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재학·졸업생, ‘미투 교수’ 사직 주장 행진…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 촉구
  • ▲ 6일 오후'성범죄 A교수는 사과하고 사직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학교에서 행진을 준비 중인 성신여대 학생들.ⓒ김현지 기자
    ▲ 6일 오후'성범죄 A교수는 사과하고 사직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학교에서 행진을 준비 중인 성신여대 학생들.ⓒ김현지 기자
    현충일인 6일 오후 3시 10분께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돈암캠퍼스 정문 앞.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든 학생들이 보였다. 한 줄에 6명씩 차례로 선 줄은 성신여대 정문부터 체육관까지 이어졌다. 50m가 넘었다. 총학생회 측에 집회 참여를 신청한 학생만 600명. 이들은 ‘A교수는 사직하라’, ‘이사회는 재임용 과정을 공개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팸플릿을 들고 있었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성신의 노래… 성범죄 강력처벌 하는 날 오리라.’ 잠시 뒤 이들은 영화 ‘레미제라블’ OST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성신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이 모여 '성범죄자 강력 처벌'을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6월 현대실용음악학과 A 교수가 1대 1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발언 등을 했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A교수는 한 학생에게 ‘너를 보면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A교수를 직위 해제하고 교수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교수징계위원회에서 증거 불충분 등으로 A 교수에게 경고를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A교수는 지난해 말 재임용됐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성신여대 재학생 심모(20)씨는 “(해당 교수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잘못된 사실을 알았을 때 학교가 재빠르게 대처하고 가해 교수가 물러났으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인정도 안하고 학교 대처가 느리기도 해서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자 교수의 수업이 없다고 해도 우리의 등록금은 나가는 것이고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학생 방모(20)씨 역시 학교 측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 학생은 “학생들은 외치고 있는데 학교 대답이 없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학교 측에서 강경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A교수의 잘못 인정과 사과, 사직 △징계위원회의 재임용 과정 공개 △A교수를 재임용한 이사회의 사과, 재임용 과정 공개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부의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 3시 30분께부터 돈암캠퍼스에서 4호선 미아역 인근에 있는 운정캠퍼스로 행진을 시작했다. 총학 측은 운정캠퍼스에 요구 내용을 담은 대자보, 현수막 등을 부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