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알 카에다와 같은 목표가진 '무슬림 형제단' 소속…美WP “볼턴은 왕세자 말 믿지 않았다”
  •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암살과 관련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건 내막을 알고 있었으리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美워싱턴포스트(WP)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美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카쇼기는 무슬림 형제단 단원으로, 위험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라고 비난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신정일치 국가를 만들고 이슬람에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진 정치종교 결사단체다.

    美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자말 카쇼기가 실종된지 며칠 뒤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어 제라드 쿠쉬너 선임보좌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 때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와 미국의 동맹 관계를 지켜야 한다”면서 “카쇼기는 무슬림 형제단 단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美워싱턴포스트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이 같은 개인적 태도는 이후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의 죽음을 확인한 뒤 공식적으로 ‘끔찍한 실수이자 비극’이라고 말했던 것, 본인 스스로 공식 석상에서 ‘카쇼기의 죽음은 모든 사우디 사람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며 ‘그의 죽음이 사고라고 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던 것과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자말 카쇼기는 무슬림 형제단 단원이었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장이 알려지자 카쇼기의 유족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소문이 나올 때마다 카쇼기 본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력히 부정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었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백악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과거에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던 볼턴 보좌관은 이날 빈 살만 왕세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정일치 이슬람 국가 세우려는 ‘무슬림 형제단’

  • ▲ 2013년 7월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7월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빈 살만 왕세자가 위험한 집단이라고 지목한 ‘무슬림 형제단’은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재스민 혁명 당시 북아프리카 지역에 신정일치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이다.

    ‘무슬림 형제단’은 1928년 이집트 정치지도자 하산 알 반나(Hassan al-Banna)가 유럽으로부터의 독립, 이슬람 부흥을 목표로 세운 정치결사조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무너지고, 제3세계 독립 붐이 일자 ‘무슬림 형제단’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졌다. 이들은 무슬림의 의무인 ‘성전(聖戰, Jihad)’를 세 가지로 분류하고, 그 하나로 ‘지하드 금융’을 고안, ‘수쿠크(종교채권)’를 발명해 냈다.

    ‘무슬림 형제단’은 이집트 독립 이후인 1952년 왕정 타도에 참가했고, 1957년에는 나세르 암살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이후 쿠데타로 집권한 사다트 정권에서는 대통령 암살 기도 혐의로 해체될 뻔한 뒤 공식적으로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버리고 합법적 봉사단체로 등록했다. 이때부터 ‘무슬림 형제단’은 수십 년 동안 일반 대중을 상대로 의료, 교육, 빈민지원 등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벌였다. 덕분에 회원은 1,0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은 기회가 오자 본색을 드러냈다. 2010년 말부터 2011년까지 북아프리카를 휩쓴 ‘재스민 혁명’ 때 그동안 쌓았던 힘을 발휘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이집트에서 정당으로 변신했고, 이들은 모하메드 무르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무르시 대통령은 ‘무슬림 형제단’이 요구하는 대로 수니파 근본주의에 따라 나라를 신정일치 체제로 바꾸려고 시도하다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실각했다.

    카쇼기 암살, 사우디·이집트·이스라엘 vs. 유럽·북아프리카 대립 구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엘시시 정권은 ‘무슬림 형제단’을 불법조직으로 규정,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680여 명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집트 군사 정권은 신정일치 국가를 만들려는 ‘무슬림 형제단’이 테러조직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터키, 모로코, 요르단 등에서 활동 중인 ‘무슬림 형제단’이 언제 이집트 현 정부에 보복하려 할지 우려하기도 한다.

    이집트에서 쫓겨난 ‘무슬림 형제단’ 세력은 지금 터키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터키에서는 레제프 아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 ▲ 존 볼턴 美국가안보보좌관과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존 볼턴 美국가안보보좌관과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배경 때문에 대부분의 무슬림 진영과 이스라엘, 이집트에서는 ‘무슬림 형제단’을 꺼려한다. 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야기가 오갔는지 “자말 카쇼기가 무슬림 형제단 단원이었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말을 믿고 지지하는 나라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반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들은 카쇼기 살해의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