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趙甲濟  / 조갑제닷컴 대표

    어제 한 호텔 로비에서 'DMZ TOUR'라는 팸플릿을 얻어 읽어 보니 반공시설을 관광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놀랍게도 이는 朴正熙 대통령의 반 세기 전 발상이다. 朴대통령은 '反共(반공)도 관광자원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돈벌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조선조의 주자학적 선비정신의 핵심은 淸貧(청빈)사상이고 이는 돈벌이를 거의 죄악시했으나 군인출신 개혁가는 격전지까지도 관광자원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5년 2월 그는 춘천댐 준공식에 참석해 이런 요지의 말을 한다.

    <앞으로 많은 관광객, 특히 수학여행을 이 춘천댐으로 誘引(유인)시켜 우리의 기술을 자랑하고 또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진 업적들을 보도록 할 것을 당부합니다. 우리나라의 反共 業績(반공업적)은 훌륭한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하며, 또 이는 반공사상을 鼓吹(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판문점, 휴전선, 평화선, 자유센터 등을 資源(자원)으로 하는 관광개발에 종합적 계획이 있기를 바라며, 특히 이 지점들에 적절한 시설(전망대, 休息所, 관광 코스와 버스 등)을 함으로써 훌륭한 관광지대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적극적 조치 있기 바랍니다.>

    어제 본 DMZ 관광 안내서는 임진각, 제3땅굴, 판문점의 공동경비구역, 도라산 전망대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53년 전 박정희의 지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朴대통령은, 1964년 10월26일에는 부산의 UN묘지를 방문한 뒤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UN묘지는 우리나라의 하나의 聖地이며, 또 부수적으로는 관광자원인 것입니다. 따라서 UN묘지 周邊(주변)의 도시계획에 있어서는 상당한 국가적 配慮(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엔묘지를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생각을 하였으니 메마른 지식인들은 너무 돈을 좋아한다고 화를 내었겠지만 노르망디 오마하 비치에 있는 연합군 묘지 등 세계의 유명 관광 명소엔 무덤이 많다. 유연한 생각의 소유자 박정희에게 反共은 安保이면서도 돈벌이고 교육소재도 되는 「자원」이었다. 입체적 思考를 한 사람이다. 

    군인 출신 대통령들이 민간인 출신보다도 실제적이고 추진력도 있었으며 더 유연하고 개방적이었다는 이 점이 한국 현대사를 보는 하나의 키 포인트이다.

    1968년 5월22일 朴正熙 대통령은 강원도 삼척군 北坪(북평)읍의 雙龍(쌍용)시멘트 東海(동해)대단위 공장을 시찰했다. 그는 보고회에서 직접 매직펜을 들고 「북평읍의 도시계획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 조선일보 정치부 崔秉烈(최병렬) 기자(전 한나라당 대표)가 쓴 정치면 가십란에는 이런 지적이 있었다. 

    <이곳 관리들은 (대통령으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입장에 서고 말았다. 서울 외곽의 도시계획도 대부분 朴대통령의 아이디어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데, 그 실력이 여기서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朴대통령은 금년 8월부터 연간 180만t을 생산하여 동양 제1을 자랑하게 되는 雙龍시멘트가 오는 1971년부터는 연간 420만t 생산으로 규모를 확대 , 단위 공장으로는 세계 제1의 규모가 된다는 보고를 받곤 철도수송은 물론 해상수송 등에 정부가 만반의 뒷받침을 해주라고 지시. 朴대통령은 특히 고속도로가 서울 - 삼척 간의 육상수송에 도움이 된다는 金成坤(김성곤) 의원의 말을 듣고는 『雙龍이 주동이 되어 민간자본을 동원, 民營(민영)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한 마디 했다.> 

    흔히 朴대통령의 국가발전 전략을 국가주도라고 한다. 朴대통령은 그러나 민간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