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항소심]변호인단 "김백준 증언 신빙성 의문"...김윤옥 여사 증인신청 '기각'
  •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또 다시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의 불출석은 이번이 네 번째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하고 사위 이상주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청을 허가했다.

    김 전 기획관은 1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전 기획관이 검찰조사에서 한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의 원심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특히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김 전 기획관 여러 범죄 혐의를 기조조차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데 유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 김백준 혐의 드러나도 기소 안해…'면죄부' 의혹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무죄와 면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삼성 자금지원, 다스소송 및 김재정씨 상속 관련 직권남용,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소남 전 의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ABC상사 대표, 지광스님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호인단은 김 전 기획관을 법정에 불러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단이 원심에서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증거동의를 했다는 이유로 증인신문을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변호인단은 가혹수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수사를 받기 직전 병원으로부터 치매 초기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았다. 김 전 기획관은 구속된 후 처음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12시간 가까운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도인지장애란 인지능력 및 기억력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피로가 겹치면 빠르게 치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변호인의 입회하에 검찰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조사 시에도 필요하면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MB측, 검찰 김백준 가혹수사 의혹도 제기

    김 전 기획관은 폐문부재(閉門不在·문이 닫혀있고 사람이 없음) 형식으로 법원의 증인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본인의 항소심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있으며, 거제도 지인의 집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윤옥 여사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그리고 양복 5벌 값 1230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를 규명하겠다며 김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단은 두가지 혐의가 원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유는 사실관계 여부보다는 법리판단 때문이라며 김 여사에 대한 증인채택을 반대해왔다. 

    검찰은 5000만원 수수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사전수뢰죄로 기소했다. 사전수뢰죄란 ‘공무원이 될 자’가 부정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을 경우 성립된다. 그러나 5000만원 수수가 이루어졌다는 시기는 대통령 선거 1년 전으로, 이 전 대통령을 ‘공무원이 될 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 1심 무죄판결의 요지다.

    또한 양복 값 1230만원 대납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이유는 법리적으로 볼 때 양복을 정치자금법 위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1심의 판단이다. 변호인단은 이처럼 법리적 문제로 무죄판결이 난 사안은 법리적으로 다투면 되는데 검찰이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려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해왔다.

    재판부, 김윤옥 여사 증인신청 기각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김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입증취지는 사실관계보다 법리판단 문제가 주요한 것으로 판단되고, 지난 기일 있었던 이팔성 전 회장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김 여사 측과 대화가 없었다고 했으므로 증인 채택이 필요 없다고 인정된다며 검찰의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사실 변경 신청을 제출한 사실을 공지하고, 다음 기일에 변호인의 의견을 들은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변경대상은 ‘직접 뇌물죄’로 공소제기된 공소사실에 예비적으로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하는 것을 추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기일에는 김성우 다스 전 사장, 권승호 다스 전 전무 등의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