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마무리' 2011년 기점으로 비 피해 확 줄어... 전국 단위 대규모 모금 사라져
  • ▲ 지난 8월 23일 당시 '눌어스넷'에 나타난 19호 태풍 '솔릭'과 20호 태풍 '시마룬'의 풍속 지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 23일 당시 '눌어스넷'에 나타난 19호 태풍 '솔릭'과 20호 태풍 '시마룬'의 풍속 지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3일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접근하자 국민들도, 정부도 긴장했다. ‘솔릭’은 곧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해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지만 북태평양 기단과 중국 대륙의 열기가 만나면서 저기압대가 생겼다. 이로 인해 지난 27일부터 한반도 곳곳에 게릴라성 폭우가 내렸다. 31일 현재까지 경기 북부, 충청과 호남 일대에서 가옥 침수 등의 피해가 생겼다.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생겼다. 그러나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게릴라성 폭우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가 대폭 줄어들었다.

    태풍 ‘솔릭’ 오면 4대강 때문에 대홍수 난다?

    태풍 ‘솔릭’이 6년 만에 한반도를 지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앞장서서 호들갑을 떨었다. 언론들도 맞장구쳤다. 손수 기상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국민들은 정부 발표와 언론보도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23일 환경부는 4대강 홍수통제소 본부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홍수통제소에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주요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55곳에서 수위를 관측해 지역 주민에게 경보를 보내는 한편 전국 20개 다목적 댐과 3개의 홍수조절 댐을 통해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를 막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부는 당시 “411mm의 비가 내려도 댐에 가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태풍에 이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이유는 사실 ‘4대강 사업’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라는 풀이가 많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불신은 사업 시작 때부터 있었다. 박근혜 정부 또한 집권 이후 감사원에게 ‘4대강 사업’ 감사를 세 차례나 지시했다. 이때 감사에서 사업 자체로는 특별한 문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집권 직후인 2017년 5월 감사원에 네 번째 4대강 감사를 지시했다.

    이런 불신은 사실 좌파 진영이 선도하는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좌파 진영은 4대강 사업을 가리켜 “이명박의 강압적 지시와 어용학자들의 곡학아세가 빚은 창조물”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강과 강변에는 모래, 습지 등이 있어 집중호우가 내리면 그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그런 완충재를 모두 제거, 이제는 집중호우가 내리면 강물이 빠르게 흘러 큰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2년 이후 6년 동안 태풍이 한반도에 오지 않았고, 올해 태풍 ‘솔릭’도 한반도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가 이런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여름철만 되면 방송과 신문을 채웠던 ‘수재의연금 모금’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점이다.
  • ▲ 태풍 '솔릭'과 게릴라성 호우가 지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그래픽. ⓒ에펨코리아 관련 게시글 캡쳐.
    ▲ 태풍 '솔릭'과 게릴라성 호우가 지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는 그래픽. ⓒ에펨코리아 관련 게시글 캡쳐.
    2017년 ‘수재의연금’ 모았던 충북 집중호우

    포털이나 검색엔진에서 ‘수재의연금’ 관련 뉴스를 찾아보면, 2018년에는 지난 7월 일본에서 발생한 ‘1,000mm 호우’에 대한 성금 모금 및 전달 소식이 뜬다. 국내에서 적지 않은 규모로 수재의연금을 모았던 마지막 때는 2017년 7월 충청북도에 쏟아진 집중호우 사태 직후였다. 당시 ‘연합뉴스’와 ‘뉴시스’ 등의 관련보도를 보면, 7월 16일에는 충북 청주시에 시간당 9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하루 만에 내린 비의 양은 290mm였다. 천안시에는 시간당 70mm, 하루 230mm의 비개 내렸고, 충북 증평군에는 하루 사이에 230mm의 비가 왔다.

    충북 일대를 휩쓴 집중호우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180여 명이 대피했다. 지역 소방당국은 221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집계된 이재민은 536명이었고 재산 피해는 578억 원, 피해 복구에 소요되는 예산은 995억 원으로 추산됐다. 백과사전 등에 기록된 충청북도의 연간 강수량은 1,400mm 내외, 그런데 하루 만에 1년 치 비의 14%가 내린 것이었다. 지난 7월 초순 일본에서 하루 수백 mm의 호우가 내려 22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데 비하면 피해가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시 日언론 보도에 따르면 3일 동안 기후현 구조시에 1,050mm, 교토부 미야즈시에 466mm, 효고현 고베시에 430mm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구조市를 빼면 2017년 7월 충북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와 비교할 만하다.

    한국이 언제부턴가 매년 여름마다 모으던 ‘수재의연금’ 또한 그 규모가 대폭 줄었다.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김재식)이 청주시를 찾아 1억 원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충북 지역 기초 지자체 공무원과 관계자들, 대한건설협회, 충북향우회, 대형 교회 등이 ‘수재의연금’을 모아 충청북도에 보냈다. 놀라운 점은 다른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2017년 7월에 충북 지역에서 물난리가 났는지 잘 기억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집중호우가 내린 뒤, 태풍이 휩쓸고 지난 뒤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 등이 매일 떠들던 ‘수재의연금’ 모금 방송과 보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말하기를 꺼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 ▲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연구용역보고서가 지난 7월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연구용역보고서가 지난 7월에 공개됐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거짓’으로 치부되는 4대강 사업 결과

    태풍 ‘솔릭’이 지나간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한 언론이 내놓은 그래픽 자료가 돌고 있다. 4대강 사업 시행 전과 후인 1999년, 2004년, 2011년 여름 주요 강변의 강수량과 홍수피해를 집계한 내용이었다.

    1999년 7월 23일부터 8월 4일 사이 한강에는 최소 311mm에서 최대 634mm의 비가 왔다. 이로 인한 한강 일대 피해액은 3,825억 원에 달했다. 같은 시기 낙동강 강수량은 최소 95mm, 최대 409mm, 피해액은 797억 원이었고, 금강은 강수량 최소 108mm, 최대 301mm에 피해액 198억 원이었다. 영산강은 각각 145mm와 183mm에 피해액 414억 원이었다.

    2004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집중 호우 때 한강에는 80~334mm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1.064억 원의 재산피해가 생겼다. 낙동강에는 143~285mm의 비가 내렸고 316억 원의 피해가 일어났다. 금강에는 107~333mm의 비가, 영산강에는 92~160mm의 비가 내렸고, 재산피해는 각각 498억 원과 18억 원이었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2011년 6월 22일부터 7월 3일 사이 한강에는 427~617mm, 낙동강에는 130~574mm, 금강 208~441mm, 영산강 129~175mm의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한 재산피해는 한강 42억 원, 낙동강 5억 원, 금강 5억 원, 영산강 1억 원 등 모두 53억 원이었다. 1999년 4대강 주변 피해액 5,334억 원, 2004년 피해액 1,896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액수였다.

    2017년 5월 31일에는 ‘문화일보’가 재미있는 보도를 내놨다.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매년 홍수로 인한 침수면적은 357분의 1, 인명피해는 15분의 1로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문화일보’는 당시 국민안전처 국민재난안전포털이 공개한 2015년 재해 연보를 분석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4대강 사업을 실시하기 전인 2006년부터 2012년 사이와 완공 이후인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의 연평균 피해 수준을 비교한 결과 매년 2만 6,000여 명에 달하던 이재민은 4,000여 명으로, 사망 또는 실종자는 30명에서 2명으로, 침수되는 토지는 1만 600헥타아르에서 30헥타아르 내외로, 도로·하천·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피해액은 5,567억 원에서 97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연간 피해규모 또한 7,297억 원에서 1,229억 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당시 국민안전처는 ‘4대강 사업의 성과’를 인정하기 싫었는지 “2006년과 2012년에는 집중호우와 태풍 때문에 조(兆) 단위 피해가 생겼기 때문에 단순한 산술적 평균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의 성과 또는 효과를 부정하는 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감사원이 의뢰한 ‘4대강 사업의 비용편익 분석보고서’가 공개됐다. 당시 언론들은 “50년 동안 31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 반해 이로 인한 홍수예방 효과는 0원”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감사원은 홍수예방 효과가 ‘0원’이라는 주장의 근거에 대해 “연구기간 동안 강수량이 적어서 홍수피해 예방편익을 0원으로 잡았다”고 해명했다. 아무튼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다른 비용 편익이 6조 6,0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연구팀도 인정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실제로 달라진 사실까지 부정하는 것은 문제 아닐까. 이런 식의 ‘정치논리’ ‘진영논리’라면 경부고속도로도, 인천국제공항도, 전국 곳곳에 있는 다목적 댐도, 새만금 간척지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