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 이후에도 문제점 보고돼…책임론 벗어나지 못할 것"
  • ▲ 경북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정상윤 기자
    ▲ 경북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정상윤 기자
    유럽연합(EU) 연구팀이 포항 지진 3개월 전 새로운 물 주입 기술을 포항지열발전소에 첫 적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간 전 정권의 무리한 프로젝트 강행으로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정부·야당도 이같은 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 등에 따르면,  EU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을 연구하는 '디스트레이스'(DESTRESS) 연구단체는 포항지진(2017년 11월15일) 발생 3개월 전인 2017년 8월7~14일 포항지열발전소에서 물 주입 작업 실험을 실시했다.

    이들이 진행한 실험은 올해 1월30일 발간된 국제지구물리학저널(Geophysical Jurnal International)에 자세히 기재돼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부드러운 순환 자극'(cyclic soft stimulation)이라는 수리자극 방식을 실험실 환경이 아닌 포항지열발전소에 최초 적용했다. '부드러운 순환 자극'이란 기존보다 물 주입 주기를 빠르게 하는 방식 등을 통해 유발지진 위험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이용해 실험 당시 총 1천756㎥의 물을 PX-1 지열정에 주입했다. 주입 당시 이들은 총 52건의 유발 지진을 감지했으나, 모두 규모 1.9 이하의 미소지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PX-2 지열정에서 이뤄진 물 주입이 포항 본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했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은 "'디스트레이스' 연구단체가 PX-2가 아닌 1 지열정에서 실험을 실시해 포항지진에 직접적 영향을 줬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4월15일 규모 3.1지진이 난 뒤 이런 실험을 했으니 도의적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 ▲ ⓒ디스트레이스 홈페이지
    ▲ ⓒ디스트레이스 홈페이지
    자연재해라던 정부·與, 프로젝트 밝혀지자 "前정부 때문" 태도전환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과학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환경단체 논리에 따라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라며 "재생에너지인 지열발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환경단체는 논평을 내고 "월성 원전 등이 위험하다"며 '공포마케팅'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포항 지열발전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민주당은 정책조정회의와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지난 2010년 말 착수한 점을 근거로 들며 "지열발전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해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됐다"며 태도를 바꿨다. 

    문화일보는 "엄밀히 따져보면 이 사업은 노무현 정부 시절 논의가 된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착수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물 붓기와 지진 발생의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문제점이 보고됐으나 2017년 8~9월에 대량의 물 붓기가 이뤄지고 11월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만큼 어느 정부도 책임론을 벗어나기 힘들 것"고 지적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에너지 문제를 정치 프레임에 넣어선 안 된다"며 "경주·포항지진이 발생했어도 인근 원전은 이상 없었다. 오히려 국내 원전 안전성을 입증했음에도 정부·여당은 주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자연지진이란 점을 강조해 공포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