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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두르킹과 공범자로 인정돼 1심에서 법정 구속당했다. 아직 1심 판결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모든 걸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1심 판결의 시각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볼 때 이 재판은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 사법부에는 일부 운동권 화(化)한 ‘정치주의적 판사’들만 있는 게 아니라, 사법적 객관주의에 투철한 양식 있고 용기 있는 판사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생 때나 연수원 시절을 통해 일부 젊은 판사들 사이에는 사법적 진보주의가 침투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사법적 진보주의는 한 마디로 “사법행위는 정치행위다”라고 믿는 입장이다. 여기서 ‘정치행위’란 계급 투쟁적-이념 투쟁적 개념이다. 객관적 준거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판사 개인의 진보적 잣대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다. 법이 아니라 이념적 당파적 논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다.
운동권 정권이 들어선 직후부터 운동가들은 행정부 뿐 아니라 사법부마저 3권 분립 아닌 3권통합, 또는 운동권 정권에 편입된 사법부 만들기에 나섰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앞으로 총선 때 만약 입법부까지 저들이 완전 장악하면 명실 공히 운동권 1당 독재의 길이 열릴 것이고, 이게 저들이 호언하는 20년 집권 계획의 본질이다.
두르킹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1심 판결은 그런 암울한 전망에 대해 일말의 위로를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사법부 안의 비(非)운동권 성향 판사들의 지속적인 용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저 거룩하시고 신성하시기 이를 데 없는’ 자칭 ‘진보’ 운동권이란 친구들도 알고 보니 남들이 하는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똑같이 다하는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재확인이다. 저들이 얼마나 이명박 기관원들의 댓글공작에 대해 길길이 뛰고 저주하고 응징했는가?
그런데 그렇던 그들 자신도 대선 캠프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댓글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권의 성립과정의 정당성을 묻게 하는 중대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체이탈 식 언급으로 임할 수만은 없게 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에 임해서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대찬 싸움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앞으로 곧 있을 당대표 선출을 통해 목숨 걸고 싸울 강성 인물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당 체제도 전투 체제로 바꿀 사람, 여의도 정가(政街) 아닌 광화문 광장에서 포효(咆哮)할 투사를 대망한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9/1/3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