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노조 “보복위원회 열릴 모양"… 내부선 ”인민위원회“ 수군수군
  • ▲ KBS 사옥 전경.ⓒ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KBS 사옥 전경.ⓒ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상화위원회'로 홍역을 치른 MBC에 이어 KBS에서도 비슷한 기구가 출범할 것으로 알려져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를 제외한 기타 노조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사측은 '진실과 미래위원회'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MBC 정상화위원회를 본 떠 만든 것으로 과거 10년 동안의 보도와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재심판하기 위한 기구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올해 초 최승호 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출범한 기구다. 이들은 과거 9년 간의 적폐를 바로 잡는다는 취지로 기자들을 대상으로 뉴스 리포트 제작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상화위원회는 문제가 의심되는 리포트와 관련해 보고서를 작성, 인사위원회에 특정 직원 징계를 요청하거나 문제점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권고를 담당한다.

    문제는 위원회가 기간을 '지난 9년'으로 특정지었다는 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의 MBC 체제에서 내보낸 방송 전반을 감사하겠다는 방침으로 인해  보복성을 띈 기구가 아니냐는 의혹이 숱하게 제기됐다.

    실제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한 기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두고 '특정 인사를 겨냥한 보복성 기구'라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11일 정상화위원회의 조사에 따라 MBC의 한 기자가 해고되기도 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위원회 출범 후 처음으로 채택된 안건이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2012년 10월 MBC 정치부 기자들은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S대 및 Y대 교수를 각각 인터뷰 했는데,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의 인터뷰는 사용되지 않은 채 사장됐고 반대로 해당 논문이 표절이라고 주장한 다른 '인터뷰이' 두 명만 뉴스에 등장했다"며 해당 리포트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또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해당 보도가 나간 점에 대해 의혹을 덧붙이기도 했다.

    MBC 노동조합 등 관계자들은 위원회에 맞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상화위원회가 특정 시기의 보도와 특정 기자들을 문제삼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MBC 공정방송노동조합 측은 "정상화위원회가 특정 기자가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가 뒷조사를 했다"며 위원회 조사요원들의 모습이 담긴 병원 CCTV 화면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이외에도 MBC 노동조합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한 80여명의 기자들은 현재 취재부서가 아닌 단순 영상 편집 업무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발해 최근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역시 '진실과 미래위원회' 설립 시도가 알려짐과 동시에 내홍을 겪는 모양새다.

    KBS 공영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MBC를 본떠 KBS에도 본격적인 보복위원회 시대가 열릴 모양"이라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을 털어내고 정죄하려는 것"이라고 사측 시도를 규탄했다.

    공영노조는 "정상화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속내는 보복 아닌가? MBC가 특정 기자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는 것처럼, 이 조직은 과거 10년간 특정 시기의 보도와 프로그램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영노조는 "왜 시기가 과거 10년인가?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보도는 왜 가만히 놔두느냐"고 반문하며 "KBS 역사상 이런 기구는 처음으로 특정 노조로 직원을 줄세우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노조의 한 관계자는 1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만일 위원회가 감사부와 역할이 겹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감사부에는 자체 조사권이 있지만 위원회에는 조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만일 위원회에 조사권을 준다면 이는 사규 위반까지도 갈 수 있는 문제이며 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당장 대응방향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방침을 엄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