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가산점' 발언 계기로 교체설… 유기준 강석호 등 출마 저울질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패스스트랙 수사 대상 60명 의원 공천서 가산점” 발언으로 일부 의원의 빈축을 산 데 이어, 황교안 당대표와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장 패스트트랙 및 예산안 처리, 총선 준비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 “인지도보다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벌써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둘러싼 눈치싸움이 전개되는 조짐이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10일까지다. 다만 ‘국회의원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면 의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의원 임기만료까지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당헌 예외조항에 따라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종료까지 임기 유지가 가능하다.  

    때문에 당초에는 나 원내대표 연임론에 힘이 실렸다. 나 원내대표의 높은 인지도가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 역시 총선 때까지 임기 연장을 희망한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분석이었다.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 가산점” 발언으로 분위기 급반전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급반전했다. 지난 2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도록 건의할 것”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발단이었다. 당 내부에서는 “월권행위” “연임을 위한 환심 사기”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불씨는 황교안 당대표와 불화설로 번졌다. 나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황 대표와 상의한 내용”이라고 했으나, 황 대표는 24일 “당에 대한 헌신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도, 28일에는 “내 입으로 그런 말(가산점 부여)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23일 당 일일 점검회의에서는 “공천 룰은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며 “해당(害黨) 행위”라고 말한 것이, 1주일 뒤인 30일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황-나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모략"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31일 “‘해당행위’는 나 원내대표를 향해 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황심(黃心)에 따라 나 원내대표 연임이 좌우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지도’보다는 협상‧전략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새 원내대표 임기가 4~5개월 남짓이지만 패스트트랙 및 예산안, 총선 준비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인지도는 높지만 협상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는 의원이 많다”며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지금으로선 재빨리 전략가를 앉혀 20대 국회를 마무리하고 총선을 대비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박 이어 친박마저 “경선해야”… 벌써 눈치싸움 시작 

    계파별로 보더라도 원내대표 교체설에 무게가 쏠린다. 나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지만 지난해 12월 당선 당시 친박계의 물밑 지원이 컸던 탓에 비박계에서는 총선 전 원내대표 교체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원내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지 않더라도, 원내 주요 지도부에 비박계를 앉혀야 공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비박계에서는 권성동‧강석호(각각 3선) 의원의 출마가 거론된다.   

    게다가 친박계 의원들도 나 원내대표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조짐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당선 당시 ‘친박계 도움으로 당선됐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그런데 최근 원내대표 교체설이 나온 후 하마평에 오른 인사 중 대부분이 친박계다. 

    우선 유기준 의원(4선)은 29일 B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임기 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면서 “그런 역할(원내대표)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김재원 의원(3선)도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내대표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복수 희망자가 있으면 원칙대로 경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굳이 더 하려고 하면 서로 모양새만 안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관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 임기연장을 주장하는 쪽도 있다. 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원내지도부를 교체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