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결과 족집게처럼 맞힌 타임" 국내 언론 보도알고보니 사실과 달라… 朴·文 외 당선 전 인터뷰도 없어
  •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실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인터뷰 기사. ⓒ타임 홈페이지 캡처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실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인터뷰 기사. ⓒ타임 홈페이지 캡처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 "한국의 역대 당선 후보를 모두 예측했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인터뷰했다"며 사실상 타임지가 이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는 민주당 측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 후보가 타임지와 단독인터뷰한 사실을 민주당이 유리하게 해석한 자료를 일부 언론사들이 인용보도하면서 일방적인 평가나 인터뷰 내용만을 소개해 유권자들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지난 16일 진행한 제17차 위원회의에서 "헤럴드경제와 대전일보의 관련 기사들이 특정 후보자가 소속된 정당의 관점에서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작성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각각 '주의' 조치를 내렸다.

    美 'TIME' 이재명 단독인터뷰… 헤럴드경제 등 대서특필


    20대 대통령 선거를 5일 앞둔 지난 4일 헤럴드경제는 '역대 대통령 모두 예측했던 美 TIME..이재명 단독 인터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6대부터 19대 대선까지 후보자 신분이었던 역대 대통령과 인터뷰하며 한국 대통령 당선인 예측에 성공했던 타임지가 이 후보에 대해 '자신의 어린시절이 나라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라고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어떤 사람도 나와 같은 삶을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이 후보의 인터뷰 발언과 함께 "가난한 농가의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장애를 입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 후보의 자수성가 이야기는 한국의 역사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는 등 이 후보의 불우했던 성장 과정을 온정적으로 묘사한 타임지의 보도를 가감 없이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6대 대선부터 대선 정국 때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온 타임지가 이번 대선 정국에서는 이 후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혀, 마치 타임지가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헤럴드경제는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한국 대선 때마다 당선자를 미리 예측하고 인터뷰를 진행해왔던 타임지가 이 후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 것은 미국 정가가 이 후보를 가장 강력한 차기 당선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한미동맹, 외교 안보 등에 있어 안정감 있는 지도자라는 미국 정가의 평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까지 실었다.

    대전일보의 4일자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당선 후보 족집게 인터뷰 美 타임지, 이번엔 이재명 기사 게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전일보는 "이 후보를 가장 강력한 차기 당선인이자 가장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 보는 미국 정가의 평가가 타임지 인터뷰에 반영됐다"는 민주당의 아전인수격 주장을 머릿말에 올렸다.

    이어 헤럴드경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역대 대선 결과를 모두 예측한 타임지가 이 후보를 인터뷰했다"며 타임지가 이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것으로 풀이한 선대위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외교 안보 등에 있어 안정감 있는 지도자라는 미국 정가의 평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까지 덧붙인 대전일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아내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기사 말미에 소개하며 "이는 영감을 주는 내용은 거의 아니다(It's hardly inspiring stuff)"라는 타임지 문구로 해당 기사를 마무리했다.

    與 선대위 "역대 대통령 모두 예측한 타임지, 李 후보 단독 보도"

    두 기사는 같은 날 오전 민주당 선대위가 배포한 '역대 대통령 모두 예측한 미국(TIME)지, 이재명 후보 단독 보도'라는 보도자료에 기반한 기사였다.

    이 자료에서 선대위는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집중 조명하는 단독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타임지는 지난 16대부터 19대까지 역대 대선에서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 한국 대통령 당선인 예측에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타임지가 이 후보를 단독 보도한 점으로 볼 때 워싱턴 등 미국 정가가 그를 한국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선대위가 인용한 타임지의 기사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인터넷판에 올라온 'The South Korean Presidential Hopeful Who Believes His Childhood Can Help Him Heal His Nation'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 기사는 이 후보가 찰리 캠벨(Charlie Campbell) 타임지 동아시아 지국장과 1시간가량 나눈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후보의 성장 배경을 서술하며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가 대통령 후보로 올라서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후보의 인터뷰 기사였기에 상당 부분 이 후보의 이력을 소개하거나 분석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기사 말미에서는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나 대장동 의혹 등 이 후보의 '어두운 면'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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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선대위는 해당 기사에 담기지 않은 미국 정가 시각을 운운하며 '타임지의 인터뷰는 미국 정가가 이 후보를 가장 유력한 대통령 당선인으로 본다는 증거'라는 일방적인 해석을 내렸다.

    또한 "타임지가 지난 16대부터 19대까지 후보자들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 대통령 당선을 모두 예측했다"며 타임지에 대한 신뢰도를 과대하게 부풀렸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확인 결과 타임지가 2003년 3월 3일 'I Will Do My Best to Remove the Differences'라는 제목으로 16대 노무현 대통령을 소개한 기사는 노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한 기사가 아니라, 새로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을 조명한 기사였다. 더욱이 이 기사는 인터뷰 기사도 아닌 분석 기사였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도 취임 이후인 2008년 6월 6일에 실렸다. 선거 전인 2007년 10월 17일 타임지 아시아판에 이명박 당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기사가 실렸으나 이는 인터뷰 기사가 아니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는 선거 이틀 전인 2012년 12월 17일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기사는 대선 이후인 2017년 5월 15일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는데, 기사가 공개된 것은 선거 전인 5월 4일이었다. 당시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치러진 선거라 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타임지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 당선인 예측에 모두 성공했다"는 민주당 선대위의 보도자료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이 허위 보도자료를 낸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홍보가 절실해서라고 이해한다 쳐도 언론이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다는 것은 기본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라며 "이재명 선대위의 기만적 선동에 언론이 놀아났고,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가짜뉴스를 믿고 자기 한 표를 결심한 피해자가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