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볼모' 우려에도 총파업 강행 의지… 학부모들 "위탁운영금지법 폐지" 요구
  •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9월~10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 정상윤 기자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9월~10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 정상윤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가 교육당국과 임금교섭을 잠정중단하고 2차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2차 총파업 시기는 전국 초·중·고교의 2학기가 시작되는 9~10월로 정해져 ‘2차 급식대란’이 우려된다.

    학비노조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제2차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무책임·무능력·거짓말 집단인 교육당국과는 총파업 압박 없이 교섭이 되지 않는다”며 “2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며, 요구사항을 이루기 위해 총파업에서 승리하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학비노조는 지난 16일 세종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실에서 기본급 6.24%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교육부·교육청 교섭단과 본교섭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기본급 인상 등 본교섭 결렬… "9~10월 2차 총파업 투쟁 나설 것"

    학비노조의 요구안은 △기본급 6.24% 인상 △근속수당 월 3만2500원→월 4만원 인상과 상한(현재 21년차 상한) 폐지 △근속수당가산금 신설 △명절휴가비 연 100만원→기본급과 근속수당 합산액의 120% △정기상여금 연 90만원→기본급과 근속수당 합산액의 100% △맞춤형 복지비 연 40만원 이상→공무원과 동일 인상 등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비노조 측 주장에 대해 “노조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올해 학교 비정규직 인건비 예산보다 6100억원이 더 소요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학비노조는 이날 교육당국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공약 불이행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고혜경 학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육당국의 교섭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교육부가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조정 역할'만 주장하며 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학비노조 서울지부장은 “교육당국의 위선과 거짓이 드러난 지금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며 “제2 총파업으로 40만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 일자리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 교육감이 공정임금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히 당선 만을 위한 약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6일 본교섭에서 교육당국은 앵무새처럼 '약속 이행 못한다'는 말만 했다”며 “이에 이미 17개 시·도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지난 3~5일까지 이어진 학비노조 파업에 전국 2800여개교가 급식 차질을 빚어, 학생들은 빵이나 우유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었다. ⓒ 뉴시스
    ▲ 지난 3~5일까지 이어진 학비노조 파업에 전국 2800여개교가 급식 차질을 빚어, 학생들은 빵이나 우유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었다. ⓒ 뉴시스
    학비노조 측의 2차 총파업에 따른 ‘2차 급식대란’이 우려되자, 학부모와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만 고통받는다”며 ‘급식위탁운영금지법’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청이 급식조리실무사 등의 교육공무직원을 고용해 운영하는 직영급식체계를 폐지하고 위탁운영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직영급식체계를 운영하는 초·중·고교는 전체의 97.9%에 달한다.

    학부모들 "위탁운영체제로 바꿔야"

    실제로 지난 3~5일 사흘간의 학비노조 파업 때는 전국 2800여 개교가 급식 차질을 빚었고, 학생들은 대체급식(빵·우유 등)이나 직접 지참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학부모단체 ‘행동하는 엄마들’은 “경쟁이 없는 급식 직영화는 결국 종사자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학비노조의 파업 도구로 아이들의 급식이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 교사 김모(32) 씨는 “매년 일어나는 급식파업에 (학부모들) 불만이 상당하다”며 “학부모들의 민원이 지속되는 만큼 정부도 위탁급식 운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모(35) 씨는 “급식교원은 대체가 어려워 매번 노조에서 학생들의 급식을 볼모로 삼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아이들의 점심을 인질 삼아 파업하면 급식업체를 전부 위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급식 독과점이 아닌 경쟁을 통한 질 높은 급식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급식은 2006년 전문 급식업체가 운영하는 위탁체제에서 직영체제로 전환됐다. 당시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의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을 계기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돼 법적으로 급식 위탁운영이 금지됐다.

    그러나 식약처의 '2011~2015년 학교 식중독 발생 현황'에 따르면 연도별 식중독에 걸린 학생 수는 2011년 2061명, 2012년 3185명, 2013년 2247명, 2014년  4135명, 2015년 1944명으로 위탁운영이 시행되던 2005년의 2304명에서 크게 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