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는 서울시, 관리는 중구청... 접근 제한 장치 전혀 없어베를린시가 기증한 '통독 상징물'... '공익건조물파괴' 적용될까
  • ▲ 1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위치한 베를린 장벽의 모습. 길을 지나가던 시민이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한 그림 그라피티(graffiti)로 훼손된 장벽을 바라보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위치한 베를린 장벽의 모습. 길을 지나가던 시민이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한 그림 그라피티(graffiti)로 훼손된 장벽을 바라보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 도심 청계광장에 있는 '베를린 장벽'이 그라피티 작가에 의해 훼손되면서, 관리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유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훼손된 '베를린 장벽'은 서울시 소유다. 서울시는 훼손이 확인된 다음날인 11일 "해당 시설이 문화재는 아닌 관계로, 행정구역상 중구청이 장벽 관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중구청 측은 "현재 담당자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만 했다. 

    시와 중구청이 수사의뢰 방침을 밝혔지만, 수사와 별개로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는 베를린 장벽은 이미 원형을 복구하기 힘든 상태다. 장벽은 현재 앞 뒤 양면 모두 페인트 스프레이로 덮여있다. 시민들은 "장벽이 갖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고려했다면 관리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느냐"고 비난하고 있다. 

    장벽을 훼손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알리기까지 한 '아티스트' 정태용(28) 씨에 대한 처벌 수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4월 서울 강남구 서울메트로 수서차량기지 사업소에 침입해, 전동차를 그라피티로 훼손한 외국인의 경우 건조물 침입과 재물손괴 혐의가 동시에 적용됐다. 이번 '베를린 장벽' 훼손의 경우 거리에 노출된 상태라 '건조물 침입' 혐의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 씨의 경우, 형법 상 공익건조물파괴죄(같은 법 367조)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익건조물파괴죄 법정 최고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 ▲ 서울 중구 베를린광장에 위치한 베를린장벽.ⓒ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 중구 베를린광장에 위치한 베를린장벽.ⓒ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서울 중구 청계2가 베를린광장에 있는 이 기념물은, 1989년 독일 통일 후 철거된 베를린 장벽의 일부다. 서울시가 베를린시로부터 기증 받은 이 기념물은 길이 3.6m, 높이 3.5m, 두께 0.4m 규모다. 소유권은 시가 가지고 있으며, 관리는 중구청이 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 공공기념물이다.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정 씨는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정씨는 "마지막 남은 분단 국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며 '훼손'의 배경까지 설명했다. 정씨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SNS 계정을 탈퇴했다. 

    베를린 장벽 앞에는 '베를린 광장 시설안내'라는 안내표지판에 세워져 있으며, 일몰 후 장벽을 밝혀주는 조명등도 있지만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장치나 시설은 없다. 

    누리꾼들은 "예술한답시고 역사적 기념물에 낙서나 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토해내고 있다. "베를린 장벽은 문화재나 다름 없는데 콩밥 맛 좀 봐라", "슬픔과 애환이 담긴 베를린장벽이 콘크리트 돌덩이가 되버렸네" 등 관련 댓글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 사건 내사에 들어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오늘(11일) 중으로 중구청 베를린장벽 관리자를 불러 자세한 내용을 조사하고 혐의를 특정해 피의자를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