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헌법연구회 주최 토론회 "대통령 형사불소추 특권·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등 권력구조 재편해야"
  •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바른헌법연구회가 2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람직한 헌법 개정안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인철 변호사, 박인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바른헌법연구회가 2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람직한 헌법 개정안 방향 모색'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인철 변호사, 박인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해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개헌을 통해 분산하고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초 개헌 논의도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본격화됐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발(發) 개헌안은 국민 재산권과 경제활동 자유를 제한하고, 정부가 국민을 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우파 싱크탱크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바른헌법연구회는 2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람직한 헌법 개정안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고 △제왕적 대통령 권한 축소 △국회 권력 축소 △헌법수호의지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바른 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인환 건국대 교수가 사회를, 전삼현 숭실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상겸 동국대 교수, 이인철 변호사, 최창규 명지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박인환 건국대 교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개헌이 무산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며 "하지만 대통령 개헌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철회하지 않는 이상 개헌정국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새로운 대안을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제시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도록 기여하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자유와 기회의 균등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면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국민 각자에게 행동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자기책임을 부여해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 취지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이러한 헌법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자,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남용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헌법적 통제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위한 첫 걸음으로 전 교수는 감사원·대법원·헌법재판소 등 3곳의 독립성 강화를 제시했다.

    전 교수는 "국가 감독기관인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둔다면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제왕적 대통령과 정부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어렵다"며 "감사원장 임명권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감사원장 임기는 4년(1차 중임 가능)으로, 현행 5년인 대통령보다 임기가 1년 짧다. 전 교수는 "독립된 기관의 장으로 임기가 대통령보다 단기인 경우 사실상 독립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중임이 불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장 역시 현행법으로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전 교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합의체인 대법원이 독립적으로 선출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적으로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더라도 선출권을 국회가 아닌 대법관회의에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회의에서 재적 대법관의 과반 이상 찬성으로 호선한 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면 사법부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현행 헌법 제111조 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헌법재판소 역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법원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지만 선출권은 재판관회의에 부여해야 한다"면서 "다만 절차에 하자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15일 이내 이의서를 국회에 제출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권한의 남용 방지를 위해 현 299명인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교수는 "국회의원 특권을 향유하고자 평생 국회만을 맴도는 정치꾼이 양산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의원을 200인 이하로 축소하고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 수만 보면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보수 및 보좌관 등 부대비용이 외국 대비 과도한 점을 고려했을 때 수를 제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라는 이념을 기본 정신으로 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려다 번복하는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전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법률이나 정책이 입법되거나 정치적 선동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경우 대한민국은 헌법질서파괴의 우려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현행 헌법 제76조 2항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 보위를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전 교수는 "헌법 제76조 2항에 '교전상태' 이외에 추가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를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도 "헌법에서 국가권력구조는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명시해야 하고, 권력 상호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며 '입법과 행정의 완전한 분리'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행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하는데 의회의 견제가 있어야 하고, 의회유보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면서 또 "대통령에게 법률안제출권을 줘선 안 되고, 단지 입법권 견제를 위해 수정의견을 제시하는 정도로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밖에 김 교수는 국가권력분산 선결과제로 △대통령 형사불소추 특권 폐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대통령 특별사면권 및 국회의원 면책특권 축소 등을 제시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전 교수가 주장한 '국회의원 수 축소 제안'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회 권한을 제한하는 문제의 본질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권한을 축소하지 않고 수를 줄이는 경우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수만 줄인다면 오히려 적은 수에게 권한이 집중되며,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해야 하는 어려움 등이 있다"며 "대통령 및 행정관료 조직에 대한 견제기능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심도 있는 개헌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개헌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본질적 문제"라며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도 "대통령 권한 분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감사원장 및 헌재소장 선출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생략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 권한 분산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경향이 짙어져 후손에 세금부담을 전가하는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국가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가 수입범위 내에서 지출을 하도록 강제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가 제시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가채무 증가율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4위(11.6%)를 기록했다. 이는 라트비아(15.7%), 룩셈부르크(14.0%), 에스토니아(12.2%)에 이은 것이다.

    그는 "임기가 제한된 대통령이 재정포퓰리즘을 지나치게 남용하지 못하도록, 대통령 임기 전체를 합해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