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 없다면 같은 ‘창’ 가져야… 러시아·중국, 마하 10 이상 장거리 미사일 보유
  • ▲ 2013년 2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순항미사일 현무-3C. 약점은 속도가 마하 0.8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2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순항미사일 현무-3C. 약점은 속도가 마하 0.8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알렸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무력을 억지하기 위한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다.

    42년 만에 사라진 한미 미사일지침

    문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며 “바이든정부 출범 초기 한미 방위비협정 타결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고 자평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9월 한국군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독자개발을 막는 대신 미사일 관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한미 간 양해각서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존 위컴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방부에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고,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장한 것이 전부다. 이것만으로 이후 한국군은 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 이상인 미사일은 개발하지 않았다.

    이 지침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무기·탄도미사일을 개발한 2000년대 들어 느슨해진다. 1999년 1차 개정, 2012년 2차 개정, 2017년 3차 개정을 거쳐 사거리 800㎞ 이상의 고체연료 미사일을 빼고는 모두 개발할 수 있게 지침이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4차 개정을 통해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철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발표하기 전까지 미사일지침은 차근차근 해체돼온 것이다.

    순항미사일부터 탄도미사일까지… 현무 시리즈

    현재 우리 군은 유도탄사령부 예하에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전력을 두었다. 우리 군은 자체 개발한 미사일에 ‘현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현무-2다. 사거리 300㎞의 현무-2A, 500㎞의 현무 2-B, 800㎞의 현무 2-C까지 알려졌다. 순항미사일은 현무-3다. 사거리 500㎞는 현무 3-A, 1000㎞는 현무-3B, 1500㎞는 현무-3C다. 현무-3C는 2010년 7월부터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군은 사거리 800㎞ 이상, 탄두중량 2t 이상인 현무-4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3000㎞의 순항미사일 현무-3D를 개발 중이다. 

    현무-4는 지상 낙하 시 관통깊이가 180m 이상이라는 소문이 있다. 북한군 최고지휘부라는 ‘철봉각’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군 지휘소는 무너뜨릴 수 있다. 현무-3D는 잠수함이나 구축함에서 발사하면 미군의 토마호크나 러시아의 클럽(칼리브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 군의 미사일 개발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는 장애물이 많다. 우리 군이 주변국을 대상으로 군사적 억지력을 발휘하려면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
  • ▲ 중국군이 보유한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 DF-17. 탄두 부분이 활공체 향태로 돼 있다. ⓒ중국군 홍보자료 캡쳐.
    ▲ 중국군이 보유한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 DF-17. 탄두 부분이 활공체 향태로 돼 있다. ⓒ중국군 홍보자료 캡쳐.
    미국·러시아·중국만 가진 ‘극초음속 장거리 고정밀 미사일’

    향후 전쟁에서 판을 뒤집는 무기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선두주자이고, 미국이 이를 바짝 뒤쫓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2015년 2월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체를 활용한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 ‘아방가르드’를 개발했다. 2019년 12월 러시아는 ‘아방가르드’를 실전배치했다며 “이 미사일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극초음속 활강 탄두가 마하 20으로 목표를 향해 돌진하며 요격체계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러시아는 또 마하 8로 1000~2000㎞ 밖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지르콘’, 마하 10으로 2000㎞ 밖의 목표를 파괴하는 ‘킨잘’도 보유했다.

    중국은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대함탄도미사일(ASBM)’로 사용 중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 ‘아방가르드’처럼 극초음속 활강 탄두를 쓰는 것이 둥펑-17(DF-17)이다. 

    2014년 1월부터 시험발사를 시작했다는 DF-17은 길이 11m, 무게 15t의 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는 1500~2500㎞, 속도는 마하 5~10로 추정된다. 탄두가 글라이더 형태여서 자체 비행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DF-17은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로도 못 막는다”고 자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2018년 8월 뒤늦게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빠른 성과를 보였다. AGM-183A ARRW, 별칭 ‘애로’는 길이 6.5m, 직경 0.7m의 소형 미사일이지만, 마하 20으로 1600㎞ 거리의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탄두에는 핵폭탄을 장착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시험발사가 실패했다”는 CNN 보도가 있었지만, 개발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과 개발국에 둘러싸인 한국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에 접하고, 미국과는 동맹관계다. 세 나라 간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동아시아 국가에 ‘중립’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이런 지정학적 입지를 생각한다면, 러시아·중국을 뛰어넘지는 못한다고 해도 근접한 무력은 갖고 있어야 역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극초음속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추진에 필요한 스크램 제트엔진과 로켓용 고체연료 기술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이 기술은 우주 개발과 일맥상통한다.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극초음속 고정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의를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2004년부터 램제트엔진 등 극초음속 추진에 필요한 기초기술을 개발 중이었다. 2023년이면 시험비행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는 “국방과학연구소는 최고지휘부의 결심만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술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 우리 기술로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 평가”라는 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군의 억지력 확보는 통수권자의 의지에 달렸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