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당원 자격' 당내 의견 엇갈려… '불출마 요구' 김병준 손에 黃 출마여부 달려
  • ▲ 황교안 전 국무총리.ⓒ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 유력 당권주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내 '출마 자격' 논란에도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최근 한국당 내에선 황 전 총리가 '책임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당대회 출마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에도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황 전 총리 측은 27일 "황 전 총리가 2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선언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 전 총리가 입당 2주 만에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셈이다.

    황 전 총리 측은 출마선언 장소를 당사로 정한 것에 대해 "당권 도전인 만큼 당사가 가장 상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최근 당내에서 제기된 출마 자격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논란에도 "갈 길 가겠다" 출마 의지

    하지만 당내 다른 당권주자들은 연일 황 전 총리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당원이 피선거권을 가지기 위해, 즉 당대표에 나서려면 당비 3개월 이상을 납부한 책임당원이어야 한다"며 "당헌당규의 편의적 작용은 피해야 할 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받게 만들어진 규정인데 사람마다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면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며 "당의 최고의결기구인 비대위가 당헌당규에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책임당원 자격이 없는 황 전 총리에게 '날'을 세운 것이다. 

    황 전 총리의 자격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5일부터다. 입당 3개월 간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납부해야 책임당원이 될 수 있는데 황 전 총리는 시기상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일부 당원들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피선거권은 '책임당원'에 한정하고 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내달 12일 전에 책임당원이 돼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황, 나오지마라" 김병준, 길 터줄까

    이와 관련, 김용태 사무총장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세훈 전 시장과 황교안 전 총리는 책임당원이 아닌 상태가 맞다"며 "오 전 시장의 경우 2월 10일 당비가 납부되면 3개월 당비 납부 이행으로 책임당원 자격이 부여되나 황 전 총리의 경우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받으려면 선관위가 비대위에 요청하고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책임당원 규정 변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원서를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나 비대위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점에서 과연 황 전 총리에게 자격이 부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공개적 자리에서 황 전 총리를 꼭 집어 "당대표 선거에 나오지 마라"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전대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황 전 총리는 당 기여도가 낮고 출마하면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 역시 "대권 주자는 전대에 나오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같은날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쳐도 책임을 다하겠다"며 출마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유력 후보에 길 열어야한다" 목소리도

    이 같은 논란 속에 당내에서는 "굳이 출마를 막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교안·오세훈·홍준표 같은 모든 유력 후보에 길을 열어 판을 키우는 것이 당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여는자 흥한다고 한다"며 "김병준 비대위원장께서는 한국당에 모처럼 타오르는 당원 및 국민들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고, 제1야당에 대한 희망을 없애서는 결코 안된다"고 꼬집었다.

    원 의원은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와 밴드왜건 효과(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의 시너지를 만들면서 국민 신뢰회복과 당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한국당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중대기로에 서 있다.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있는 모든 예비후보들은 모두 선당후사-선공후사 정신으로 전대에 참여해야 하고, 당지도부는 반드시 성을 쌓을게 아니라 길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