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행령 수정 요청권 국회에 부여… 검사 출신 조응천이 대표발의"행정부 행위 직접통제"… 국민의힘 "삼권분립 어긋나, 위헌" 주장 "국민이 뽑은 정부를 발 밑에 두려는 것" 비판… 민주당 "당론 아니다"
  •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석 기자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석 기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시행령 수정 요청권을 국회가 갖도록 하는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삼권분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조응천 "국회는 행정입법 내용 통제 의무 있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 의원은 이날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 강준현·김영진·김종민·박상혁·박용진·송갑석·신현영·위성곤·이소영·이용우·이원욱·장철민·전용기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의 골자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시행령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이의 수정,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현행 법(국회법 제98조의2)은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한 뒤 소관 행정기관 장에게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국회에 수정, 변경을 요청하는 권한까지 부여해 정부를 대상으로 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조 의원은 개정안에서 "국회는 입법권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령과 총리령은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원회의 통보로 단순히 처리 의견을 권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없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개정안의 당론 추진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아직 당론 추진 단계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삼권분립 취지에 어긋나"

    국민의힘은 개정안 추진 배경에 '선거불복' 의도가 깔려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대통령령 등을 통해 국정을 펼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은 그마저도 틀어막고 국민이 선출한 윤석열정부를 완전히 자신들의 발 밑에 두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 의장은 "민주당의 이러한 대선 불복행위는 대선 패배 직후부터 지금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입법부가 행정부의 행위를 하나 하나 다 직접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삼권분립 취지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최근 대통령선거·지방선거에서 국민들께서 민주당 정권을 심판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불복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 대통령이나 지방 정권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읽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대 국회 때 국회법 개정 논의가 있었는데 2019년 11월 당시 문재인정부에서 법제처 정책국장이 국회 운영위에 나와서 '문제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지금 현재의 국회법이 만들어졌다. 지금 또다시 국회에서 수정 요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여전히 위헌 소지는 그대로 남아 있는 문제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해당 개정과 관련 "국회가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시행령 내용이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에서는 법률을 구체화한다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법안의 국회법 개정안은 박근혜정부 시절 유승민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이 추진했다 무산된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2015년 5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과 교섭해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시행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행위를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했으며, 이로 인해 유 전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