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비대위' 시한부… 새 대표 뽑아도 문제 "내년 7월 임기 끝나 공천권 없어"
  • 자유한국당은 '13일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배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광역단체장과 재보궐 선거에서뿐만 아니라 각 기초 단체장 및 의원 선거에서도 한국당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 심지어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득표율까지 따져보면 'TK 자민련'이라는 조롱이 오히려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다. 기초 의회를 송두리째 뺏긴 상태에서 다음 총선을 치를 힘도 지금은 없어 보인다.

    그런 한국당이 더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가' 이끌 것이냐'는 물론 '어떻게 가야 하느냐'를 두고도 저마다 시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선거 패배 후 자연스럽게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고 차기 지도부가 꾸려지는 수순이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전당대회 자체를 치를 힘조차 없을 정도로 쇠락해버렸다. 여기저기서 '전당대회 불가론'이 나온다. 
  • ▲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그 옆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잠시 권한대행을 맡는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그 옆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잠시 권한대행을 맡는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조기 전당대회, 치를 수나 있겠냐"…김성태 비대위도 '흔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14일 전격 사퇴로 인해 한국당의 지도부는 공백 상태에 빠졌다. 당헌·당규상 대표직을 잠시 대신할 인물은 김성태 원내대표다. 그리고 통상 이와 같은 상태가 되면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해 전당대회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한국당 내에서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단 무엇보다도 조기 전당대회가 현재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아무리 패배 후 개최되는 전당대회라지만, 어쨌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일종의 '축제'이고 또 흥행이 필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당이 전당대회를 치를 체력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다. 여의도 당사를 포기하고 영등포 이전을 고려하는 한국당으로서는 전당대회 개최에 따른 비용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분위기에서 전당대회를 열면 그 후보군이 '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3선 이상급 중진 의원들이 대거 출마하고 일부 후보의 사퇴 또는 단일화 진통을 겪으면서 2~3명의 경쟁으로 압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당내에서 계파나 선수(選數)에 관계없이 고른 지지를 받는 중진급 의원은 사실상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전당대회가 곧 당의 분열과 내홍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김성태 비대위' 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내놓고 있다. 원내 사령탑으로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사실상 김 원내대표가 홍준표 전 대표와 '운명 공동체'가 아니었냐는 비판이다.

    다만 김성태 비대위 체제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한두 달 가량은 당 내부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그다음에 전당대회냐, 외부인사가 이끄는 비대위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의외의 암초는 '잔여임기' 당헌·당규…비대위 장기화 가능성도

    한편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조기 전당대회시 선출되는 대표의 임기에 대한 당헌·당규 규정이다. 
  • ▲ 자유한국당 당헌 제27조 내용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쳐]
    ▲ 자유한국당 당헌 제27조 내용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쳐]

    자유한국당 당헌 제27조 4항에 따르면 전임 대표의 궐위로 인해 새 대표를 선출하게 될 경우 그 임기를 전임자의 잔여임기로 하도록 돼 있다. 즉, 이르면 7월 또는 늦으면 8월에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그때 선출되는 대표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다. 당 대표직을 노리는 가장 본질적인 동기인 '공천권'과 무관한 대표가 되는 셈이다.

    공천권이 없는 당대표는 각 후보들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사실상 당에 대한 장악력을 갖기 어려워 자칫 '식물 당대표'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 당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당이 결속되지 못하고 분열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표에게 공천권을 주도록 급히 당헌·당규를 고치는 것 역시 현재로서는 어렵다. 공천권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처리할 리더십도 부재할 뿐만 아니라 당 쇄신 작업은 제쳐둔 채 일단 대표 임기부터 고치는 모습이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 안팎에서는 '비대위 장기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외부 인물을 수혈해 비대위를 꾸리고 올해 말까지 사실상 해체에 준하는 당 혁신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면 후보로 나설 사람들은 뻔하다"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당을 수술할 외부 인사가 와서 당헌·당규 개정과 공천 제도 개선 등 전반적인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 외부 인사 역시 '정치권 출신'이 아닌 인물이 더 바람직하다"며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당헌·당규 개정이 안 되면 아무도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로 당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사실상 비대위같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외부 인사가 당을 이끌어서 철저하게 반성하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어느 정도 여론이 회복됐을 때 전대를 치르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