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 보도“제3 계좌 이용한 에스크로 형태로… 한국, 일본, EU서 수십억 달러 걷을 듯”
  • ▲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로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 줄 돈은 한국·일본·EU에게서 걷을 생각이다.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내달 말로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이 비핵화하면 실질적 상응조치를 해주겠다”고 밝히고, 김정은이 실제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특별보상계획’을 준비 중이다.

    신문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자 미국 정부 내에서는 김정은에게 일종의 보상책을 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보상책이란 북한에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의 보상계획을 두고 “무지개 반대편에 당신을 기다리는 금항아리가 있다는 확신을 주는 보증서를 김정은의 코 밑에서 흔들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계획은 한국·일본·EU 등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상당의 분담금 제공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핵심이며, 이 돈은 북한 사회기반시설과 개발계획에 쓰일 것”이라는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다만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현금 보상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직접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에스크로 거래’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스크로 거래’란 서로 신뢰하지 않는 거래당사자들이 은행 등 중립적인 제3자의 계좌에 먼저 돈을 넣고, 거래조건이 충족된 것을 확인한 뒤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택 등을 거래할 때 ‘에스크로 거래’를 이용한다.

    미국, 북한 줄 돈 한국·일본·EU로부터 걷을 생각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미국은 대북제재를 통해 몰수한 북한 자산으로 ‘에스크로 거래’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몰수된 재산 가운데 현금만 10억 달러가 넘었던 이란과 달리 북한은 너무 가난한 게 문제였다. 결국 미국은 동맹국들로부터 돈을 걷어 주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 ▲ 북한 경수로 건설공사가 한창이던 2002년 찍은 사진. 대북경수로 사업은 2006년 막을 내렸다. ⓒ당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배포 사진.
    ▲ 북한 경수로 건설공사가 한창이던 2002년 찍은 사진. 대북경수로 사업은 2006년 막을 내렸다. ⓒ당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배포 사진.
    이 대북보상계획은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도한다. 미국은 북한과 비공개 실무회담에서 이 보상계획을 언급하며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보상계획이 사실이라면 한국·일본 등에서는 “25년 전 제네바합의에 따른 대북경수로사업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1994년 12월 제네바합의 당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미국·일본·EU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어 함경남도 신포항 금포지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는 북한에 매년 석유제품(중유) 50만t(약 346만 배럴)을 연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계획 전체에 드는 46억 달러는 한국이 70%, 일본이 20%, EU가 10%를 부담했다. 미국은 북한에 제공하는 중유를 맡았다. 그러나 북한의 합의 파기로 KEDO 사업은 2006년 6월1일 종료됐다. 우리 정부가 입은 손해는 11억3700만 달러(약 1조3655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