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불리한 증언해 '검찰 도우미'로 불려… 재판부 "현 단계에서는 구인장 발부 보류"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또 다시 불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은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인 김백준에 대해서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폐문부재(閉門不在)로 우편송달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핵심 증인’인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불출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검찰 도우미’로 불리기도 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석한 미국 에이킨검프 변호사와 이 전 대통령이 만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또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받아 영포빌딩에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의 이 같은 진술은 1심이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김 전 기획관의 증인 출석 거부는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월과 2월에 있었던 증인신문기일과 재신문기일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김 전 기획관이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에 정기적으로 들러 사우나 등을 이용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재판부에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강제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8일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 출석을 거부하는 핵심 증인들의 이름과 증인신문기일을 공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형사소송법 제152조에 따라 구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입장을 바꿔 구인장 발부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구인 요건이 된다면 구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증인이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거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현 단계에서 구인장 발부는 보류하겠다”며 “변호인 측에서 송달가능한 주소를 알아보고 재판부에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인 이상주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로 전달한 10만 달러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성역이 따로 없다”고 요청했다. 

    검찰은 또 오는 4월5일로 예정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증인신문 시 이 전 대통령을 퇴정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팔성은 고령이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피고인 면전에서 진술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어 법정에서 진솔한 진술을 기대하기에 장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이 전 회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검찰은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김백준 전 기획관도 60차례 불러 가혹하게 조사했고 건강 악화라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면서 “피고인 면전에서 (증언 내용이) 과연 사실인지, 태도가 어떤지 면밀히 살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차폐시설을 설치해 피고인과 증인이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로 예정됐다. 이날은 김 전 기획관과 마찬가지로 증인신문에 불출석했던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