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기엔 日경제수역에서 5000척 까지 조업… 배 낡아 사고 표류 잦아
  • ▲ 지난 2015년 11월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조선. ⓒ VOA 뉴스 캡처
    ▲ 지난 2015년 11월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조선. ⓒ VOA 뉴스 캡처
    오징어잡이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외화벌이를 위해 동원된 북한 어부들을 태운 소형 목선들이 일본해역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일본의 대북 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올해 10월 들어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은 총 5000척에 달한다"는 일본 수산청의 최근 발표를 전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도 일본해역으로 몰려온 북한 어선 100여 척 중에 35구의 북한 어부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북한의 오징어잡이는 6월에서 11월까가 성어기로 이는 일본과 동일하다"고 한다. 

    북한에서 해산물은 수출액 3위로서 당국의 외화벌이를 위한 주력 수출품목이다. 북한 어부들이 동해에서 잡은 오징어는 말리거나 냉동 가공돼 주로 중국으로 수출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16년 북한은 해산물 수출로 약 2000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산 해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수출길이 막혀 북한의 오징어잡이 배들이 동해에서 표착하는 사례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오징어 철 이전인 5월부터 일본의 EEZ 부근에 북한 목선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엔제재 유명무실, 북한산 해산물 중국으로 대량 유입"

    아시아 프레스가 북한 내부 협력자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근 내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북제재 이후로 실제 북한 시장에서 마른오징어 가격이 폭락했지만 5월 초 김정은의 두 번째 방중 이후 마른오징어 가격이 1kg당 북한 돈 5만 6000원(한화 약 8000원)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고 한다. 

    북한 해산물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가 실행된 지난 2017년 12월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오징어는 1kg당 중국 돈으로 38원 (당시 환율 기준으로 한화 약 66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김정은 訪中 후인 올해 5월 북한의 오징어 가격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1400원 정도가 오른 것이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무역업자들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조만간 풀릴 것이라고 예상해 북한산 마른오징어를 미리 구입하고, 수출이 가능해질 때까지 북한 내 창고에 보관해두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압록강 상류에서 최근 들어 급격히 활발해지기 시작한 北中 밀무역을 통해 북한산 마른오징어가 중국으로 대량 판매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은 중앙집권적인 사회주의 집단 어업 방식이 아닌 각 지역 군부대, 기업소, 기관 등 권력기관 산하에 독립적인 수산사업소를 만들어 조업하는 형태로 바뀌었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일반 주민들을 조업에 대거 동원시켰다.


  • ▲ 지 2017년 12월 29일 일본 홋카이도 마쓰마에 앞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발견된 북한 목선을 일본 제1관구 해상보안본부가 하코다테(函館)항 밖으로 예인해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 지 2017년 12월 29일 일본 홋카이도 마쓰마에 앞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발견된 북한 목선을 일본 제1관구 해상보안본부가 하코다테(函館)항 밖으로 예인해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모순된 지시 남발하는 김정은, 어부들만 갈팡질팡"

    지난해 일본해역에서 낡고 오래된 북한의 소형 목선 표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북한 어부들의 시신까지 연이어 발견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체면을 구긴 김정은은 "소형어선은 원양조업 나가지 말고, 일본의 EEZ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정은은 그러나 10월 초 "수산자원을 적극 보호 증식하라"는 내용의 상반되는 '방침(지시)'을 내렸다.

    반면 북한 당국은 '근해 남획 방지'를 위해 올해 10월부터 가까운 바다에서의 어업을 금지했다. 10월 초 김정은의 지시를 따르자면 고기를 많이 잡으려면 배를 타고 멀리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먼바다로 나가지 말고, 일본 EEZ에 들어가지 말라'는 김정은의 또 다른 지시를 어기게 되는 것이다. 

    '먼바다에 나가지 말라', '근해 조업 금지'라는 김정은의 상반되는 두 지시로 인해 북한 어부들은 오징어잡이 시즌 막판에 무리하게 출어에 뛰어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 일본 EEZ까지의 거리는 약 400㎞라고 한다. 일본해역에서 표착된 북한 목선들은 모두 길이가 10m 정도라고 한다. 파도가 거세지는 늦가을 동해에서는 나뭇잎과 같은 존재이다. 

    일본의 일부 우익들은 자국 해안에 떠밀려 온 북한의 나무어선을 두고 "북한의 공작선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2월 7일 오전 10시 20분경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료쓰항에 북한 목선 한 척이 표류해왔다. 북한군 소속 고유번호가 새겨진 길이 12미터의 작은 목선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와 함께 부패한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2016년 11월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舞鶴)시 오바세(小橋)항에 길이 12m에 폭 3.1m의 깨어진 목선이 표류했다. 당시 목선에서는 발견되기 3개월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어민 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2017년 일본 해상보안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2017년까지 5년 동안 일본 앞바다로 쓸려온 '북한의 백골선(船)은 277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작은 목선을 타고 표류해 살아서 일본에 도착하는 북한 어민은 거의 없다"고 일본 측은 밝혔다. 백골로 일본에 도착한 북한 어민들의 유해는 비용 문제로 인해 북한 당국이 찾아가지 않아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