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거리 두기 인원제한 '8인' 소폭 완화전문가들 "잘못된 시그널로 상황 악화… 안정 늦춰질까 우려"자영업자 "정부 말 바꾸기 배신감… 우리 희생만 강요"
  • ▲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길게 줄 선 시민들에게 코로나19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뉴시스
    ▲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길게 줄 선 시민들에게 코로나19 검사 안내를 하고 있다.ⓒ뉴시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이 21일 소폭 완화됐다. 사적모임 제한인원을 최대 6명에서 8명으로 늘인 것이 골자다. 제한시간은 오후 11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뀐 방침이 적용된 첫날부터 사회 곳곳에서 각종 우려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바라는 방역전문가들과 하루빨리 '생업 정상화'를 원하는 자영업자들 모두로부터 비난 받으며, 정부가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정부 섣불리 '정점' '완화' 시그널… 혼란 가중"

    방역전문가들은 완화 결정 이전부터 계속된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이 오히려 방역 일선의 혼선과 코로나19 확산세를 가중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정점이 확인되기도 전에 이를 섣불리 판단해 거리 두기 전면 완화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을 주평균 일일 확진자 '37만 명' 기준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맞춰 일일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이달 초부터 거리 두기 제한 폐지 또는 대폭 완화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이른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시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직후부터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정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거리 두기 폐지에 나섰다가는 확진자 폭증과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결국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지난 17일 일일 확진자가 37만 명의 2배에 가까운 62만 명대까지 폭증하자 결국 정부는 거리 두기 소폭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거리 두기 완화로 인해 확진자 감소 국면이 늦춰지고 오히려 정점의 규모 및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거리 두기 완화 방침에 "확진자 조절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결정"이라며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을 경험한 나라도 상황이 나쁘지면 (거리 두기를) 강화했지 완화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 ▲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사적모임이 기존 6명에서 8명까지 가능해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사적모임이 기존 6명에서 8명까지 가능해진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자영업자들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반면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말 바꾸기'에 나섰다고 비난한다. 애초 정부의 메시지대로 '폐지'에 준하는 변화를 기대했지만,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생색내기용' 조정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확진자 폭증 이후 방역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하며 사실상 방역 '방치' 상태에 처한 지경임에도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만 과도한 희생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6명이든 8명이든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나 요즘 시국에 누가 8명씩 몰려 다니겠느냐"며 "인원제한보다 시간제한을 풀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식당 운영자도 "매번 속으면서도 이번에는 정말 기대했는데 또다시 이 정부에 대한 배신감만 커졌다"며 "전면 완화를 내건 윤석열정부의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영업 관련 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엽합회는 논평을 통해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제한 위주의 거리 두기 방침은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실패한 정책을 왜 지금까지 강요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주는지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일 확진자 나흘째 감소세… "감소세 판단은 24일까지 지켜봐야"

    한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지난 17일 62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나흘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1일 일일 확진자는 20만91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보다 12만 명 감소한 것이며, 지난 11일 이후 열흘 만에 20만 명대로 내려앉은 수치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가 지난주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국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 모두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유행의 정점을 지났다고) 지금 단언하기는 이르다"며 "주말 영향이 사라지면서 수요일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23~24일까지 (추세를) 보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