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김정남 암살로 2017년 北과 사실상 단교했는데… 北, 말레이에 "외교 단절" 협박
  • ▲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인공기. ⓒ뉴시스
    ▲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인공기. ⓒ뉴시스
    말레이시아가 돈세탁 혐의를 받는 북한 무역일꾼을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 측이 단교를 선언했다. 북한은 또 미국을 배후조종자이자 주범이라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이 일어난 다음달인 2017년 3월 북한과 교류를 전면중단, 사실상 단교 상태다.

    "합법적 대외무역일꾼을 불법자금 세척 관여 혐의는 터무니 없는 날조, 완전한 모락"

    북한 외무성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불의는 정의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성명을 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국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모든 사람을 경악케 하는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미국의 강박에 굴복해 특대형 적대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힌 북한 외무성은 "지금 이 시각부터 쌍방 사이에 초래될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 외무성은 "또한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미리 경고해 둔다“고 덧붙였다.

    "북미관계 모를 리 만무한 말레이시아, 죄 없는 공민 피고석 앉혀"…외교 단절 선언 

    북한 외무성은 "말레이시아 당국은 우리의 최대 주적이 미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한데, 무턱대고 아부해서 죄 없는 우리 공민을 피고석에 앉혀 놨다"며  "그것도 모자라 끝끝내 미국에 인도함으로써 자주권 존중에 기초한 두 나라 관계의 기초를 여지없이 허물어버렸다"고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했다.

    "명색이 정부라고 하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맹신·맹종하다 못해 공인된 국제법도 무시하고 우리 공민을 미국의 적대시 책동의 제물로 섬겨바친 것은 천인공노할 악행이고 용서받지 못할 대범죄"라고 억지를 부린 북한 외무성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이번 행위는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침탈하려는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시 책동에 대한 노골적인 편승이고 직접적인 가담"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이어 "문제의 우리 공민은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이라며 "불법자금 세척(돈세탁)에 관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면서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에 혐의 증거를 제시하라고 거듭 강력히 요구했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그를 입증할 만한 똑똑한 물질적 증거를 단 한 번도 내놓지 못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북한 외무성은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김정남 암살 직후인 2017년 3월 사실상 북한과 단교… 인도된 용의자는 문명철

    말레이시아가 미국에 인도한 용의자는 북한 무역일꾼 문철명(56·남)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9년 12월 문철명이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해 사치품을 북한에 보내고 돈세탁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미국 측은 말레이시아에 문씨의 신병인도를 요청했다. 문씨는 지난 3월 초 "미국으로의 신병인도를 중단해 달라"고 상고했지만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한편, 통일부는 1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원칙적으로 해당 국가(말레이시아)의 사법당국 결정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