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법에 처벌조항 없어… 박영선·조명래·이은애도 청문회서 '위증'
  •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의 위증 논란으로 문재인 정부 공직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사청문회법에 공직 후보자의 거짓말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후보자들이 위증하고도 버티기식의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에서는 공직 후보자라도 위증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이른바 '윤석열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10일) 국회에 오는 15일까지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야당은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을 이유로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은 지난 9일까지였다. 국회가 제출 시한까지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윤석열, 위증 논란 지속…인사청문회법에 처벌 근거 없어

    윤 후보자는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검찰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 그의 뇌물수수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에게 윤 전 세무서장을 만나보라고 했다는 내용의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일었다.

    이 녹취파일에서 윤 후보자는 모 기자에게 "윤 전 세무서장이 그냥 전화하면 다른 데서 걸려온 전화는 안 받을 수 있다"며 "내가 이남석한테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라는 문자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넣으면 전화가 올 것이다. 그러면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되겠다는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지만, 윤 후보자의 후보자 지위를 박탈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증인이나 감정인이 국회에서 위증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증죄로 처벌받지만, 인사청문회법에는 공직 후보자의 위증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박영선·조명래 장관, 이은애 헌법재판관도 청문회서 '위증'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직자들이 청문회에서 위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동영상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보여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다 같은 날 밤 다시 "내가 (동영상) CD를 보여줬다고 했나. 보여준 적은 없다. 말만 했다"고 말을 바꾸며 위증 논란이 일었다. 이어 4월 청와대는 박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이은애 헌법재판소 재판관 역시 서울 마포구와 광주 등으로 총 6차례 위장전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어머니가 한 일"이라고 했다가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못 물어봤다"고 말을 바꿔 위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명래 환경부장관도 지난해 10월 인사청문회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활동한 사실을 숨겼다 드러나기도 했다. 

    야당, 청문회 위증 처벌조항 신설 움직임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이른바 '윤석열 방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는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하지 않기로 선서한 뒤 거짓진술을 하거나 허위 서면답변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후보자나 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청문위원회가 고발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오 원내대표는 개정안을 '윤석열 방지법'이라고 명명한 데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 진술과 관련한 진위 논란과 부실한 자료 제출 논란을 일으키며 현 제도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3일 공직 후보자가 위증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공직 후보자가 허위진술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