1월 윤 대통령과 만남을 떠올리며 "제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 주셨던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곧 규명될 테니 잘 견뎌 주기 바란다는 말씀에 다시 용기가 났다"며 "제가 듣고 싶었던 것은 따뜻한 이 한마디였고, 지켜지는 어른들의 약속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이 20살을 맞는 생일이라고 밝힌 아들 이씨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슬픈 생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대통령님을 통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제게 큰 선물을 보내신 것 같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는 이어 "얼마 전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동생을 잘 다독이고, 어머니께 힘이 되는 아들이 되겠다"며 "이 힘겨움을 끝까지 함께해 주고 계신 큰아버지와 김 변호사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 바른 인성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해가겠다"고 다짐했다.
  • ▲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과 법률대리인이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과 법률대리인이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증거 가치 있는 진술 배제… 월북 프레임에 맞춰 다른 증거 대"

    김 변호사는 회견에서 전날 해양경찰이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피살 공무원 이씨가 탑승한 '무궁화 10호' 승조원 7명의 진술조서를 일부 공개하며 "당시 현장에 있는 해당 진술의 증거 가치가 훨씬 더 높지만, 해경 측은 원하는 '월북 방향'과 다르니 월북 프레임에 맞추고자 다른 증거를 댔다"고 주장했다.

    피살 공무원 이씨의 동료 직원들은 진술조서에서 "실종자가 북한에 관한 말을 했거나 월북 관련 이야기를 꺼낸 적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 "들은 적도 없고 정치색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각 방에 방수복이 있지만, 이씨의 방에 가 확인해보니 방수복이 그대로 있었다"면서 "월북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추운 바닷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은 월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라고 진술했다.

    또 이들은 "밀물로 인해 물살이 동쪽으로 흘렀는데 그것을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것은 무리"라며 월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진술조서는 편집 없이 그대로 배부됐으며, 원본 중 월북과 관련된 내용만 요약돼 기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