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화웨이 제재 등 중국 압박은 계속”… 전문가들 “중국 행동 지켜본 뒤 대응할 것”
  •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백악관이 “바이든정부는 대중국 관계에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갖고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정부의 대북전략으로 알려졌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바이든정부가 일단 중국의 행동을 본 뒤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풀이했다. 

    백악관 대변인 “중국에 새로운 접근 필요… '전략적 인내'로 대응”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은 현재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내심’을 갖고 대중국 관계에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 화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이 주장한 ‘다자주의’가 바이든정부의 대중정책에 영향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사키 대변인은 “시진핑의 발언이 바이든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를 설명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국내에서는 더욱 권위주의적이고, 해외에서는 더욱 적극적인(assertive) 모습을 봤다”며 “중국 당국은 이제 우리의 안보·번영·가치에 중대한 도전이 되어 미국은 기존과는 확실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전략적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고자 한다(We want to approach this with some strategic patience)”고 밝힌 사키 대변인은 이를 위해 여야는 물론 동맹국과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정부의 ‘전략적 인내’…북한 도발에 무대응으로 일관

    사키 대변인은 그러나 무역·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대중국 압박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제재를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사키 대변인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와 지적재산권 약탈은 여전히 우리의 우려사항”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은 중국을 상대로 더 나은 방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 때문에 바이든정부가 중국 당국에 유리한 대중국 전략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오바마정부는 북한을 상대하면서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을 썼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등의 도발로 협상을 요구하면 ‘무시’하고, 동시에 주변국과 협력을 통해 압박한다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적 인내’ 전략은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할 시간만 벌어준 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 “선제적 행동 않고 일단 ‘두고 보겠다’는 의미”

    바이든정부가 중국에 ‘전략적 인내’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에 했던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기조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바이든정부가 말한 ‘전략적 인내’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중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말”이라며 “즉, 중국에 선제적 압박을 가했던 트럼프정부와 달리 중국이 하는 행동을 본 뒤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에 그나마 생각할 여유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이춘근 박사도 “선생이 학생에게 경고하듯 중국에 ‘지켜보겠어’라고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관계는 지도자와 국가적 시각, 체제의 틀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 박사는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친중성향이 짙은 바이든정부라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정부의 정책을 단번에 모두 뒤집지는 못하므로, 일단 대중국 대결구도는 유지하되 중국의 행동을 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