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당 정우택 前 원내대표… "아마추어 무능 정권에 더이상 맡길 수 없다"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이른바 ‘탈당파’들이 하나둘 제 집을 찾아오고 있다. 

    '새로운 보수'를 외치며 뛰쳐나갔던 이들이 다시 돌아올 정도로 한국당은 현재 보수세력의 중심정당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국당이 그나마 대안 정당으로 지위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은 탄핵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위치를 지켰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4선 중진의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도 그런 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당을 안정기로 이끈 초대 원내대표다.  

    정우택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지 꼭 1주일 만인 2016년 12월 16일이다. 그야말로 '난파선'의 선장이 된 정우택 원내대표를 기다린 것은 고난이었다. 동료 의원 당상수가 탈당했고, 언론은 연일 새누리당이 언제 간판을 내리나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았다. 정우택 의원은 "원내대표실에는 연필 한 자루 제대로 없었고, 당 사무처 직원들은 ‘이제 새누리당은 망했다’며 당무를 거부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참한 상황을 맞닥뜨린 정우택 원내대표가 선택한 것은 ‘당심’과 ‘인내’였다고 한다. 지킬 것을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당을 지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믿음은 이제 당을 떠난 동료 의원들의 복당을 통해 실현되는 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정우택 의원을 만난 17일은 새누리당 출신인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의 복당 소식이 정치권을 달구었다. 기자를 만난 정우택 의원의 관심은 정치권이 아니라, 경제문제에 가 있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서민을 울리지 않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는데 민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고 했는데, 집권 1년 6개월 동안 54조 원을 써놓고도 '실업 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여당 대표는 장기집권에 만취하고, 청와대 참모들은 권력에 만취하고,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환상에 만취했다. 만취 난폭 운전을 하는 아마추어 무능정권이 됐다."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국당, 영토 수호 의지 포기한 文정부 방치

    정우택 의원은 “한반도에 세 가지 먹구름을 끼었는데 안보 위기, 민생 위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법치의 위기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 가지 위기 가운데 그는 무엇보다 안보의 위기를 문재인 정부 실정의 핵심으로 꼽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보위기 핵심은 답보 상태에 빠진 북핵문제다. 문 대통령은 평양까지 가서 북한 핵 폐기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정부가 북핵을 폐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데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의지할 수 있겠는가."  

    정우택 의원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강연하는 것을 막겠다며 ‘태영호 체포조’까지 구성되는 형국이 벌어졌는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문 하나 없는 세상이 와버렸다”며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야당의 책임도 크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간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우리 바다 NLL(북방한계선) 일대 80km를 완충수역으로 내주고 휴전선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영토 수호 의지를 포기한 상황에서도 야당이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의원은 "제1야당인 한국당이 지난 2년간 당이 보수 층으로부터 버림받고, 침체된 원인을 찾겠다며 내부 문제에 골몰하면서 야당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인 정부 견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당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맞아 당내 문제 해결에 매달려 있는 동안 대한민국은 광화문 네 거리에서 대낮에 '김정은 만세'를 부르는 상황에 처했다”며 “혈맹국인 미국 대사관 바로 앞에서 성조기를 찢어도 공권력은 눈뜬장님처럼 행세한다”고 한탄했다. 

    전당대회 통해 '정당한 리더' 선출해야 

    정우택 의원은 당내 화합을 위해 과거보다 '미래 설계'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러면 하루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당원들의 손에 뽑힌 정당성 있는 대표가 구심점이 돼 당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 11월 초에도 "전대를 통한 당 대표 선출이 우리 당이 앞으로 가야 할 척도"라면서 "비대위는 전대를 잘 치르고 좋은 당 대표가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 당의 문제는 제도적 문제라기 보다, 사람의 문제다”라며 “홍준표 대표 당시에 당 운용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지 못했고, 대표의 품격에 맞지 않는 막말을 하면서 지도체제 수정같은 제도적인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부각된 것”이라고 했다. 

    "당이 인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주목하는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당에 지도자가 될 만한 인물이 잘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지도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특별한 메시아가 아니다. 공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열어 정당성을 가진 리더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한마디 덧붙이면 공천을 앞두고 있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유리하다고 본다."

    차기 당대표는 2020년 총선을 이끌게 된다. 보궐선거와 총선을 차례로 치러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사실상 다음 공천을 관장하는 '리더'가 되는 셈이다. 
  • ▲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투명하고 사사롭지 않은 공천 이끌 적임자 필요

    정우택 의원이 생각하는 차기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야당 대표다운, 보수 통합 대표다운, 공천다운 공천을 할 수 있는 리더를 꼽았다.  

    “야당 대표의 리더십은 비판을 제대로 하고, 그에 대한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권 밖의 건전한 보수·우파 시민단체와 인적 자원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보수대연합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공천혁명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18대 총선부터 시작된 편 가르기 공천이 보수 분열의 전조였다고 보는 한국당 의원들이 많다. 정우택 의원 역시 “당이 지금처럼 지리멸렬 상태로 망가진 게 18대 총선 당시 지도부가 자기 임의적인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한 기준 없이 공천을 엉망으로 했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지연·학연이 좌지우지하는 공천은 사라져야 한다.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공천이 우리당 혁명의 핵심이다.”

    그는 '공천 혁명이 상향식 공천을 뜻하냐'는 질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상대 후보에 따라 당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곳이 있기 때문에 100% 상향식은 불가능하겠지만, 지역구민이 원하는 사람을 공천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말한 공천 혁명은 결과적인 의미로 사천(私薦)식 공천으로 인물이 모여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보수대통합 전대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을 뛰쳐나갔던 사람 데려오는 게 보수 대통합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문(反文) 국민연대'가 형성되는 게 보수대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기초”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탄핵에 찬성했느냐 안 했느냐, 혹은 탄핵사태 당시 탈당 여부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하는 시점이 아니다”라며 “인적 쇄신이 당 면모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건 부인하지 않지만, 현시점에서는 뭉쳐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데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의 모습 보여서는 안 된다”며 “계파색도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계파에 구애받지 않는 인물" 당대표 출마설 

    정우택 의원은 최근 꾸준히 다음 당대표 출마 인사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그의 당대표 출마설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선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선거에서 당 사수파의 지지를 받아 복당파 후보 김학용 의원을 큰 표 차로 이긴 것도 한국당 첫 원내 수장을 맡은 정 의원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 의원을 평가할 때 '정치 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단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계파 갈등 지속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돼 계파에 구애받지 않는 인물을 선호하는 당내 분위기가 오히려 정 의원에겐 강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 의원 역시 다음 전당대회와 관련 “많은 당원들이 이왕이면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지켜온 사람 선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탄핵을 주도하면서 탈당한 인사들이 당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대구 지역 당원들도 많은데, 이곳에서 복당파 의원들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며 “(복당파가) 당대표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선거를 유리하게 이끄는 요인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 의원은 한국당 내의 차세대 인재를 키우는 일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사람을 키우는 건 하루 아침에 안 된다. 다음 당 대표가 되는 사람은 청년 인재를 계속 키워내야 한다. 청년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훌륭한 청년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가능하다면 같은 조건일 때 청년을 우선으로 공천하는 공천 혁명도 생각해볼 만 하다.  그래서 지역구에 청년 아카데미를 개설했는데 벌써 3기가 교육을 받고 있다." 

    ◎ 정우택 의원은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은 한국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의 정치인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법무담당관을 지내다 자유민주연합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제7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으며, 제32대 충청북도지사를 거쳤다. 

    제19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